글 싣는 순서
① 늙어가는 고성, 장애의 장벽을 허물 때
② 장애 없는 일상, 배리어 프리의 시작
③ 이동권 보장, 장애가 더 이상 장애일 수 없는 일본
④ 같이 여행하며 깨닫는 가치, 배리어 프리 in 오키나와
⑤ 눈을 감고 걸을 수 있는 고성, 배리어 프리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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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 대한민국은 장애인들의 외부 출입을 원천봉쇄했다. 아예 외출이 불가능한 수용시설에 감금하다시피 했다. 장애를 병으로, 장애인을 비정상으로 보는 비뚤어진 시선이 당연시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인간은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밖에 없다. 노화로 인한 신체적 불편 역시 장애다. 나이 들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이가 들면 자연히 따라오는 보행장애와 생활장애는 고령화사회에서는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다. 특히 고성처럼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지역은 더더욱 시급한 문제다.
# 사회적 핵심산업, 유니버설 디자인
노화를 막을 수 없는 노릇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관절과 근육은 퇴행하고, 이 때문에 이동은 물론 생활 전반에서 불편을 겪는다. 쉽게 해내던 일들도 나이가 들면서 쉽지 않은 일이 되기도 하고, 늘 다니던 길이나 심지어는 집안의 환경조차도 위험에 노출된 악조건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렇게 본다면 물론 장애인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노인 역시 신체적 장애를 가진 것과 다름없다.이 때문에 최근 들어 유니버설 디자인이 건축은 물론 생활 전반에 확대되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이나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은 물론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편리한 디자인을 말한다. 이는 시설이나 생활용품 나아가서는 심리적 영역까지 포함된다.처음에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의 제작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목적이었지만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지금은 사회적 핵심 산업이자 일상 전반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은 필수영역이 되고 있다.배리어프리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조건을 떠나 동등한 시설을 제공해 어떤 불편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배리어프리가 장애를 배려해야 할 특별하거나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보편적으로 편리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유니버설 디자인은 1980년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이자 장애인 건축가인 로널드 메이스(Ronal L. Mace)가 처음으로 만든 개념이다.
# 유니버설 디자인 통합가이드라인 제시한 서울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총 인구 중 4분의 1이 거주하는 도시다. 서울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모두 39만 명,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30만 명에 이른다. 서울 역시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배리어 프리,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높다.뿐만 아니라 한국을 찾는 관광객 중 61세 이상 고령 관광객은 2014년 131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178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15년 한국소비자원의 장애인 여행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4%가 여행여건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가장 불편한 것으로 지적된 것은 이동편의시설의 부족이었다.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에서는 보행로나 공원, 광장, 보건소는 물론 복지시설 등의 공공건물을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지난 3월, 통합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통합가이드라인에서는 편리와 안전, 쾌적, 선택 가능 등 4대 원칙을 지향하면서 가로, 공원과 광장, 공공건축물 등 3개 부문 29개 세부항목에 대해 실제로 적용가능한 지침을 법적 기준과 국내외 참고사진, 권장 및 지양 사례 등과 함께 제공한다. 이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한 법과 조례, 무장애 건물과 공원, 자전거도로 등에 관한 지침 등 그동안 통합되지 않았던 관련 지침 15개를 종합해 단일화한 것이다.예를 들면 보도는 누구나 걷기 쉽게 평탄한 길을 기본으로 보행자 안내표지를 출구에 인접해 설치하고 안내 표지 주변에는 시설물 설치를 최소화해 가독성을 높인다. 공원 등 시민이 이용하는 시설의 출입구는 적어도 한 곳 이상에서 휠체어나 유모차 등이 출입하기 쉬운 평탄한 접근로를 확보해야 하고, 장애어린이도 즐길 수 있도록 오감활용 놀이시설을 설치한다. 또한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공공화장실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일반 화장실에도 손잡이를 설치한다.
# 노인과 장애인의 편안한 주거환경
노인과 장애인이 늘어나면서 주거환경 역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1인가구와 독거노인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주거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고성의 독거노인들이 거주하는 ‘집’의 모습은 50년 전과 비교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좌식 생활을 해야 하고, 냉난방이 원활치 못하며 안전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보건산업진흥원의 고령친화산업 소비자수요 조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자가거주자의 87% 가량은 현재 사는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오래 살았기 때문에 익숙하고, 큰 불만이 없으며 무엇보다 내 집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살아온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aging in place)은 노인주거정책의 세계적인 경향이다. 노인들은 장기요양시설보다 자신이 살아온 지역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물론 요양시설이나 병원보다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에 정부재정부담은 물론 개인의 부담 역시 크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는 노인뿐 아니라 장애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거동이 쉽지 않은 노인이나 장애인에게는 집안의 문턱조차 보행불편요소 중 하나다. 미끄러운 욕실 역시 주거지 내 안전사고의 원인이 된다. 지역적 특성상 가스누출이나 폭발, 보안 등에 취약하고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좁은 골목길에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어 2차적 사고 역시 존재한다. 때문에 신체적, 인지적 기능이 노화되거나 장애로 인해 불편을 겪는다면 현재의 주거환경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고령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노인주거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단순화와 최소화를 뜻하는 미니멀라이징은 주택에도 적용된다. 복잡한 집안을 정리하고 간소화해 사고의 위험을 줄이고 주거비용을 절약한다는 것이다.두 번째는 안전을 위한 리모델링이다. 나이가 들거나 장애로 인해 신체 및 인지기능이 약화도는 경우 유니버설 디자인은 필수적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노인들의 골절은 주로 이동 중 발생한다. 집안에서도 사고의 위험은 상존한다. 이 때문에 미끄러짐 방지, 안전을 위한 바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화재나 가스사고, 보안에 취약한 전통적 주거형태의 특성상 노인과 장애인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한 스마트하우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스마트하우징은 센서를 통해 노인과 장애인의 동작을 분석하면서 이를 통해 건강상태를 관찰하거나 안전여부를 확인한다. 또한 작동이 어려운 전자기기를 음성만으로 제어하는 것 역시 스마트하우징 기술이다.외부 출입이 비장애인에 비해 쉽지 않아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주거공간의 변화는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또한 이는 살아가는 공간으로서의 주택이 아닌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 모든 사람의 평생학습권 보장 지원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평생교육에 대한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학습권 보장도 관심이 높다. 최근 서울 강서구의 장애인 학교 건립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 역시 이러한 욕구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대구대학교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일찍부터 파악해 장애학생지원센터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장애학생은 물론 넓게 볼 때 향후 평생교육의 실현이라는 과제를 대학이 해결해야 한다면 더욱 빨리 그리고 전문적으로 지원해줄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출발이었다. 대구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학생의 요구에 부합하는 적절한 지원을 통해 학습권과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전국 대학 최초로 2000년 설치됐다. 센터에서는 장애학생의 학습활동에 관한 교수·학습지원, 장학금 지급, 장애인기숙사 운영, 기타 생활과 복지지원은 물론 장애특성별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학업 및 생활상담, 취업상담에서 직업재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하고 있다.
서은숙 계장은 “신임교수들이 부임하는 시기에는 학생이 아닌 교수들을 대상으로 장애이해교육이나 장애특성별 교수법에 대해 경력 교수들이 직접 지도하기도 한다”면서 “장애유형별 학습도우미를 지원하고, 교내에서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신입 장애학생들은 적응훈련을 따로 실시하는 등 장애로 인해 학습권을 박탈당하거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다각도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서 계장은 “향후 노인인구가 더욱 증가하고 이들에게 평생학습을 제공하는 역할을 대학이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학에서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필수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며 “노인과 장애인 모두가 불편함 없이 학습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시설은 물론 심리적 변화도 필요하며, 이것이 진정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말했다.노인과 장애인의 증가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면 이를 받아들이고, 장애 유무를 떠나 누구든 보편적으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신체적·심리적 ‘유니버설’에 주목해야 할 때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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