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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교육, 성장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 디자인, 핀란드

혁신교육의 현장을 가다 공동기획취재
움직이며 수업하고, 이중언어가 익숙한 학교
학습량과 목표를 함께 정하는 라또까르따노종합학교
:
스스로 계획한 미래에 맞춰 수업 듣는 야르벤빠고등학교
교사 행정업무 부담 제로, 학생의 학습 욕구 충족 우선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09월 25일
글 싣는 순서
①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 한국형 혁신학교
② 성취보다 성장을 먼저 생각하는
육 디자인, 핀란드
③ 학생이 행복하기 위해 어른의 고정관념을 깬 덴마크
④ 자연에서 뒹굴며 배우는 실용주의 교육, 독일
⑤ 고성의 미래 경쟁력, 교육이 답이다
ⓒ (주)고성신문사

핀란드에서는 모든 아이가 영재다. 또한 경쟁과 경쟁력은 다르다. ‘공부하다’라는 단어가 있어도 쓰는 사람은 없다. ‘읽는다’고 표현한다. 머리를 써야 하는 수학 수업 후에는 공예수업 등 뇌를 쉬게 하는 수업을 배치한다. 대학은 많고, 학비 또한 무료지만 대학은 반드시 가야하는 곳이 아니라 학문적인 성취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핀란드 사회는 일명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다시 말해 사무직과 기술직이 사회적 격차가 적다. 굳이 대학을 가야할 필요성을 못느끼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진 이유가 바로 이 선진복지혜택의 정착 때문이다. 어느 직업을 택하건 그다지 차등 없는 복지혜택과 대우를 받을 수 있으니 반드시 대학졸업장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니 입시에 대한 부담도 적고, 이는 자유로운 혁신 교육의 발판이 됐다.

▣ 라또까르따노종합학교
# 숫자 대신 나무 이름이 붙은 교실
번잡한 헬싱키 시내에서 10분 정도 벗어난 동북부 지역 비키(Viikii)의 조용한 주택가. 벨을 누르니 두 명의 어린이가 활짝 웃으며 이국의 기자들을 맞이한다. 일종의 손님맞이 당번이다. 하루 두세 명의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1층 현관 앞을 지키며 들고 나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배웅한다.2006년 8월 개교한 라또까르따노종합학교(Latokartanon Peruskoulu)에는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1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7~16세의 학생 800여 명이 재학 중이다. 학년의 개념이 없다. 우리처럼 나이에 따라 학년을 구분하는 대신 다른 연령의 아이들이 한 학습집단을 구성해 공부하는 시스템이다. 학년을 구분하는 숫자 대신 교실에는 나무와 꽃 이름들이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 목표를 이루는 길은 여러 가지
저학년 교실 곳곳에는 의자 대신 짐볼과 애벌레, 동물 모양의 흔들리는 의자가 놓여있다. 수업 중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심지어 춤을 춰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수십 분의 수업동안 어린 아이들이 집중해 앉아만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교사들이 잘 알고 있고, 수시로 움직여주는 것이 집중력 향상에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옆 교실과는 유리창으로 교실 내부가 훤히 보이게 연결돼있다. 가끔 교사끼리 마주보고 사인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면 수업 중 유리문은 수시로 열리고, 두세 반의 아이들은 다 함께 어울려 수업한다.
교과서로 진도 나가기 급급한 수업이라면 불가능하다. 라또까르따노에서는 매일 아침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학습량이나 방식 등을 의논하고,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그날의 일과다. 평가는 시험점수가 아닌, 개인별로 설정한 학습계획을 얼마나 제대로 이뤄냈는지에 대한 평가로 이뤄진다. 교육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 단 하나가 아니라는 점을 교실에서부터 적극 적용 중이다.

# 이중언어, 다문화 아이들의 강점
라또까르따노에서는 핀란드어와 에스토니아어 이중언어교육이 진행된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의 30% 이상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고, 그 중 대부분이 에스토니아 출신이다. 때문에 핀란드의 언어나 문화에 적응하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에스토니아어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핀란드어가 서툴던 아이들도 이런 방식으로 중학교과정까지 꾸준히 교육받게 되면 이중언어가 가능하고, 이는 라또까르따노의 경쟁력이자 향후 아이들의 강점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라우라 마리아 시니살로 국제팀장은 “배움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도시와 숲 모든 곳에서 이뤄지는 것이 교육이고 아이들이 보고 듣고 체험하는 모든 것이 교육”이라며 “마을이 학교이고, 학교가 마을”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그녀는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질문해야 하고, 학생들은 교사로부터 획일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어야 하며, 교사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수법과 학습법 모두 적절히 이뤄져야 하며 교과별 수업보다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게 라또까르따노의 교육철학을 그대로 대변하는 말 아닐까.

▣ 야르벤빠고등학교
# 강요보다는 자율성을 존중하는 학교
가운데 둥그런 건물을 두고 방사형태로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원통형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빛이 쏟아지는 아레나를 가운데 두고 모든 교실들이 둥글게 연결돼있다.야르벤빠고등학교(Järvenpään Lukio)를 찾은 시각은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재즈풍의 피아노연주곡이 들려 당연히 음원을 틀어놓았겠거니 했다. 아레나에는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과 수업,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들 그리고 과제를 하는 아이들이 뒤섞여 있고 무대에서 한 아이가 피아노를 신나게 연주하는 중이었다.
야르벤빠고등학교는 전일제 학생, 실업학교에서 오는 시간제 학생에 야간수업을 듣는 지역의 성인학생까지 1천여 명이 재학 중인 학교다.야르벤빠고등학교 학생들은 입학하기 전부터 학습계획 짜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꿈이나 적성, 진로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학습계획을 학교가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윌마 시스템(Wilma system·종합교육정보시스템)을 통해 학습계획을 세우고, 고교 후반으로 갈수록 적극적으로 카운슬러와 상담하며 학습계획을 수정한다. 원하는 수업에 따라 시간표를 직접 정하고 학기 중 어떤 것을 공부할지도 스스로 정해 원하는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한다. 야르벤빠에서는 무학년제로 연간 다섯 개의 피리어드(학기)로 나눠 총 300여 개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기본 3년 원한다면 4년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교사들은 조언자일 뿐 모든 계획의 중심은 학생 본인이다. 학생 스스로 세운 미래 계획에 따라 수강신청계획이 달라지는 것이 야르벤빠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의 아이들은 대학에 가서야 하는 일들을 야르벤빠의 아이들은 더 일찍 배우고 겪는 것이다.최근 이 학교 다니는 학생 100명 정도는 직업계를 희망해 직업학교에 다니고 있다. 야르벤빠 학생들은 원한다면 스페인에 가서 한 피리어드를 공부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이런 시스템은 야르벤빠만이 아니라 핀란드에서 점차 일반화되는 추세다.

# 학생이 원하는 모든 분야가 교육이다
마르자 리사 교장에 따르면 야르벤빠에서는 아이들에게도 선택의 자유와 책임을 주지만 교사들도 자유롭게 학습코스를 개발하고 운영한다. 1년에 20페이지 정도의 보고서 한 건이 행정업무의 전부고, 지난 20년동안 왜 이런 수업을 진행했냐고 따지거나 책임을 묻는 일은 없었다.
야르벤빠의 교사들은 2~3개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다. 때문에 배정되는 수업시간은 많지만 행정업무가 없어 수업에 집중이 가능하다.“단순히 학비를 국가가 부담한다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학생들이 없고 학습이 더딘 아이들을 혼자 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문계든 실업계·예체능이든 학교나 대학, 지역사회와 연계해 아이들의 학습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평등한 교육입니다. 아이가 혼자서 연구하고 탐구하는 분야도 모두 수업이고 교육이지요.”
교육의 혁신을 위해서는 수업 방식만 변해서는 불가능하다. 늘 고질적으로 지적되는 교사의 행정업무 가중을 해결해야 교사가 교수법을 바꿀 수 있다. 수업이 바뀌어야 학교가 변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학습하며 성취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어려운 과정 같지만 사실 되짚어보면 ‘모든 곳에 배움이 있다’는 말과 그리 멀지 않은, 교육의 본질이 바로 이 ‘자율성’이지 않을까.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0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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