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오면 오서마을 박재덕 권양숙 부부의 햇살농장
양계장 3동에서 5만 마리 사육, 억대 순수익 올려
무항생제 HACCP 인증 생산지수도 전국 최상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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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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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농가는 해가 거듭될수록 AI와 폭염 등의 피해로 인해 농장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고성에서는 연이은 AI(조류인플루엔자)발생으로 인해 가금류 이동제한조치가 내려지면서 한동안 입식과 출하를 못해 큰 피해를 입는 등 양계농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다 더위에 약한 닭은 한여름 폭염이 지속되면 폐사율이 급증해 양계농가에서는 계사에서 한시라도 눈을 때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러한 양계농가의 어려움 속에서도 박재덕(64)·권양숙(61) 부부가 운영하는 햇살농장에서는 현대화된 시설과 깨끗한 사육환경에서 계약사육을 통해 연간 억대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 자동화 시설로 노동력 줄여
한 여름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갔던 지난 18일 영오면 오서마을에 위치한 햇살농장을 찾았다.입구에 도착하자 계사 내에 올라간 온도를 내리기 위해 지붕 스프링클러에서는 시원한 물이 분수처럼 연신 뿜어져 나왔다.
보통 계사 내부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햇살농장에서는 계사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고 있다.
한참 온도 관리와 사료급여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박 씨 부부는 일하는 복장이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계사 근처에 마련된 집에서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들이 여유롭게 오후시간을 보낼 수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계사가 자동화설비로 되어 있어 온도가 올라가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스프링클러가 작동되고 사료와 물도 시간만 설정해놓으면 알아서 자동으로 급여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농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 사람이 손길이 필요한 것이 거의 없다고 한다.이러한 시설 덕분에 햇살농장은 5천280㎡부지에 계사 3동(2천700㎡)에서 5만 마리에 달하는 육계를 사육하고 있지만 사람은 박 씨 부부 뿐이다.
박재덕 씨는 “여름철에는 계사 안의 온도가 올라가면 닭의 폐사가 늘기 때문에 적정온도유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물을 계사와 외부에서 동시에 뿌려주면 빠른 시간 내에 계사 안의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외부에도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병아리를 입식한 이후에는 아침에 농장 안을 직접 둘러보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며 “거의 대부분이 자동화되어 평소에도 여유롭게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철저한 방역관리로 AI 차단
햇살농장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은 입구에 설치된 소독부스에서 소독을 하고 방문일지를 작성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하게 방역관리를 하고 주기적으로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특히 햇살농장이 위치한 곳의 인근에는 양계농가는 물론 축산농가도 거의 없어 자체적으로 관리만 잘한다면 질병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때문에 고성에서 AI가 3차례나 발생됐음에도 햇살농장은 가금류 이동제한거리에 포함되지 않아 피해가 전혀 발생되지 않았다.박 씨는 “지금은 양계농장을 새로 건립하려고 하면 마을과 500m의 제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 농장을 건립할 당시만 해도 1㎞ 이상 떨어져 있어야 했다”며 “농장을 건립하려고 부지를 물색하다보니 지금의 위치가 마을과도 멀리 떨어져 있고 인근에 축사가 없어 이 곳에 농장을 건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 깨끗한 농장관리로 소득향상
햇살농장에서 사육된 닭은 계약을 통해 계열회사로 전량 출하가 된다.
병아리를 입식하면 보통 한 달 정도를 사육해 1.8㎏까지 성장하면 출하를 하는 방식으로 연간 6회전을 한다.
출하 이후에는 반드시 계사 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소독을 통해 항상 쾌적한 환경에서 닭이 사육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박 씨는 “출하 이후 청소를 시작하면 보통 7일에서 10일 정도 소요된다”면서 “사육할 때는 대부분 기계가 다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지만 청소할 때는 사람이 직접해야 되는 일이 많아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청소를 한 이후 남은 20여 일 정도는 계사를 그대로 방치해 습기를 제거한다. 습기가 많으면 각종 질병이 발생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느 농장에 들어서면 악취가 코를 찌르지만 햇살농장에는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는 “출하 이후 청소를 하고 바로 입식을 해 연간 6회전 이상 사육할 수 있고 한번 사육할 때 더 많은 닭을 사육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사육환경이 나쁜 곳에서 닭을 키우면 성장속도가 더디고 사료도 많이 들기 때문에 연간 많이 키운다고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고 한다.
이러한 박 씨의 신념 덕분에 햇살농장에서는 폐사율도 낮고 사료효율도 높아 전국에서도 생산지수가 높은 편에 속한다.생산지수가 높은 것은 곧 소득향상과 직결된다. 햇살농장에서는 한 번 입식을 할 때 5만1천500마리의 병아리를 받는데 사육을 하다 폐사를 한 것을 제외하고도 평균적으로 5만 마리 이상 출하가 된다.
5만 마리까지는 마리당 500원의 수수료를 받고 나머지는 닭값을 다 받을 수 있어 소득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때문에 보통 1회 출하할 때 수익은 2천500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라고 한다. 연간 6회전을 했을 때 순수익만 1억5천만 원이 넘는 셈이다.
# 역경을 딛고 일어서다
반평생 이상을 양계사업을 해오고 있는 박재덕 씨가 지금처럼 억대 순수익을 올리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1979년 처음 양계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경찰이었던 매형이 우연히 양계관련 사건을 수사하다 양계사업에 매력을 느껴 박 씨에게 양계사업을 권유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부도가 난 양계농장에서 자재를 얻어 1천500마리의 닭을 키웠다. 이후 부지를 임대해 종계를 키우며 닭 마리 수를 늘려 농장을 지었지만 해당 부지가 절대농지가 돼 진주시 금곡초등학교 옆으로 농장을 이전했다.
그 후에는 농장이 잘 운영돼 벌어들인 수익금을 농장에 재투자하면서 매형과 함께 1997년에는 농장규모를 10만 마리를 사육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했다.
그러던 중 매형이 다른 사업을 크게 시작했지만 실패하면서 그 여파로 2005년 양계농장도 부도가 났다.
결국 박 씨는 양계사육을 포기해야 했고 이후 여기저기 도움을 받아 2009년 진주시 일반성면에서 다시 육계를 시작했다.다른 가족들도 부산 등지로 흩어져 각자의 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부인 권 씨는 뛰어난 음식 솜씨로 한 식당을 인수 받아 운영했다.아들도 어려운 가정 때문에 벌크선을 타면서 돈을 벌었고 번 돈은 전부 부모님에게 드렸다.몇 년 동안 고생이란 고생을 다하고 2012년 가족들이 모은 돈과 일부 돈을 빌려 지금의 햇살농장을 지었다.당시 농장을 건립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은 되지 않았지만 노후에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현대화 시설의 양계농장을 건립했다.이후 벌어들인 수익으로 빚은 다 갚았고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박재덕․권양숙 부부는 “지금은 아들딸 모두가 시집장가를 다가서 잘 살고 있지만 예전에 아이들이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며 “앞으로 지금처럼만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망했다.
# 계획을 세워 농장을 시작하라
축산업은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는 사업으로 자신만 열심히 한다면 미래에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는 박재덕 씨. 그는 축산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계획부터 세워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뜻이 있는 젊은이들의 경우 후계자자금을 지원받아 적정한 장소를 물색해 최대한 빠르게 농장을 건립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후계자자금의 경우 3년 거치 7년 상환이기 때문에 3년 동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이후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10년 이내에 빚을 다 갚을 수도 있다”며 “빚을 다 갚고 난 이후에는 고스란히 농장이 자신의 소유가 되기 때문에 향후는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축산업에 뛰어들었다가는 빚만 남을 수 있어 모든 사업을 하기 이전에는 계획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영호·황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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