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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고을 고성에서 꿈을 찾는 젊은이들

이진만 철성중학교 수석교사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7년 08월 26일
ⓒ (주)고성신문사
바깥사람들이 고성을 보는 눈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공룡나라’의 이미지로 4회에 걸쳐 고성에서 열린 공룡엑스포의 홍보 효과이다. 그러나 ‘공룡나라’는 최근에 얻은 명성이고, 이전에는 시대를 초월하여 꾸준히 명망가들이 배출된 까닭으로 ‘인물의 고장’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긴 고성에서는 집안 자랑을 하지 말라고 했다. 워낙 출중한 인물들이 많다보니 웬만한 사람은 명함도 내밀기 어려울 만큼 인재가 많이 나온 고장이다.
그런데 그것뿐일까? 한때는 한 국가의 도읍지였던 곳으로 수천 년 역사를 가진 고성의 유산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지역마다 인물이나 특산물 하나 없는 곳이 어디 있으랴? 행여나 아쉬움이 있다면 고성이 가진 또 하나의 이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춤의 고을, 고성’이다. 고성보다는 주로 타지의 사람들이 고성을 ‘춤의 고을’이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고성에 춤을 잘 추어 춤꾼으로 이름을 남긴 대단한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성의 이름을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의 고을이라고 불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고성오광대’가 있기 때문이다.
ⓒ (주)고성신문사

# 고성오광대는 고성사람들의 끼가 모인 놀이이다
고성오광대는 말 그대로 고성의 광대놀이이다. ‘문둥북춤’, ‘오광대놀이’, ‘비비’, ‘승무’, ‘제밀주’의 5과장으로 되어 있으며 무능한 양반과 허위로 가득한 기득권 세력에 대한 풍자가 주 내용이다. 오래 전부터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면극으로 춤과 함께 재담을 나누는 형식의 전통 예술이다. 
‘오광대’란 다섯 광대 또는 다섯 마당으로 이루어진 놀이라는 뜻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도 하고, 오행설(五行說)의 오(五)에서 유래한 것이라고도 하는데, 오행설 의견이 유력하다. 그런데 오광대놀이는 고성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 마을마다 광대놀이가 발달할 만큼 춤놀이가 활성화 되어 있어 가산, 진주, 마산, 김해, 합천, 통영 등 여러 곳에서 놀이가 행하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성오광대가 널리 알려진 이유는 뭘까? 
오광대의 원형이 잘 지켜지고 있는 탓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춤사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오광대의 놀이 형식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일명 허튼춤이라고 부리는 고성오광대의 덧배기춤은 고성 춤만이 가진 특별한 것으로 추는 사람에 따라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하다. 
흥이 겨우면 겨운 대로 감정이 벅차면 벅찬 대로 표현에 있어 한계가 없다.오광대놀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말에 고성에서 관속들이 가면극을 하며 놀았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역사가 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전해지는 놀이는 1910년경에 고성의 놀이꾼들이 일심계(一心契)라는 모임을 만들어 오광대놀이를 체계화하고 지속적인 놀이마당을 펼침으로 지금의 고성오광대가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처럼 고성오광대는 고성사람들의 끼가 담긴 놀이이다. 고성사람들이기에 가능한 흥겨운 몸짓과 걸쭉한 입담이 들어 있다. 탈놀이가 오광대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 고성오광대가 유난히 돋보이는 것은 멋들어진 춤사위와 함께 시원하게 서민들의 가슴을 틔워주는 재담이 가득한 놀이 모습이 가면극의 백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방인이 택한 고성의 춤
최민서 군은 오늘도 오광대 사무실로 출근을 한다. 민서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이이다. 훤칠한 얼굴에 행동도 점잖아 주변의 평판이 좋은 건실한 청년이다. 그런 그가 고향을 떠나 고성에 뿌리를 내리고 산 지 6년이 지났다. 한창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다들 도시로 떠나는 나이에 민서는 도리어 고향에서 천리나 떨어진 시골에 내려와 살고 있는 것이다. 
민서의 꿈은 기업을 운영하는 CEO였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공부했다. 기업가의 길을 걸었다면 지금쯤 최고책임자 자리에 있을 만큼 경륜이 쌓였다. 그런 민서에게 꿈을 바꾸고 그를 고성에 남도록 유혹한 것은 무엇일까?
민서가 고성에서 살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대학 1학년 때 동아리 활동으로 고성오광대를 찾아온 것이 민서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민서는 오광대놀이를 접하자마자 고성의 춤에 매료되어 버렸다. 
그는 춤을 더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일회성 동아리 활동으로는 자신의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춤에 대한 욕망을 식힐 수가 없어 미련 없이 대학을 자퇴하고 한국방송예술진흥원에서 연기를 전공하였다. 
그리고 고성으로 내려와 고성오광대의 지킴이가 되었다. 지금 민서에게는 고성오광대가 삶의 모두이다. 오광대는 그에게 모든 것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을만큼 매력적인 예술이다. 물론 고성오광대놀이의 매력에 빠진 사람은 민서만이 아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고성오광대 사무실로 출근을 하는 타 지역 출신의 젊은 청년들은 민서 외에 많이 있다. 김은정, 백은희, 홍석민, 정연석, 윤상준, 김다현 등 많은 젊은이들이 고성 춤에 빠져 고성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참 기이한 일이다. 전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고성의 춤에 취해 고성을 떠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들에게 고성오광대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말 이들이 젊음을 송두리째 바칠 만큼 고성 춤이 매력적인가? 일반 사람들이 보았을 때는 정말 이해 못할 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이방인이기 이전에 고성의 춤을 지키는 일원으로 지역에서 향토 문화를 지켜가는 분들과 함께하는 모습은 고성오광대의 확장성을 볼 때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이들의 열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현상으로 널리 파급되면 좋겠다.고성오광대에는 고성 춤을 배우려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일반인도 있지만 주로 대학생 동아리나 음악 전공자들이다. 동아리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타악기, 무용, 전통연희를 배우는 전문가들은 기․예능을 익히기 위해 모인다. 그러다보니 전수생으로 스쳐간 연예인들도 부지기수이다. 윤문식, 문소리, 박애리 등 널리 알려진 연예인들이 고성오광대의 기능을 전승하였다. 고성오광대를 거쳐 간 전수생들이 고성의 춤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이다. 고성을 ‘춤의 고을’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가히 알 만하다. 오늘도 더위가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모인 많은 대학생들이 고성의 춤을 배우고 있다. 모두 진지한 표정과 몸짓이다. 이제 배우는 자리에서 가르치는 자리로 입장이 바뀐 민서는 땀을 흘리며 선배들에게서 배운 춤을 전수생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악기 소리와 더불어 고성오광대 특유의 춤사위와 몸짓이 전수관 강당에 가득 펼쳐지고 있었다.

# 민서에게 묻는다
Q 왜 젊은이들은 고성으로 몰려 오는가?
젊은이들이 고성오광대를 찾는 이유는 고성처럼 체계적으로 전수를 하는 곳은 찾아보기가 힘들뿐더러 고성오광대만이 가진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부분의 지역에서 놀이가 없어지거나 흔적을 잃어 가는데 비해 고성오광대는 원형을 잘 지키고 있을뿐더러, 춤이 부드러우면서도 자유스럽다. 또한 인물들의 몸짓 속에는 부조리한 것을 내리꽂고 없애는 ‘배김새’ 정신이 살아 있다. 고성오광대 정신을 한 마디로 말하라고 하면 ‘배김새’ 정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고성사람들의 정신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역민의 독특한 정신이 깃든 다양한 표현의 몸짓과 고정되지 않은 자유로움이 고성오광대 춤의 매력이다. 
그러기에 ‘고성에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기도 모르게 오광대의 매력에 빠져 고성을 다시 찾게 된다. 체계적인 전수가 시작된 이후 4만여 명의 전수생들이 전수를 받았으며, 지금도 매년 연 500명 내외의 학생들이 오광대 놀이를 배우러 고성을 찾아오고 있다.

Q 고성오광대놀이 중에 가장 매력적인 과장은?
내가 주로 하는 역할은 셋째 마당의 비비 역할이다. 비비는 사람까지 잡아먹는 동물로 얼핏 보면 무섭게 생겼지만 볼수록 호감이 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다른 인물은 대사라든지 역할이 정해져 있는데 비해 비비는 애드리브나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하여 놀이 중에 관객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오광대놀이 전체를 보았을 때는 다섯째 마당인 제밀주 과장을 가장 좋아한다. 5과장은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게하는 한 편의 드라마이다. 집 떠난 영감을 찾아 나선 할미가 제밀주라는 첩과 서로 아이를 안으려다 아이를 죽게하고, 또한 다툼 끝에 할미까지 죽는다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으며, 치마와 저고리 사이로 배가 나온 할미의 모습이나 과장된 봉사의 모습이 익살스럽다. 
그리고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춤과 노래가 있다. 다만 공연을 위한 준비물이 많아 정기공연이 아니고는 시연을 자주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Q 고성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광대는 탈과 의상이 있고 춤과 노래가 있는 종합예술이다. 그리고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국가적으로 보존․전승하는 예술이다. 이런 놀이 문화를 가진 고성 주민들로서는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고성의 춤을 잘 모르는 고성사람이 많다. 
고성에 살면서도 오광대가 어떤 놀이인지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고성오광대놀이에는 고성주민들의 애환이 들어 있다. 고성오광대는 고성의 놀이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의 놀이이면서 세계적인 놀이이다. 그러기에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성오광대놀이를 배우려는 사람 중에서 고성의 젊은이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타 지역 젊은이들도 매료되어 열광하는 고성의 춤을 지역의 젊은이들이 등한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7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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