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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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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만면 주평마을 최길남 씨
190마리 한우 사육
수입농산물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가격은 하락하고 물가상승으로 인한 농업경영비 가와 농촌인구의 고령화, 각종 재해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문제들로 인해 농업인들은 많은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업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규모는 작지만 자신만의 노하우나 기본에 충실한 농업경영으로 시장 경쟁력을 갖춰 농가소득 향상을 꾀하고 있는 강소농이 있다. 본지에서는 고성에서 강소농이라 여겨지는 농가를 찾아 그들의 농업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지역농가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 소의 매력에 빠져 사육에 도전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중년들은자신의 집이나 남의 집에서 소 한두 마리를키우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집에서 키우는 소를 보기 힘들지만 당시 소의 모습을 봐왔던 사람들은 순하다 못해 미련할 정도의 여유가 있고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착한 눈을 가진 소의 모습을떠올리기도 한다.구만면 주평마을에서 선천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길남(34) 씨도 그런 소의 모습에반해 직접 한우를 사육하게 됐다.그가 한우를 사육한 것은 대학생 시절로거슬러 올라간다. 경상대학교 축산과를 졸업한 최 씨는 재학시절 여러 곳의 축산농장에 견학을 다니면서 재미삼아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돼지농장에서 소 두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두 마리의 소를 키우면서 돼지보다는 소를 키우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최씨는 대학교 졸업 이후 2008년 부모님이 운영하던 돼지농장을 이어받지 않고 인근에2천300㎡ 면적에 축사를 지어 소 63마리로본격적인 한우사육에 도전했다.한우사육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농장운영을 시작한 최 씨가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축사는 소들로 가득 차 190여 마리에 이르렀다. 이후부터는 190여 마리를 유지하면서연간 거세우와 암소 등 50마리 정도의 한우를 도축장에 판매해 안정적인 농가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지금의 한우가격대로라면 거세우가 900만 원, 암소가 700만 원으로 평균 마리당 800만 원으로 계산해도 어림잡아 연간 4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최 씨는 “요즘 대부분 사람들이 일에 치여 바쁘게 생활하지만 소는 정해진 시간 외에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며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는 친구들도많은데 한우사육은 다른 사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대가가 돌아온다”고 말한다.
# 조사료 자가 생산으로 어려움 극복
지금은 한우가격이 적정선에서 유지되고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료값 인상과 생산비 증가, 소고기 수입 등으로 인해한우 가격이 급락하면서 소가 돼지보다 싸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당시 한우농가에서는 한우를 키워 판매하고도 적자를 면치 못해 늘어나는 부채로인해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면서 고성의 한우농가의 30%가 사라졌다.사육을 포기한 농가들은 소규모 농가에서는 6개월 된 송아지를 비싸게 구입해 24개월간 조사료를 사서 키우다 보니 적자를 면치못해 결국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많았다.최 씨도 농가에도 가격 하락의 여파가 미쳤지만 송아지와 조사료를 자가생산해 생산비를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2014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한우가격은서서히 회복을 했고 최 씨는 현재 남부럽지않을 만큼의 농가소득을 창출하고 있다.여기에다 최 씨의 농가에서 출하하는 한우의 등급은 90% 이상이 1+이상으로 다른농가들보다 고급육 생산율이 높아 더 많은가격을 받고 있다.최 씨가 1+ 이상 등급을 받는 데에는 한우사양관리의 기본을 충실히 이행하고 미생물로 발효시켜 만든 TMF사료를 먹이는것뿐 특별한 것은 없다고 한다.
# 정성한우 브랜드로 안정적인 판로 확보
HACCP과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선천농장에서 출하되는 거세우는 전부 친환경 브랜드인 정성한우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최길남 씨는 한우를 사육하면서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추진하는 안전축산물생산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농가들은 자체적으로 고성안전축산물연구회를 조직, 이후 고성안심한우법인을 설립해 자체브랜드인 정성한우를 개발했다.정성한우는 고성읍 율대리에 위치한 제일리버스에서 도축해 바로 옆 판매점과 신세계백화점으로 판매되고 있다.농가에서는 30개월 된 한우를 협의를 통해 일정을 나눠 전주 평균 단가에 물량을공급하고 ㎏당 1+는 500원, 1++는 700원의인센티브를 받고 있다.한우가격은 출하시기에 따라 시세가 달라지기 때문에 참여 농가 중에 시세차익으로 이익과 손해를 보는 농가를 없애기 위해판매대금의 90%는 판매 당시 받아가고 나머지 10%는 적립해 2개월 동안의 평균금액을 계산해 차익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모든 농가가 균등하게 한우가격을 받는다. 공급물량도 현재 상태로는 부족해 제일리버스에서 더 요구하고 있는 상태로 판로에는 걱정도 없다고 한다. 고성안심한우법인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최길남 씨는 “한우산업이 어려워질 때를대비해 한우농가의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상품으로 정성한우 브랜드를 출시했다”며 “브랜드 개발로 유통단계를 줄여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추후 한우가격이 내려가더라도 농가에서는 가격경쟁에서 이점을 차지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평생 한우와 함께 할 것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이후 한우가격이 다소 내림세를 보이고 있고 수입소고기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한우산업의전망은 다소 어둡지만 한 번 시작한 만큼평생을 한우사육에만 전념할 생각입니다.”최길남 씨가 한우사육을 시작하면서 몇년 후 그의 부모님은 30년간 이어온 돼지사육을 그만두고 농장 문을 닫았다.현재는 방치되어 있는 돼지농장을 개보수해 최 씨는 마리수를 늘리고 농장규모를확대해 평생을 한우사육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최 씨가 한우사육에 이토록 애정을가지고 한우사육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확신에는 무조건 남편을 믿고 따라주는 든든한 아내 김정원(31) 씨가 있기 때문이다.사실 두 사람은 한우가 연을 맺어줬다. 최씨가 한우사육을 시작하면서 농장을 방문한 수의사의 소개로 김 씨를 만났기 때문.아내 김 씨도 인근 사천에서 부모님이 한우를 사육했기 때문에 최 씨가 한우사육을하는 것에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고 둘은바쁜 일정에도 틈틈이 만나면서 1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지금은 수지(6), 서현(4) 두 딸을 키우면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최 씨는 “항상 응원해주고 두 딸을 잘 키워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일 때문에 잘 놀아주지 못하는 딸들에게 미안하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고 가족들이 늘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특히 한우사육을 하면서 앞으로도 많은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그 때마다 생산비를 절감하고 우수한 등급의 한우를 생산해 극복해나갈 것이라는 최씨.
최길남 씨는 “농업농촌이 현대화되고 규모화되면서 점점 소규모 농장이 살아남기는 힘들어지고 있다”며 “그렇지만 소규모 농장끼리 힘을 합치고 단합한다면 공동구매와 공동출하로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판로를 확보해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영호·황수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