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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한 대안 ‘위기는 곧 기회다’

고성군내 소규모 학교 초등 68.4%, 중등 25%
제주 납읍초, 자연환경과 특색교육 적극 활용
공동주택 무상임대 등으로 외지 출신이 70%
거창 북상초, 문해교실 풀꽃학교 새로운 대안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06월 09일
글 싣는 순서
① 지역 공동화, 시골학교를 무너뜨리다
② 작은 학교, 교육의 기준이 되다
③ 소규모 학교에 불어넣는 새로운 희망

고성군내 전교생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는 초등학교 19개교 중 13개교로 68.4%, 중등 8개교 중 2개교로 25%다. 다시 말해 초등학교의 약 70%와 중학교 25%가 교육부 기준 통폐합 대상인 학교인 셈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학년이 낮아질수록 더 뚜렷하다. 고등학교보다는 중학교가, 중학교보다는 초등학교가 소규모화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겪고 있다.
소규모 학교의 숫자는 지역 내 인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급속한 고령화는 출산률의 저하를 불러오고 이는 곧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어진다. 취학아동이 줄어들면서 초등학교의 입학률은 감소하고, 전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소규모 학교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지역 공동화가 불러온 소규모 학교의 가속화는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 (주)고성신문사
# 소규모 학교의 모델이 된 제주 납읍초등학교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납읍초등학교는 마을 중앙을 관통하는 도로에서 100m 가량 들어가 있다. 현무암 돌담길을 따라 감귤밭이 자리잡고 있어 해마다 5월이면 귤꽃향기가 가득하다. 
금산공원은 납읍초등학교의 교정이나 다름없다. 납읍초등학교는 매년 5월이면 주민, 학부모를 초청해 ‘납읍소리울림’이라는 제목의 음악발표회를 바로 이 난대림 금산공원에서 개최하고 있다. 납읍초등학교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은 2001년 제1회 아름다운 학교 대상으로 선정된 일등공신이다.
자연 환경이 납읍초를 아름다운 학교로 만들었다면 특색 교육은 2009학년도부터 6년 동안 납읍초등학교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지정 제주형 자율학교인 i-좋은 학교로 만들었다. 납읍초등학교는 2015년부터 제주형 자율학교인 다혼디배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납읍초등학교의 전교생은 유도를 배우고 있다. 아이들이 즐기는 탁구를 위해 탁구실이 따로 마련되는 등 도시의 큰 학교에서는 공간이 모자라서도 불가능한 다양한 특활실이 들어서있다.
보통의 초등학교가 점심시간까지 각 교시당 40분씩 4교시의 수업과 세 번, 각 10분씩의 쉬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납읍초등학교는 2교시씩 두 번의 수업을 진행하고 1~2교시 80분의 수업이 끝나면 30분의 쉬는 시간 ‘블록타임’이 생긴다. 
긴 쉬는 시간동안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탁구경기 등 스포츠는 물론이고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뚝딱 읽기도 한다. 그야말로 쉬는 시간이자 자유시간을 만끽하게 하고, 이를 통해 학교생활에 더욱 재미를 붙여 자신만의 색깔로, 신명나게, 감성을 찾아가는 납읍초의 ‘자·신·감’ 교육이다.
문명자 교장은 납읍초등학교 21회 졸업생이다.
“저희 납읍 아이들은 발표회 같은 학교 행사도 알아서 하겠다고 합니다. 2시간 거리의 지역까지 어른 없이 스스로 찾아가겠다고 시내버스, 시외버스 노선들을 공부해오곤 하죠. 아이들은 자체적으로 활동하면서 자라요. 안 된다고 통제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130명 이상의 재학생으로 분교 위기에서 벗어난 납읍초등학교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전국 여느 농촌이나 그렇듯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급속도로 진행된 이촌향도는 납읍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1980년대 불어닥친 이농 열풍은 1968년 356명이었던 납읍초등학교의 전교생을 10여 년만에 96명으로 만들었다. 당시 전교생 100명 이하인 경우 분교로 지정되던 교육정책으로 인해 납읍초등학교는 1992년부터 분교장 격하 대상에 포함됐다. 1996년에는 학생수가 53명으로 줄었다. 추세대로라면 분교화 혹은 통폐합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러나 1998년 95명으로 분교화 위기에서 벗어난 납읍초등학교는 2003년에는 129명, 올해는 134명으로 늘어났다. 졸업생보다 입학생이 2배 이상 많다.
“학교 때문에 생긴 공동주택들이 많다 보니 금산학교마을, 효도마을 등 동네에서 아이들을 공동육아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자유로움 가운데 규칙을 지키며 바르게 성장하는 교육과 공동육아, 마을 공동체는 납읍초등학교는 물론 납읍리 인구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동창회원들과 주민들은 납읍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학교 살리기 운동’을 시작한 후 1991년부터 20여 년 동안 20억 원 정도의 기금을 모았다.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학교 살리기 운동은 제주도내 거주자는 물론이고 육지에서 납읍초등학교로 유학 오는 학생들까지 만들어냈다. 납읍초 재학생 중 납읍리 출신이 아닌 외지 출신은 70%에 달한다.

ⓒ (주)고성신문사
# 학생 유치 위한 파격 혜택, 학교 공동주택
납읍리는 도시민의 유치를 위해 1992년 빈집 무상임대를 시작했다. 이후 1997년부터는 학교 살리기 운동을 통해 모은 기금과 마을 공동부지를 활용해 공동주택을 지어 납읍초등학교로 전학을 희망하는 가구에 무상으로 임대하고 있다.
1997년에 이어 2002년 각 2개동 모두 31세대의 공동주택을 신축한 것은 물론 2012년에는 학교 살리기 운동 기금 15억 원, 제주도와 정부의 지원금 6억 원 등 총 2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총 24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4개동의 다가구 주택인 ‘금산학교마을’을 준공해 무상임대에 나섰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수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납읍초등학교를 선택했습니다. 교육시설도 도시 학교에 뒤지지 않고 오히려 자연환경의 보전이 아이들의 감성 발달에는 더 좋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또한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기회가 고르게 돌아갈 거란 생각도 했고요. 많은 학교들을 비교해봤지만 납읍초등학교로 마음이 기울었던 데는 공동주택 임대라는 조건도 있었죠.”
제주 도심에서 생활하던 강은옥 씨 가족은 5학년 김세훈, 2학년 동훈,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까지 아이 셋 모두가 납읍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에 재학 중이다. 남편의 모교인 납읍초등학교를 아이들의 모교로 택한 것은 납읍초의 교육환경과 특색교육, 공동주택의 무상임대를 통한 생활비 절감 등이 복합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강 씨를 비롯한 금산학교마을 입주자들은 보증금 200만 원에 연간 관리비 100만 원을 부담하고 있다. 제주시내 오피스텔 월세 비용이 연간 700~800만 원 이상을 상회하는 상황임을 볼 때 금산학교마을을 포함한 납읍초등학교 학구내 공동주택들의 임대조건은 가히 파격적이다. 
입주희망자들이 많아지면서 납읍리에서는 빈집 무상임대를 다시 추진할 정도다. 이런 납읍초등학교와 납읍리의 학교 살리기 운동은 제주도 전체에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으로 이어졌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전교생수 60명 미만인 학교가 있는 마을에서 희망할 경우 초등학생이 있는 가구에 무상임대를 조건으로 공동주택건립사업비 최대 5억 원, 빈집수리 소요예산의 70%를 지원하고 있다. 그야말로 민과 관이 합심해 학교와 마을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는 매년 늘어나는 납읍초등학교의 전교생수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납읍리사무소나 이장 등을 통해 납읍초등학교 입학을 문의하는 전화도 계속해 늘어날 뿐 아니라 마을 가구수도 전입학생수에 비례해 매년 20가구 이상 늘어나고 있다. 납읍초등학교만이 아니라 제주도내 학교들 중 곽금초등학교, 신례초등학교 등은 공동주택 건립, 빈집 수리 후 무상임대 등으로 20명이 넘는 전입학생이 들어오면서 학교와 마을이 활기를 되찾았다.

# 소규모 학교의 새로운 대안, 거창 북상초 풀꽃학교
거창 수승대를 지나 농촌이나 어촌이면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작은 학교인 북상초등학교. 그러나 지난해부터 북상초등학교는 전과는 조금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증손자뻘 학생들과 함께 등교하는 할머니 학생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할머니 학생들은 성인문해교실인 ‘풀꽃학교’ 학생들이다.
초등학교 학력 인정 성인문해교실 중 한 곳으로 선정된 북상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풀꽃학교 30여 명의 할머니 신입생들을 입학시켰다. 3년간의 단계별 교육과정을 거치면 무학 어르신들은 초등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는 3단계 한글을 공부하면서 간단한 알파벳수업, 수학수업 등도 함께 진행된다.
북상초등학교 전교생은 35명 정도다. 지역 내 1개교 유지 원칙에 따라 통폐합은 가까스로 피해갔지만 언제든 분교화나 통폐합의 위기를 안고 지낸다. 때문에 무학 어르신들의 풀꽃학교 입학이 더욱 주목받았다. 풀꽃학교 학생들은 정규수업을 모두 소화하지는 않지만 주 2회 문해교육과 함께 현장학습이나 운동회 등 교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학 어르신들은 초등학교 학력 인정과 문해교육 혜택을,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인성 교육과 소규모화의 대안 마련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아직은 초등학력 인정 문해교실에 등록한 학생들을 정식 입학생이 아닌 일종의 특별 프로그램 수강생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당장 소규모 학교들의 해갈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북상초등학교 풀꽃학교의 성공적인 운영은 향후 소규모 학교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효과적인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정식입학생으로 인정하기까지의 절차는 물론 문해강사의 과중한 업무 해소 등도 과제로 남아있다.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물론 도교육청에서도 다양한 대안들을 내놓고 있다. 소규모 학교들은 제각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그 성과를 조금씩 나타내고 있다.제주 납읍초등학교와 거창 북상초등학교를 볼 때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학교와 학부모, 주민과 관이 합심해야만 가능한 것이 바로 ‘학교 살리기’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06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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