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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사람이 오르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한다”

지리산 천왕봉 등반 소감문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7년 06월 05일
↑↑ 박수연 고성고등학교 1학년
ⓒ (주)고성신문사
초등학생 때 주말마다 아버지와 함께 고성읍내 남산을 오른 기억이 있다. 그 외 산행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고성고에 입학 후 기숙사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막상 앞두니 걱정과 설렘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평소 지리산이라고 하면 가을에 빨간색, 초록색의 조화가 완벽한 곳으로 상상해왔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함께 오른 지리산의 초여름은 내가 생각한 천왕봉과는 많이 달랐다. 울창하고 시원한 느낌이 물씬 들었다.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땐 선배들이 ‘힘들어도 의외로 재미있었다’라고 한 말이 떠올라 더더욱 정상의 모습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입구까지 가는데 자리가 없어서 이리저리 엉겨 붙어 서로 더워했지만 이내 버스 옆 창문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렇게 버스를 뒤로하고 힘든 산행의 첫발을 내딛었을 때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설렜다. 특히 산행 도중 더욱 들뜨게 만드는 것은 귀 속으로 파고드는 계곡의 물 소리였다. 계곡은 희끗희끗 나무에 가려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땀으로 젖어버린 내 몸을 이래저래 굴리고 싶었다. 계곡을 뒤로하고 올라가던 중 많은 등산객들을 만났다. 등산하는 분을 바라보니 정말 멋이 있어 보였다. 산 속에서의 만남은 다른 때의 만남보다 더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나이나 성별 재력과 능력과 관계없이 정말 순수하게 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끼리만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상춘객들과 이런저런 인사와 음식 등을 나누고 교환하니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졌다. 쉬어서 주변을 바라보기도 하고 아직 더 남은 길을 위해 기력을 보충하기도 했다. 처음에 함께 출발했던 친구들이 다 지나쳐가고 뒤로 쳐져 있을 땐 조금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서둘러 가다가 힘들어 조금 걷다보니 서둘러가는 것보다 천천히 주변을 즐기면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조급한 마음은 싹 사라지고 오롯이 나의 산행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대피소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점심을 먹고 천왕봉으로 간다고 마음 먹고 중간쯤 가니 지쳐버린 나를 발견할 수이 있었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생각났다. 시작을 했으니 끝을 맺어야겠다는 생각에 선생님의 도움으로 쉬어가며 천왕봉에 오를 수 있었다. 지리산의 뜻이 어리석은 사람이 오르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도착해서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끈기도 없고 도전하려하는 마음이 부족했는데 도착하고 나니 한층 더 ‘내가 성장했구나’, ‘드디어 극복했구나’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살면서 지리산에 올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보면 바쁜 일상과 함께 학업에 지쳐 기회가 없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막상 산행에 나서니 가슴이 벅차 올랐다. 지리산 등반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계를 더 넓혀가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나 자신도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끝까지 자신을 믿으면서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 지난달 26일 고성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지리산 등반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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