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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덕에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합니다”

장구치고 노래하며 춤추는
마을 분위기 메이커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간호사 생활 접고
보건진료소행
:
약물 오남용 걱정에
곰돌이 그려가며 복약지도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06월 05일
ⓒ (주)고성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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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마다 부정과 불만이 주렁주렁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 한 마디만으로도 주변을 화사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5월 중순, 하일면의 촌부 한 명이 신문사를 찾아왔다. 이렇게 주민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젊은 나이에 할머니 할아버지뻘과 어울려 마을 분위기 메이커가 되는 참 예쁜 사람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이었다. 
부산에서 하일로 귀농한 김상경 씨는 ‘그녀’ 덕분에 낯선 시골마을에 적응하기가 한결 수월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그녀’가 있어서 마을에 활기가 돈다고도 했다.공무원이니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에 미루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뭐가 그렇게 예쁜지. “간호사로 근무할 때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노년 자살을 볼 때면 참담했습니다.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99살 된 할머니를 마주한 적이 있어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유서를 보고 노년이 행복할 수는 없는 건가 생각했습니다.
”하일면 수태보건진료소 박하나 소장은 2015년 7월 보건공무원이 되기 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간호사로 6년 4개월을 근무했다. 죽음을 누구보다 많이 겪을 수밖에 없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3교대로 바쁘게 일하면서도 ‘행복한 노년’에 대한 고민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대학시절부터 생각해왔던 보건진료소행을 결심했다. 99세 할머니의 자살은 박하나 소장을 높은 연봉과 누구든 알아주는 직장, 도시의 생활 대신 시골의 작은 보건진료소로 이끌었다.“
어느 날엔가 마을회관에 갔더니 장구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장구를 치면서 노래도 하고 춤도 덩실덩실 췄어요. 어르신들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더라고요. 그냥 저를 내려놓으니까 어르신들이 예뻐하시고 그래서 저는 더 신나게 놀고, 그게 전부예요. 내 할머니, 외할머니라고 생각하면 힘들 건 하나도 없어요.”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이 어르신들을 대하는 일이다. 귀도 잘 들리지 않을 테고, 두 세대를 건너뛰었으니 세대차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도 박하나 소장은 오히려 어르신들을 대하는 일이 즐겁다. 주민들이 행복해하는 모습, 고맙다는 말 한 마디가 그녀의 비타민이다.젊은 사람이 도시의 삶을 포기하고 시골행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남들이 알아주는 좋은 직장을 다니던 그녀이기 때문에 불쑥불쑥 후회가 찾아오진 않았을까.
“가끔 혼자 진료소에 남아있을 때면 병원생활이 잠깐씩 떠오르기는 하죠. 하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제 꿈이었고, 꿈을 이뤘고, 제 선택인데 후회가 왜 되나요.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그저 즐겁기만 한데요. ”2013년, 잘 다니던 병원에 사직서를 낼 때 지인들은 참 잘 어울린다고, 박하나다운 선택이라고들 했다. 늘 딸의 선택을 지지하는 어머니는 물론이고, 처음에는 딸을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도 이제는 든든한 응원군이다.박하나 소장은 오늘도 약봉투에 곰돌이를 그린다. 그리고 어깨에, 머리에 표시를 해둔다. 혹시라도 어르신들이 글자를 모르거나, 약을 잘못 먹을까 봐, 약물 오남용이 걱정되는 마음에 반듯한 글자 대신 어설픈 곰돌이를 그려 표시해두는 것이다.
그녀는 언제든 출동 준비 완료 상태다. 업무가 다 끝나고도 주민들이 부르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러면서 말한다. 배가 고파서, 밥 한 끼 얻어먹으러 왔다고. 실은 주민들을 살피는 시간인데도 말이다.“수태보건진료소에서 힘든 건 딱 하나예요. 지네! 지네 말곤 저를 힘들게 하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주민들이 늘 예뻐해주시니 감사하고, 고맙다 해주시니 또 감사하고, 주민들 건강을 제가 지킬 수 있으니 또또 감사하죠. 어르신들 덕분에 늘 행복합니다.”항상 주민들 속에서 웃고 있는 그녀, 하일면 수태보건진료소 박하나 소장. 그녀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하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할 사람이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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