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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60주년을 맞이하여

최관호 고성신문 독자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7년 04월 21일
ⓒ (주)고성신문사
사람이 태어나서 결혼하여 부부가 함께 60주년을 넘기며 그나마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태어난 마을에서는 아마도 처음인가 싶다. 오늘의 이 영광을 나의 후대 아들, 딸, 며느리, 사위에게 돌리고 싶다. 그러나 누구보다 먼저, 지난 60년동안 한결같이 옆자리를 지켜온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나는 20대 초반에 늦깎이로 고등학교를 졸업해 중반에 결혼하고 해군에 입대해 36개월의 군복무 후 사회생활의 첫 발을 딛게 됐다. 농촌에서 태어난지라 그 가난하고 지질하게 굶주리던 농민이 되기 싫어 생각 끝에 좀 더 발전적이라고 생각한 공무원 생활에 입문해 50대 후반에 퇴직했다. 
이후가 내 인생 2막의 시작이었는데, 젊은 시절 할 것은 다 해보고 이제 무엇을 해보나 싶었던 인생 후막을 더듬어본다. 이순에 한우사육을 시작했다가 한우보다 소득이 나은 젖소를 키워보기로 결심하고, 선진 낙농인에게 송아지 기르는 것부터 시작해 수정, 분만, 착유, 조사료 재배제조과정까지 일일이 배우고 전수받아 낙농업을 시작한 후 만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젖소와 씨름했다. 젖소를 기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먹이주고 착유부터 시작해 온종일 노동에 시달리며 밤 11시에 2차 착유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 곯아떨어지는 것이 그 시절 낙농업이었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수입면으로 보아 젖소보다 높은 소득은 없는 것 같았다. 젊었을 때에는 부산에서 양초공장 일이며 막노동도 해봤다. 농촌 생활을 하면서 안 해본 게 없다. 닭도 키워보고 오리도 키워보고 개와 토끼, 한우, 육우, 젖소 등 사육 안 해 본 것이 별로 없으며 감나무, 대추나무, 유자나무, 매실나무, 산수유, 아로니아, 오미자, 고로쇠, 개암나무, 호두나무, 비타민나무, 블루베리, 울금, 더덕, 도라지, 맥문동, 방풍, 참취, 곰취, 야콘, 라벤더 등등 소득이 된다는 식물이나 약초는 재배해볼 만한 것들은 평생 경험으로 체험했다.칠순이 넘어서는 마을 이장으로 활동하며 농촌체험마을도 운영해봤다.
드디어 어렵고 힘들었던 지난날의 결실이 맺히기 시작했다. 나의 전원에는 산수유, 오미자, 아로니아, 녹차와 개암, 호두나무에서 작년부터 결실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비록 이것이 억대의 재산이 아니어도 오늘을 살아온 보람 아닌가? 이 모든 것이 60년동안 고락을 함께한 아내가 없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허리 한 번 펼 새 없이 농사를 짓고 집안일을 하는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이다.여든넷 인생역정 그리고 아내와의 60년 여정을 일일이 어찌 다 기록하랴만 그래도 아쉬움이 있어 남기고픈 몇 가지를 덧붙인다. 
ⓒ (주)고성신문사
아내와의 사이에서 자녀는 아들 셋, 딸 둘 모두 오남매를 두었으나 큰아들과 둘째딸은 잃었다. 예로부터 3남2녀는 하늘이 주는 복이라 하였는데 나는 그 복을 다 지키지 못하고 2남1녀만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만족한다. (우리의 택호는 삼복이다.)손자는 모두 여섯인데 친손자가 셋이고, 귀하고 예쁜 공주 손녀가 하나 있으며, 외손자 둘까지 합해 여섯을 뒀으니 다복하다. 큰 외손자는 서울대학교 졸업반이니 자랑할 만 하다.군대생활은 해군 한국함대사령부 행정참모실에서 복무했다. 공직생활은 대가면, 하일면, 영현면, 거제군 둔덕면, 고성군 동해면, 고성군청 농림과, 건설과, 재무과, 산림과에서 근무했으나 출세는 하지 못하고 계장으로 퇴직했다.지난 팔순 기념일에는 회고록을 발간해 마을주민들과 친지들에게 나눠드렸다. 
비바람, 눈서리 모질고 험한 풍파 다 겪은 한 많은 세월들을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으랴.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는 없다. 앞으로 더 바람이 있다면 능력과 힘이 있을 때까지는 사회와 가정을 위해 더욱 창의적이고 보람찬 일을 하고 싶을 따름이다. 이것이 공자가 말하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아닌가.사랑하는 아내 이복순 씨와의 결혼 60주년을 맞아 80년 넘는 인생을 되돌아봤다. “물고기를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자손들에게 가르쳐준다”는 유태민족의 슬기와 교훈을 거울삼아 은은히 풍기는 값진 전원의 향기, 그리고 늘 머릿수건을 쓰고 들에서 바삐 손을 놀리는 부지런한 아내 이복순 씨의 아름다운 땀 냄새를 자손들에게 전하고 싶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7년 0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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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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