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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가르치는 사회

이진만 철성중학교 수석교사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6년 12월 30일
ⓒ (주)고성신문사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어수선한 요즈음 어느 교수가 흘린 눈물이 화두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청문회에 참석한 이화여대 김혜숙 교수가 농
성 중이던 학생들을 경찰이 강제로 진압하는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그 모습이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하여 청문회에 참가한 관계자 모두가 거짓말로 면피하기에 급급한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끈 것이다. 그리고 교단으로 돌아간 김 교수는 ‘교수신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도덕’이 한갓 겉치장으로도 힘을 잃어가는 사회, 사람들이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공직에서 물러나는 일이 희소해지는 사회, 증거를 내밀어도 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으면 부인하는 사회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이며, 교수는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
돈과 권력의 부역자가 된 속물 인간들, 특히 도덕을 가르쳐야 할 교직자들의 부도덕성을 보면서, ‘정의’가 사라진 사회에서 민주 사회를 살아가야 할 시민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자의 고민을 느낄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비극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김 교수가 이제야 알았다면 정말 순진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경우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언제나 그런 고민에 빠져 있었다. 특히 정치나 사회 지도자들의 부도덕성은 교육에 정말 나쁜 본보기였다. 아이들은 나라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비리가 클수록 더 많은 권력과 지위를 얻는 것을 보았다. 
고위관료 청문회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비리가 많은 사람인 것이 드러나도 버젓이 국무총리도 하고 장관도 하는 것을 보았다.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 ‘올곧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으랴. 말 바꾸기와 거짓말이 무성한 청문회를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을 끄라고만 할 수 없지 않는가?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잡아떼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김추자’라는 사람이 부른 ‘거짓말이야’라는 노래이다. 
김추자는 1970년 초에 ‘한국의 디바’로 불리던 대형 가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의 오랜 군부 독재로 인한 인권 침해와 경제적 성장통이 가져다준 피로감이 더해져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는데 때맞추어 방송에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수와 노래가 등장했다. 현란한 춤과 함께 무대를 뒤흔든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라는 노래였다.
이 노래는 나오자마자 사람들의 화두가 되었다. 그때까지 불리던 노래와는 완전히 다른 장르였다. 무대 매너도 그랬지만 노래 가사는 더욱 그랬다. 이전까지는 가수들이 주로 무대 가운데 다소곳하게 서서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노래를 불렀다면 김추자는 그게 아니었다. 젊은 여성이 엉덩이를 흔들며 무대를 뛰어다니는 모습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낯선 풍경으로 시청자들에게는 충격이었다. 
게다가 노래 가사까지 이전의 것과 달랐다. 경쾌한 리듬과 ‘거짓말이야~’로 반복되는 노랫말은 저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도둑놈 제 발 저리다고 할까? 박정희 정권은 그 노래에서 대통령을 비방하는 불순한(?) 의미를 찾아냈다. 그리고 사회 불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를 들어 금지곡으로 지정해 버렸다.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이별도 거짓말.”
그랬다. 모두가 거짓말이었다.박정희 대통령은 1961년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한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거짓말이었다. 1963년에는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역시 거짓말이었다. 1967년에는 3선 개헌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다시 거짓말이었다. 1971년 대선 유세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말 역시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1972년에 유신헌법을 만들면서 이제는 거짓말을 않아도 긴급조치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정지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세상은 참 아이러니한 것이다. 그로부터 시간은 40년이 넘어 독재자의 딸이 국가의 최고지도자로 부활한 시대에 다시 거짓말 공화국이 재현되고 있다. 박근혜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 시절에 자주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돌봐야 할 가족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습니다. 저에게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이 가족이고, 국민 행복만이 제가 정치를 하는 유일한 이유입니다.”
부모를 모두 흉탄에 잃고 가족과도 인연을 끊고 사는 사람이 무슨 욕심이 있겠느냐는 말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리고 ‘제게는 오직 국가와 국익만 있을 뿐’이라는 박근혜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비록 독재를 했지만 경제를 부흥시킨 대통령이라고 평가받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나라를 경제대국으로 잘 이끌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국민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대통령이 되겠습니다.
2012년에 박근혜가 대통령 당선 인사로 했던 말이다. 그런데 막상 대통령으로 만난 박근혜의 모습은 평소에 했던 말과 너무나 달랐다. 생각해 보라. 약속을 실천하는 대통령이 지킨 공약은 몇 개나 될까? 노인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반값 등록금, 고등학교 무상교육 시행,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 교실운영,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책임, 의료비 본인부담 상환 50만 원으로 인하,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비정규직 폐지 등 그의 굵직한 약속은 임기가 4년이 지나간 지금도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 외에도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실시, 학급당 학생 수 OECD 수준으로 개선, 기초생활 개정으로 빈곤 사각지대 완화,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군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 상설특검제 도입 등……. 모두가 반드시 지키겠다고 국민들에게 한 약속이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혀져가고 있는 정책들이다.
그랬다. 지금까지 했던 말들은 모두가 거짓말이었다. 박근혜는 진실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식으로 덮여있는 사람이었다. ‘대한민국과 결혼을 했다’는 말도 거짓말이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온갖 방법으로 비리를 일으킨 사람일 뿐이었다. 그리고 ‘물러나라’는 국민들과 맞서 자리 지키기에 연연하는 사람일 뿐이다.
거짓말 행진곡은 박근혜만 부르고 있는 노래가 아니다. 유유상종이라고 할까? 골라도 어떻게 그런 사람만 고를 수 있을까 하고 의아했던 그 수족들, 대통령의 곁에 머물렀던 보좌관들이나 장·차관들 모두가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뒤늦게 비리가 드러나 오직 면피를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나쁜 어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그런 모습이 사회생활을 배우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사회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그들에게서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어느 한 개인만의 고민이 아니다. 반사회적인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교육자가 김 교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 모두의 고민이자 눈물이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노래가 다시 히트를 칠까 두렵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올바름이 무엇인지 가르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는 병든 사회를 풍자하는 노래가 불리지 않도록, 이번 탄핵 사건이 우리 사회의 썩은 환부를 들어내고 정의롭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주춧돌이 되기를 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6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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