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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냉정한 궤도 위에서 꽃의 소리를 듣다

동해면 양촌리 출신 황선태 향우
2월 등단 후 처녀시집 ‘꽃길의 목소리’ 출간
서울동부 검사장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 역임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12월 16일
ⓒ (주)고성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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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냉정하다. 논리와 정의로 사람을 구하는 것이 법이라면, 시는 감성을 보듬고 마음을 쓸어주는 또 다른 구원이다. 참으로 상반되지만 또한 참으로 닮은 것이 법과 시다. 법조문을 외던 청년은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 고향과 꽃과 세상을 노래한다. 
동해면 출신 황선태 향우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육군 법무관, 청주 대전 광주 서울동부 검사장에다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를 거쳐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까지 다 읊자면 숨 가쁜 성공가도를 달려온, 수재 중의 수재다. 그러니까 삶의 절반도 훨씬 넘는 동안 법전만 끼고 살던 사람인데, 고희를 앞두고 올해 2월 덜컥 시인으로 등단하더니 이번에는 처녀시집 ‘꽃길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놨다.
“법조인으로서 다소 엄격한 틀 속의 생활이지만 틈을 내어 아름다운 자연과 소중한 생명을 사랑하고 고마워하고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돈에는 돈 냄새가 난다지만
법에 무슨 냄새가 있다고
내 몸에 법 냄새가 난다고 하나?
그대 마음에 냄새가 나는 거지
<내 몸에 법 냄새? 중>

작가에겐 책 냄새가 나고 교사에겐 분필 냄새가 나고 법조인에겐 법 냄새가 난다. 그런데 그는 법 냄새 풍기지 않으려 수십 년을 향수를 뿌리며 살았다고 고백한다. 
꽃길만 걸었을 법한 70 평생 중 법조인으로만 근 50년을 살아와놓고, 그는 법조인의 냄새를 벗고 시인의 향그러운 마음을 가지려 한다.
아버지는 교육자였고, 아버지는 그의 롤모델이었다. 소년 황선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육자의 길을 걷고자 했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법조인이 되길 바랐다. 그는 너무도 당연한 듯 서울대학교 법대를 택했고 아버지가 바란 것처럼 검사가 됐다.
문장력은 어찌 보면 문장을 꾸며내는 기술이다. 그러나 감성은 훈련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타고난 그리고 자라온 환경이 후일의 감성을 만들어낸다. 
그는 아버지가 작사한 교가를 부르며 자랐다. 그리고 동해면 양촌리 출신이다. 타고나길 아버지의 작가적 기질을 타고 났는데 어린 시절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자란 덕에 감성이 다듬어졌다. 그리고 후에는 법조인의 길을 걸으며 감정을 절제하는 훈련도 절로 된 셈이다. 삶의 궤도에 있는 모든 것이 그를, 시인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70년을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삶이 커다란 도화지라면 이제 여백이 아주 조금 남았겠지요. 옛말에 덕은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덕향만리·德香萬里)고 했습니다. 덕은 학식이나 재산으로 쌓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제 도화지 위의 여백은 귀퉁이가 아니라 정중앙입니다. 여백을 덕으로, 향으로 채우기 위해 꽃과 자연,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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