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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라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6년 12월 09일
ⓒ (주)고성신문사
이진만 철성중학교 수석교사

“여유 시간이 생겼는데 어디로 가지?”
청소년들은 고민스럽다. 학원에 가기 전에 저녁 식사 시간을 겸한 자투리 시간이 생긴
. 학원 가까운 분식점에서 컵라면 하나를 먹고 나면 잠깐 뛰놀거나 휴식을 취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다. 갈 만한 곳이라고는 기껏해야 노래방 아니면 PC방 정도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학원을 중심으로 공부를 위한 시설은 많은데 비해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청소년 문화공간은 아예 없다. 그러다보니 학원 계단이나 은밀한 공간에 쭈그리고 앉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음란물에 접속하는 등 탈선의 시간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구석진 곳에서 흡연을 배우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갈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 절실한데도 불구하고 고성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 그러다가 일탈이 생기면 청소년 개인의 잘못으로 돌린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 일부 어른들에게는 청소년은 ‘미완의 인격’이라기보다는 ‘배우는 학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리고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등식 아래 24시간을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것으로 안다. 
문제는 청소년들의 놀이나 휴식이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징검다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인식 때문에 놀이나 휴식은 배부른 돼지들의 노래로 치부해 버린다. 
놀이나 휴식은 공부와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행여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놀이나 휴식은 청소년들이 사회생활을 배우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놀이를 통해 규칙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우고, 휴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며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 
놀이나 휴식은 교육의 일부이다. 그러기에 거리나 음지를 떠도는 아이들을 거둘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절실하다.
그동안 고성군은 자녀 교육을 위해 대도시로 떠나는 가족들을 주저앉히고 인재 배출의 도시로서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2010년 민선 5기로 재당선된 이학렬 군수는 군정 슬로건을 ‘명품 교육 도시 고성’을 내세웠다. 교육발전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고, 미국 유학 권장이나 인재 스쿨의 운영 등 몇 가지 대안이 나와 시행되었다. 
그러나 나름 소득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외지인들이 교육을 위해 고성을 찾아오는 역주행은 없었다. 시행된 사업들이 주로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강화했을 뿐 유아 및 어린이들을 위한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교육’이 아니어서 소리만 요란할 뿐 내실은 별로 없었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정작 필요한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공간 확충은 소홀하였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이학렬 군수 이후에 하학렬 군수를 거쳐 현재의 최평호 군수까지 이르고 있지만 명품 교육 도시 건설이라는 염원은 끝나지 않았다. 
인재의 도시라 불리는 고성답게 최고의 교육 여건을 갖춘 곳으로 발돋움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런데 이처럼 교육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고성에 제대로 된 청소년 공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마련에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의 ‘청개구리’나 ‘토닥토닥’, 성남의 ‘둥지’, 양평의 ‘와락’, 군포의 ‘휴(休)카페’ 등 많은 지역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고성군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거의 없다. 몇 년 전부터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청소년공간협의회’라는 사회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게 고작이다. 
지난해 10월 최평호 현 군수가 부임한 후, ‘청소년공간협의회’를 비롯한 일부 주민들은 청소년 공간 확보의 방안으로 구 농업기술센터의 활용을 제안했고 군수가 이를 수락한 바가 있다. 그리고 주민들로부터는 공유재산 관리 면에서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고성군은 매각을 철회하고 103억 원을 투입하여 도심 공원을 겸한 주민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 되도록 계획을 수정했다. 
그러나 불과 몇 달도 안되어 이 결정은 다시 뒤집혀졌다. 며칠 전 의회에서 가진 2016 행정사무감사에서 매각을 하는 방향으로 번복된 것이다.
우선 구 농업기술센터의 관리에 대한 고성군 의원들의 생각부터 짚어보자. 다수의 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시설의 매각이다. 오래 전에 매각으로 결정되었던 사항이라며 관리계획 변경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원들의 추궁에 담당과장은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참 난감한 상황이다. 
시설의 매각 철회에 문제가 있었다면 최 군수가 청소년 공간으로 약속한 당시에 문제를 제기해야 했다. 그리고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군수가 지시한 사항을 수행해야 할 일개 과장이 허락도 없이 군수의 약속을 뒤집었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공판을 앞두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최 군수의 지위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또한 의원들은 청소년 공간처럼 실익이 없는 사업보다는 농민들이나 상공인 등 주민에게 실익이 되는 사업이 우선이라고 했다. 주민들의 궁핍한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는 의원들의 말씀은 정말 옳은 말이다. 주민들을 위한 의원들의 배려심이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러나 그들의 말대로 혈세의 사용에 있어 정말 주민들의 실익에 맞추어 공정하게 배분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군비 걱정과 건립만 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일부 시설물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는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의원들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모순을 모른다. 실제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많은 사안이 그들의 발의나 묵인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심지어 모 의원은 ‘이미 결정된 사항을 번복하는 것은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작 본인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지난 한 해 동안 주민들의 분열이 있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주민들의 실익은 무엇인가? 청소년들에 대한 투자는 실익이 아니란 말인가? 괴이한 논리이다. 설사 사업에 있어 우선순위가 있다는 그들의 논리를 백번 이해한다고 하면 순위에 밀리는 청소년 지원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고성은 청소년 공간이 절실하다. 타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문화 시설마저 부족한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일부러라도 땅을 구입하여 청소년들에게 놀이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할 판이다. 이번 기회에 매각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언제쯤 어떤 규모로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구 농업기술센터는 싼 값에 기존의 시설을 팔고 언젠가는 더 많은 돈을 들여 청소년 공간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는 것보다 공유재산 관리 측면에서 더 매력적이라는 데서 나온 제안이다. 그러기에 지방자치단체에서 더 많은 돈을 들여 청소년들을 위한 멋진 공간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한다면 매각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교육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교육은 눈앞에 보이는 실익을 따지는 상품이 아니다.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고성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청소년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 달라. 교육 문제만은 갈등이 아닌 소통으로 주민 모두가 함께 가야 한다. 
가능하다면 구 농업기술센터 관리 문제는 기왕의 결정을 번복하는 일이 있더라도 청소년 공간으로 관리 변경하여 고성을 책임질 청소년들에 대한 선물 차원으로 통 크게 베풀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의원들에게 드릴 말씀은 청소년들도 고성 주민임을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투표권이 없지만 곧 다가올 미래에는 당신들을 선택할 권리를 가지는 유권자임을 꼭 기억해 달라.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6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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