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양계농가, 변화가 필요하다
글 싣는 순서
① 양계농가 가격하락과 AI 등 위기를 맞다
② 스마트농업으로 생산성 높인 산청 늘푸른농장
③ 동물복지인증 유정란 생산하는 양산 유락농원
④ 자연과 동물이 하나되는 농장 하동 청솔원
⑤ 고성의 양계농가 위기 극복을 위한 발걸음
해가 거듭될수록 양계농가는 과잉생산과 가격하락, 폭염으로 인한 폐사가 늘어나는 등 농장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성군에는 지난해 기준 육계와 산란계 등 447농가에서 약 66만7천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의 양계농가에서는 지난해 AI발생으로 인한 피해와 올해 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닭고기와 계란 가격하락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달 지속되는 폭염으로 닭의 폐사가 늘고 복날 등이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닭고기와 계란 가격이 반짝 올랐지만 추석 이후 다시 평년 가격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양계농가에서는 언제 또 가격이 내릴지 몰라 걱정이 많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고자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삼은축산과 제일농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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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삼은축산 박이도 공동대표가 엘리베이터 방식에서 리프트 방식으로 계란 운반 설비를 변경한 후 계란 파손율이 급격히 줄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
ⓒ (주)고성신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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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속에서 문을 연 삼은축산
거류면 은월리에 위치한 삼은축산은 박이도(67)·김재기(58)·박용삼(57) 공동대표가 1992년부터 25년 간 산란계 농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현재 농장은 부지면적 4천600㎡에 2동의 계사에서 10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으며, 산란율은 평균 80%로 일일 8만개 정도의 계란이 생산돼 전량 부산시 소재 오경농장으로 전량 납품하고 있다.
삼은축산에서 생산되는 계란 판매액은 연간 15억 원에 달하지만 사료비와 병아리 입식 비용 등을 제외하면 벌어들이는 수익은 많지는 않다고 한다.
이들이 처음부터 산란계 농장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7명이 돈을 모아 육계농장을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는 통닭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육계소비가 많았고 초기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 돈을 벌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육계사육이 호황을 누리자 너도나도 육계사육에 뛰어들면서 갑작스레 늘어난 물량 때문에 자연스레 가격은 떨어지고 결국 이들의 육계농장은 빚만 떠안은 채 문을 닫게 됐다.
이들은 육계사육의 실패로 한 번의 위기를 맞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양계사업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역특화사업으로 산란계 농장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산란계 농장을 둘러보고 벤치마킹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거쳐 당시 최신식 시설로 지금의 삼은축산을 시작하게 됐다.
초기에는 농장을 건립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자신들뿐만 아니라 친척들에게까지 보증을 부탁하며 은행에 빚을 내어 농장을 조성하고 계란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은 전부 은행의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
이후 어느 정도 농장 운영이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발생된 수익은 대표들이 일부는 월급형식으로 나눠 갖고 나머지 수익금은 다시 시설에 재투자하는 형식으로 지속해서 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AI 발생 이후 또 한 차례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재투자해 최신식 현대화시설로 농장을 재정비하고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농장은 스마트팜 시설로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스마트폰으로도 온·습도조절과 사료급여가 가능토록 개선했다.
또 기존에 엘리베이터 형식으로 생산된 계란을 집하장까지 운반했지만 계란의 파손율이 높아 리프트 형식으로 바꾸면서 계란 파손율을 줄여 소득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박이도 대표는 “예전에는 엘리베이터 형식으로 계란을 이동시키다 보니 깨지는 계란이 많았지만 시설을 바꾸고 나니 깨지는 계란이 하나도 없어졌다”면서 “이로 인해 연간 계란 파손으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액을 줄일 수 있어 시설투자비용에 대비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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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제일농장 오실태 대표가 현대화 시설로 개선한 계사의 내부를 볼 수 있는 CCTV 모니터를 보면서 방안에서도 계사의 온습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
ⓒ (주)고성신문사 |
| # 직접 육계를 판매하는 제일농장
대가면 송계리에 위치한 제일농장 오실태(54) 대표는 대를 이어 육계를 사육해오고 있다.
오 대표는 지난 1989년 아버지가 운영해오던 농장을 이어받아 육계농가에서는 드물게 계열회사에 위탁하지 않고 자신이 키운 닭을 직접 판매를 해오고 있다.
제일농장은 대지면적 9천200㎡에 계사 4개동 3천185㎡에서 약 6만 마리의 닭이 사육하고 있으며,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노후화된 계사 2동과 퇴비사 2동 등 총 4개동을 현대화 시설로 교체했다.
지금은 현대화 시설과 예전 시설 계사 2동씩을 운영하고 있으며, 2동도 마저 현대화시설로 개선하려고 했지만 공사와 관련 민원이 발생해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오 대표는 최신식 계사와 예전 계사에서 노동력과 생산성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어 향후 2개 동도 현대화시설로 개선할 계획이다.
이처럼 현대화 시설로 탈바꿈한 데는 예전 계사에서는 올해처럼 폭염이 오면 온도 조절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이로 인해 초창기에는 전체 닭의 30%가 더위 때문에 폐사당해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오실태 대표는 “현대화 시설에는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을 고려하고 노후를 생각한다면 투자하는 것이 맞다”면서 “현대화시설과 기존의 계사를 비교해보면 향후 투자한 돈 이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보통 현대화 시설에서 육계를 사육하는 농가에서는 평균 6회에 걸쳐 닭을 입식하고 출하하고 있지만 제일농장에서는 보통 2~4회밖에 출하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닭을 위탁 사육하는 농가에서는 닭을 키운 후 납품하면 끝이 나지만 제일농장에서는 사육된 닭을 직접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회전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오실태 대표는 “육계농가의 90% 이상이 계열농장으로, 회사로부터 위탁받아 사육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위탁사육을 안전하게 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 반면 많은 수익을 올리기는 힘들다”면서 “위탁농가에서 연 6회전을 통해 수수료를 받는 것과 가격대를 잘 맞춰 직접 판매를 하면 연 3회전만 해도 남는 수익이 더 많을 때도 있다”고 직접 판매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제일농장에서 생산된 닭은 대부분 진주시 일원에 오프라인으로 판매를 하고 있으며, 온라인의 경우 물류비가 비싸 경쟁력이 떨어져 현재는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오실태 대표는 향후 지금의 사육방식에서 벗어나 동물복지인증을 받고 기능성 육계를 생산해 판매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가슴살 부위 등은 건강식품으로 개발해 판매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삼은축산과 제일농장 등 고성의 양계농가 중에서도 규모가 있는 농가들도 시설에 재투자를 통해 시설을 개선하고 사육방식도 변화를 주고 있다.
앞으로 고성의 양계농가가 무한 경쟁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되살린 삼은축산”
박이도 삼은축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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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질병의 청정지역이라 불려오던 고성의 한 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되면서 그 여파로 인근에 위치해있던 삼은축산에서는 사육 중이던 10만 마리에 가까운 닭들을 땅속에 파묻는 피해를 입었다.
삼은축산에서는 AI가 발생되자 확산되지 않도록 밤낮으로 매일 방역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사료와 계란의 반출입이 금지되면서 생산된 계란은 전량 삶아서 땅속에 파묻어 오다 점점 피해규모가 커지고 삶은 계란을 땅속에 파묻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까마귀 등 다른 철새들이 농장주변을 찾아와 결국 경남도와 고성군의 권유로 피땀 흘려 키워오던 닭들을 모두 살처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후 AI여파로 몇 개월 간 병아리를 입식하지 못해 당연히 수익이 없었고 박이도 대표는 그동안 모은 수익으로 대출금의 이자를 갚아나가는데 급급했다.
이들의 이러한 아픔은 모른 채 항간에는 살처분을 통해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보상금을 받아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박이도 대표는 “당시 피해보상금액으로 10억8천여만 원을 받았지만 이는 21주령 닭과 59주령 닭의 피해보상금액과 AI 발생으로 인해 판매하지 못한 계란을 땅에 파묻는 작업을 통해 발생된 피해금액과 잔여 사료폐기 금액 등을 합한 것”이라며 “만약 AI가 발생되지 않았더라면 피해보상 금액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피해보상금은 전액 병아리 재입식과 사료구입, 계사청소 및 소독, 백신 등의 구입비용으로 사용했다”며 “이러한 금액을 다 합하면 보상금보다 더 많은 돈이 지출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러한 내용도 모른 채 주변에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지만 재입식까지 돈을 벌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면 농가에서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데 사람들은 피해보상금액만 보고 판단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AI 발생으로 인한 피해와 남들의 오해의 눈에도 박이도 대표 등은 농장을 보다 현대화시설로 개선하고 병아리를 입식해 다시 계란 생산에 전념하고 있다.
박이도 대표는 “양계농장을 운영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렇다고 포기를 했다면 지금의 삼은축산은 없었을 것”이라며 “현재의 어려움 보다는 밝은 미래를 내다보고 농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생산 가공 체험까지 6차산업으로 변화를 꿈꾸다”
오실태 제일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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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농장은 현대화시설에서 생산되는 육계의 판로가 확보가 되면 향후에는 기존의 사육방식에서 벗어나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기능성 육계생산에 전념할 계획이다.
오실태 대표는 “현재 시설에서는 위탁사육을 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더 좋은 먹거리 생산과 농가수익 향상을 위해 도전을 해보고 싶다”면서 “우선 틈새시장을 겨냥해 기능성 닭을 사육하고 판로를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생산된 닭을 직접 가공을 통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판매가 저조한 가슴살 부위 등은 건강식품으로 특화된 상품으로 개발해 판매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진주시에 가공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오실태 대표는 아직까지 회사단위로 유통되는 닭 상품과의 경쟁에서 밀려 가공공장은 가동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기능성 닭을 생산하게 되면 가공공장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그 이후에는 고객들이 직접 농장을 방문해 닭이 사육되는 모습을 보고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도 개발해 고객들이 농장에서 하루를 즐길 수 있도록 농장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실태 대표는 “농가에서 1차 생산에만 전념한다면 향후 농장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농장의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한 번에 시도하기는 어렵겠지만 하나하나씩 준비단계를 거쳐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향후에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육계농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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