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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합천군 용주면 방곡리에 위치한 로가닉파크에 이사온 하동 청솔원의 닭들이 오후 사료를 먹고 계사에서 힘차게 뛰어나오고 있다. |
ⓒ (주)고성신문사 |
| 이제는 우리가 먹기 위해 기르는 가축들에게도 기본적인 복지를 제공받으면서 친환경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건강하게 사육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동물복지인증농가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을 비교적 비싼 가격임에도 선호한다.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돼지·닭·오리농장 등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하고 인증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가가 100여 곳이 있으며, 이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물복지인증 농가 중에서도 국내에서 첫 인증을 획득한 농가는 방사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는 하동 청솔원영농조합법인이다.
청솔원은 정진후(54) 대표가 자연방사방식으로 닭 1만7천여 마리를 사육하면서 연간 300만 개의 방사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청솔원은 전국 최초로 실시간 양계 방사활동 장면을 촬영, 백화점 모니터 화면에 실중계하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모범적인 사육을 하는 것은 물론 매년 전국의 귀농·귀촌인 1만여 명이 찾아 농촌거주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청솔원은 일찍이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도내 최초로 유기축산물 인증,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는 등 안전한 축산물 생산농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는 정 대표가 그동안 꿈꿔오던 농장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청솔원의 닭들은 합천군으로 옮겨져 사육되고 있으며, 청솔원은 재정비 기간을 거쳐 새로운 닭들이 입식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동물복지를 처음 인증을 받은 정진후 대표를 만나 그간의 청솔원의 운영방법과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로가닉파크 조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닭의 본능을 존중하는 사육방식
청솔원은 지리산과 섬진강, 푸른 남해가 어우러진 천혜의 청정지역을 자랑하는 하동군에 자리 잡았다.1999년 우연히 이웃에게 얻은 병아리 30마리로 시작된 청솔원은 5만㎡의 푸른 소나무 숲속에 7개동 3천300㎡의 계사에서 1만7천 여 마리의 암수가 따뜻한 햇살과 신선한 바람 속에서 자연수정으로 생명이 살아있는 방사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닭의 야성본능을 존중하는 청솔원에서는 닭의 건강을 해치는 사료를 먹이지 않고 계사의 위생관리 철저히 하면서 닭 눈높이에 맞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 다친 닭은 무리와 따로 분리해 관리하고 닭 스스로 건강한 체질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 본성과 체질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하게 두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원인을 찾아 해결한다.
정진후 대표는 특히 방사환경과 방사시간, 방사면적에 따라 진정한 방사유정란이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방사환경은 햇볕과 그늘, 맑은 공기와 신선한 바람이 함께 제공되는 자연 그대로의 숲이 필요한데 이 4가지의 기본적인 사항이 한 가지라도 부족하다면 진정한 방사환경이라 말하기 어렵다는 것.
예를 들어 아무리 넓은 면적을 제공하더라도 나무가 없어 한여름 그늘을 제공할 수 없다면 뜨거운 햇살 때문에 방사가 불가능하다.
방사시간도 중요한 요소로 방사시간이 길수록 운동 등 다른 부분으로 에너지를 분산시키기 때문에 산란율(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잠자는 시간과 알을 낳는 시간 외에는 자연 속에서 살아야 진정한 방사유정란이라 할 수 있다.
방사면적 또한 최소한 한 마리당 1㎡은 제공되어야 쾌적한 방사환경과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
방사면적이 넓으면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힘겨운 일이지만 진정한 방사유정란을 생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닭을 사육하는데 사료는 마리당 하루에 130g 이상이 필요하고 좋은 품질의 계란 생산을 위해 유기농을 사용한다. 이러한 사육방식 때문에 청솔원의 닭의 산란율은 60~65% 수준이다. 일반 케이지 사육 산란율이 80% 이상임을 생각할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솔원이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고정가 때문이다. 청솔원의 방사유정란은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90% 이상 현대백화점, 이랜드 등 수도권 대형 식품업체에 납품된다. 계란 값 등락폭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사육이 가능하다. 일반 양계사육에 비해 부지는 100배, 노동력은 5배가 더 필요하지만 고정가 덕분에 극복할 수 있다.
정진후 대표는 “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 큰 힘은 고정가를 받기 때문에 탄탄한 것이다. 질병과 자연재해만 없으면 월급쟁이랑 같다”며 “다른 양계사육을 하는 분들도 고정가를 받아야 경제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사료 값 폭등에 견딜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원래 닭을 키울 줄 몰랐기 때문에 단순히 자연적과 살면 건강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이곳의 산란율이 떨어지고 노동력이 더 들어가지만 계란만큼은 어느 곳보다 우수한 계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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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로가닉파크에서 조규광(46) 공장장이 방사유정란을 수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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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후 대표의 제2의 도전 로가닉파크
이미 방사유정란 생산으로 산란계농장의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청솔원의 정진후 대표는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닭을 사육하고 더 좋은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대규모 닭 사육농장을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청솔원의 사육방식을 바탕으로 합천군에 조성되는 로가닉파크는 약 24만7천500㎡의 규모로, 방사유정란 생산에 관심이 있고 저마다 소득창출과 노후계획의 일환으로 20여 농가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참여 농가는 30대에서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고 각자하는 일이 다르지만 일정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매력에 산란계 사육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로가닉파크에는 한 농가당 8천250㎡의 부지를 소유하게 되며, 여기에 50㎡규모로 집을 짓고 나머지는 계사와 텃밭 등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한 농가에서는 2천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하루에 계란 1천200개를 생산하면 월 500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주 소득원인 계란 외에도 텃밭에서는 우리나라의 토종 농산물을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이를 비싼 가격에 판매해 부수입을 창출할 예정이다. 현재 청솔원에서 생산·판매되는 계란은 하루 1만2천 개 가량이지만 여기에다 향후 로가닉파크가 조성되면 4만개 정도의 계란이 더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량생산으로 인한 가격하락과 판로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진후 대표는 판매에 자신이 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청솔원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지금도 부족해 납품하지 못하는 곳도 많고 계란을 납품해주길 바라는 곳이 많기 때문에 판매에는 전혀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청솔원의 계란 가격도 18년 동안 한 번도 내린 적이 없기 때문에 가격하락 문제도 걱정이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진후 대표는 로가닉파크를 국내 최고의 계란생산과 체험이 가능한 공원 같은 농촌관광마을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계란 외에 다른 작물도 재배하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주말에 예약제로 농장에서 소비자들이 숙식을 하면서 닭 사육환경과 주변 자연환경을 둘러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농장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는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사모습도 보여주면서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여갈 방침이다.
정진후 대표는 “로가닉파크는 동물과 사람, 자연이 하나 되어 생활하면서 닭을 키우는 농장이 아닌 공원처럼 조성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관광지처럼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할 것”이라면서 “귀농을 원하는 사람들은 꼭 한 번은 다녀가는 성공 사례가 되는 농장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로가닉파크 귀농의 성공사례로 이끌어 갈 것”
정진후 청솔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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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가 70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이중에는 향후 10년 사이 귀농·귀촌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중 100만 명만 귀농을 한다고 하면 이들이 과연 농촌에서 어떻게 정착해 무엇을 생산해 먹고 사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
“예전에 MBC귀농아카데미와 경남농업기술원 강사로 활동할 때에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농수산업에 뛰어들어 농산물을 생산해 판매하면서 생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사람은 10명 중 1명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중에는 방사유정란 생산을 기반으로 귀농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고향에서 닭을 키우려고 해도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유통판매에서는 물량이 적다보니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곳에는 납품조차 할 수 없고 오로지 직거래에만 의존을 해야 하기 때문에 판로에도 문제가 생겨 결국 닭 사육을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 대표는 방사유정란을 기반으로 귀농을 결심하고 청솔원을 찾아와 노하우를 묻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만류했다고 한다.
“대부분 사육을 권유하지 않았지만 한 사람의 경우 인맥이 넓어 소규모로 방사유정란 생산 농장을 운영하면 자립할 수 있을 것 같아 판로만 걱정 없다면 한 번 해보라고 노하우를 전수해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고향에서 3천 마리를 사육하면서 하루 2천 개의 계란을 전부 판매를 하기까지 8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진후 대표는 소비자들 중에는 두 가지 부류가 존재한다고 했다. 가격에 상관없이 사먹는 사람과 싸고 좋은 것을 찾는 사람. 하지만 이들을 고정적인 소비자로 두기는 아주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청솔원도 5년간 공중파 TV방송에만 4편 넘게 방송을 타고 신문 등 언론에도 수 없이 보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청솔원의 방문자는 50만 명에 육박하지만 회원 수는 고작 2천800여 명밖에 되지 않아 직거래로 판매되는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만큼 소규모 농가에서 아무리 좋은 계란을 생산하더라도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소득을 창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로만 확보만 된다면 말은 달라진다. 가령 귀농하는 사람이 2천 마리의 닭을 사육해 하루에 1천200개의 계란을 생산해 이를 400원에 판매하면 월 500만 원의 소득은 올릴 수 있다.
“현재 조성 중인 로가닉파크는 20농가가 참여해 각 농가마다 계란을 생산하고 생산된 계란은 전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직거래 등으로 판매해나갈 계획입니다. 품질 좋은 계란을 대량으로 생산해 판매하기 때문에 납품을 원하는 업체도 많아 판로는 걱정이 없습니다.”
이처럼 개인이 소규모로 농장을 운영하기 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대규모 농장을 조성하고 대량으로 물량을 납품하는 것이 오히려 판로에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정진후 대표는 “혼자서는 하기 힘든 것도 여럿이서 모이면 가능해지는 것들이 많이 있다”면서 “반드시 로가닉파크를 성공시켜 귀농을 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방식이 방사유정란 생산뿐만 아니라 다른 농업에도 접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