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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성신문사 |
| 금융위기 이후 상선 발주가 줄고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하는 등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구조조정의 수술대에 올랐다.
조선산업의 위기는 저유가로 인한 세계 발주량 감소와 중국과의 경쟁, 공급과잉, 선가 하락 등 외적인 요인과 설계 엔지니어링, 기자재 국산화 등 충분한 기술력 확보도 없이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로 기업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해양플랜트 분야 출혈경쟁과 저가수주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영여건이 어려워진 조선사는 자산매각과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조선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조정과 다양한 정부차원의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경남도, 고성군에서도 위기의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성군에는 73개의 조선관련 기업체가 운영되고 있으며, 여기에 종사하고 있는 인원은 8천 명에 이른다.대부분의 고용인원은 고성조선해양(주)와 삼강엠앤티(주), 고성중공업(주) 관내 주요 조선업체 3사에 5천300여 명이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고성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는 고성조선해양(주)는 STX조선의 법정관리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다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고성조선해양은 STX조선의 자회사로 유조선 및 컨테이너선을 주로 건조하고 있지만 매출 대부분을 STX조선에 의존하다보니 기자재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자금난을 겪다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고성군의 중요산업으로 차지하고 조선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고성의 경기불황도 지속되고 있어 조선산업 불황을 걱정하는 군민들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조선업의 불황도 3년 이내에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조선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본지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우리나라의 조선업의 실태를 살펴보고 고성의 조선관련 기업체가 이번의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 조선산업의 호황
우리나라의 조선업은 1993년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수주 1위로 뛰어올랐다. 2000년부터 한국은 수주·건조·수주잔량 3대 지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35~40%의 점유율로 시장을 선도했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이 있다.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재를 수입하고 완제품을 수출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물동량 증가를 가져왔고, 당연히 물자를 실어 나르는 선박 수요가 폭증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는 물론이고, 선체 블록 일부를 하청 받아 납품하는 중소형 조선사들 역시 너도나도 직접 배를 짓는 건조 사업으로 진출하게 된다.
대형 선박 중심의 수주를 하는 빅3가 폭증하는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자 자연스럽게 중소형 조선소들이 영업을 할 수 있는 틈새시장도 확장됐다.
고성군도 지난 2007년 조선산업특구로 지정을 받으면서 조선관련 업체가 들어서고 인구가 유입되면서 갈수록 줄어들던 고성군의 인구도 증가하고 지역경제도 살아나는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 조선산업의 위기
절대 불황은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조선업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해운사들은 선박을 발주한 조선사에 선수금 지급을 연기하거나 발주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조선업의 경기가 점점 불황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조선업계 전반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던 당시 해양플랜트사업이 한 줄기 빛처럼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해양플랜트는 바다에 매장된 석유나 가스 등 천연자원을 시추해 생산하는 설비로, 말 그대로 바다에 공장을 짓는 사업이다.
국내 조선 3사가 해양플랜트 수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10년으로 유가가 고공행진을 시작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바다 밑에서 석유를 퍼올리는 작업에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해양플랜트 수주 계약은 대부분 ‘턴키(Turn-key) 방식’으로 이뤄진다. 턴키는 총액을 정한 뒤 수주를 따낸 사업자가 해당 금액 안에서 설계와 구매·시공을 모두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사업 진행에 별 무리가 없으면 이익을 크게 남길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 부담은 발주처가 아닌 사업자가 전부 떠안아야 한다.
기존의 컨테이너선이나 LNG, LPG 선박 등 상선에 주력했던 한국의 빅3에게 해양플랜트 사업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하지만 애초 예상했던 작업일수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서 납기일을 맞추지 못했고 덩치 큰 해양플랜트가 도크를 차지하고 빠져나가지 않자 뒤에 수주한 선박 제작도 밀리게 됐다.
또한 국내 업체끼리 지나치게 경쟁하다 보니 원가 이하의 저가로 수주를 받은 것도 문제였다. 이로 인해 수조 원 손실이 발생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이 위기를 맞은 원인이 됐다.# 조선업계 불황 구조조정 여파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 자구안으로 2018년 말까지 3년간 경영 상황과 연계해 전체 인력의 30~40%를 줄일 계획이다.
회사 정직원이 1만3천 명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3년간 3천900~5천200명 감축이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1만3천 명의 직원을 오는 2019년까지 1만 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지난해 말 400여 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데 이어 올해 말까지 350명을 더 줄일 방침이다.
조선사 협력업체는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경영난이 가속화되면서 폐업을 하거나 급여가 삭감되면서 일을 그만두는 근로자들이 늘었다.대형 조선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고성군의 조선업계에서도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가 하면 고성조선해양의 경우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고성군에서도 조선업종에서 근무를 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거나 퇴직을 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의 실업률이 크게 상승하고 하반기까지 도내 조선분야에서 2만4천여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선업 불황은 대학가까지 여파가 미처 관련학과를 둔 경남지역 대학들의 고민들도 깊어지고 있다.100%에 가까운 취업률을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누리던 조선관련 학과들이 조선업 경기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도내 한 대학생은 최근 대형조선소 최종면접까지 합격했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해당 업체가 채용계획을 보류, 사실상 입사가 무산되는 일도 발생됐다. 여기에다 조선해양공학과를 신설한 대학 중에는 내년에 신입생을 받지 않는 등 경남의 주력산업인 조선업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개설된 조선학과를 폐지하는 대학도 생겨났다.
# 조선업체 위기극복 방안 모색
조선해양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정부와 경남도에서 다양한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군에서도 관내 조선업체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고성군은 지난 5월 고성조선해양(주), 삼강엠앤티(주), 고성중공업(주) 등 조선·해양 9개 업체대표와 조선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간담회에서는 조선해양산업 현 실태와 위기 원인분석, 구조조정 추진시 정부 지원계획, 고성군 조선해양산업 현황 및 지원대책 등이 논의됐다.
또한 군은 조선해양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대책단 운영, 중소기업육성자금 신속지원, 기업 애로사항 수시 파악 및 지원, 일자리지원센터를 통한 맞춤형 취업서비스 제공 등 조선해양산업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당시 기업체 관계자들은 “대형조선사의 원가절감 요구에 따라 자구 노력을 강구하는 등 경영난 타개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향후 선박수주 물량이 증가하지 않으면 조선해양산업 업체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현재 국내 조선소에서 중국이나 해외에서 물량을 수주 받는 것을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 조선소의 경쟁력이 다른 곳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는 교육과 훈련이 되지 않은 인력은 많은 돈을 들여 고용하다보니 생산성은 떨어지고 원가는 상승하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높은 인건비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극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성군은 기업체의 애로사항에 대해 수시로 파악하고 고성군관내 기업관련 책자발간과 기업지원조례제정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조선업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만 한다면 향후 2~3년 내에는 조선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을 하고 있다.
정부가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조선사들은 자산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며 업황이 살아날 때까지 버틸 계획이다. 또한 정부가 장기적이고 일관되게 조선사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동시에 엔지니어링 역량과 인력의 질을 높이는 조선업계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성의 조선업계도 불황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시기에도 물량을 수주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있는 기업체도 있어 향후 고성의 조선산업의 미래는 그렇게 어둡지 많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