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7-01 11:58:3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연재기획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일본인들, ‘종활’에 주목하다

핵가족, 무연사회 영향으로 독거노인 증가
단카이 세대 은퇴로 종활 비즈니스 가속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08일
글 싣는 순서
① 죽음,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② 죽음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③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
④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⑤ 슈카츠 비즈니스, 왜 필요한가?

↑↑ 2000년대 중반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는 종활(終活)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진은 종활 관련 세미나를 열고 있는 모습.
ⓒ (주)고성신문사
1988년 기준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남자 77.2세, 여자 84세로 세계최고를 기록했다. 1975년부터 2000년에 걸친 25년간 일본의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2006년 일본의 사망자수는 출생자 수보다 앞서기 시작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연간 사망자 수는 약 130만 명에 달한다. 베이붐 세대가 80대에 진입하는 2030년에는 일본의 연간 사망자 수가 16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40년이면 사망자가 사상 최대치인 167만 명에 이르며, 출생자의 2.5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사망과 출생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 일본에 부는 '종활' 열풍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일명 ‘종활(슈카츠, 終活)’라고 불리는 죽음 준비 활동은 이제 일본인에게 익숙한 단어다.
‘종활’이라는 단어는 2012년 일본의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검색된 인기 단어를 알아보는 설문조사에서 일찌감치 톱 10 진입이 예상된 유행어로, 인생 최후는 자신 의지대로 스스로 준비하자는 개념이다. 자신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더라도 자녀나 남은 가족들에게 혼란이나 분쟁을 주지 않겠다는 일본 고령자들의 준비성이 종활이라는 단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종활은 죽음을 준비하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도 된다는 것이 일본인들의 의견이다.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적 변화는 물론, 1만5천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온 동일본 대지진은 종활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키웠다. 
‘나도 어느 날 갑자기 죽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일본인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종활은 일본에서는 세대와 연령을 막론하고 꼭 필요한 활동이 된 것이다.

# 단카이 세대 은퇴, 종활의 시작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출생한 일본의 베이비붐세대를 단카이(團塊) 세대라 부른다. 2010년대 중반을 지나며 660만 명에 달하는 단카이 세대는 본격적으로 은퇴 시기를 맞이했다. 단카이 세대의 평균 금융자산은 1천677만 엔, 한화로 약 2억4천8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0대 이상의 세대는 일본 내 가계 자산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에 이른다. 일본 내에서 단카이 세대를 포함한 노령인구는 상당한 소비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 한 자본 관련 연구소의 조사 결과 일본에서 매년 상속되는 자산 규모는 50조 엔(한화 74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증권회사나 은행 등에서 종활사업에 뛰어들어 고객 유치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일본에서의 상속과 관련된 업무는 신탁은행이 중심이었으나, 2004년 규제의 완화로 증권사들도 상속 관련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노무라증권이 퇴직 후의 자산운용과 유언장 작성법 등의 조언을 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SMBC 닛코증권은 영업직원 4천 명에게 상속지식에 대한 자격증을 취득하게 했다.
종활은 자산 상속과 관련된 준비 외에도 장례문화의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장례전문회사를 시작으로 묘지나 상속, 유연, 보험, 사후 물건 정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양성됐다. 이른바 ‘종활 비즈니스’가 시작된 것이다.

↑↑ 일본에 엔딩노트 쓰기 열풍을 일으킨 영화 '엔딩노트'의 한 장면
ⓒ (주)고성신문사
# 경제, 문화에서 찾을 수 있는 종활
일본의 경제매체인 도요게이자이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활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안다고 답한 사람이 2012년 10.2%에 그쳤던 것에 반해 1년 후에는 27.7%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엔딩노트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2012년 40.6%가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이듬해인 2013년에는 64.5%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엔딩노트는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자신의 간병이나 장례절차 및 참석자 명단,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등을 쓰는 일종의 기록이다. 엔딩노트에 쓰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는 말기의료 방식과 자신의 장례식, 장지, 가족에 대한 감사메시지 등이 각각 68% 가량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일본의 종활은 대중문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키워드다. 수필가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노인력’에서 “노인의 건망증과 같은 망각의 힘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105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역인 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는 ‘생활에 능숙함’에서는 “나이듦이란 노쇠가 아니라 숙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2008년 개봉해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굿바이(일본 제목 디파쳐)’는 납관사가 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돌아봤다.
또 2011년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이자 엔딩노트 작성 열풍의 주역이었던 스나다 마미 감독의 ‘엔딩 노트’는 위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의 버킷 리스트 실현 과정을 그리면서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죽음을 존엄하고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종활의 전형을 보여줬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다.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일본에서 보여준 현상들이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최근 들어 건강한 노년만큼 중요한 것이 존엄한 죽음을 맞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 답은 일본이 겪은 초고령화 사회와 종활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 


“아버지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기록했습니다”
스나다 마미 / 영화감독·엔딩노트 연출
ⓒ (주)고성신문사

“죽을 수 있을까요? 잘, 죽을 수 있을까요?”
건강검진에서 말기암 판정을 받은 후 세상과의 이별을 목전에 두고,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담담하게 마지막을 준비하는 69세의 스나다 도모아키. 2011년 일본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노트’의 주인공이다. 
감독은 주인공의 막내딸인 스나다 마미. 스나다 감독은 아버지의 마지막 몇 달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마지막 반년의 기록을 편집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농밀하게 씐 노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노트를 모티브로 구성하게 됐습니다.”
스나다 마미 감독의 아버지, 스나다 도모아키는 죽음을 6개월 앞두고 ‘엔딩노트’를 준비한다. ‘평생 믿지 않았던 신 믿어보기’, ‘일만 하느라 소홀했던 가족들과 여행가기’ 등 솔직한 엔딩노트는 점점 채워지고, 스나다 도모아키는 가족들과 긴 이별을 한다.
“아버지는 하고 싶은 일을 담은 버킷리스트 외에 당신이 돌아가신 후에 가족들이 은행 구좌나 보험 등의 수속이 곤란하지 않도록 사무적인 사항들(To do list, 해야 하는 일 목록)을 기록했습니다. 그 리스트의 제일 앞에 엔딩노트라는 제목을 붙이셨어요.”
이 영화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죽음 준비 활동으로 꼽히는 ‘엔딩노트’ 열풍을 불러왔다. 
“아버지가 암을 발견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이성을 잃거나 심각하게 우울해 하신 적은 없었습니다.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느낀 것은 아버지는 본래 자신의 캐릭터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살아온 것처럼 죽고 싶다는 희망이었을 겁니다.”
스나다 마미 감독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영화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암 선고 후 가족들의 일상도 아버지가 본인의 삶을 대하는 태도도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남은 가족들이 덜 혼란스럽도록 준비한 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담담했다.
“아버지는 엔딩노트를 통해 당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도 어느 순간에는 즐거워보였습니다. 엔딩노트가 일본에서 반향을 일으킨 것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이 순간이 얼마나 귀중한 시간인지에 대해 감사하며, 인생의 마무리를 하는 모습 덕분이 아니었나 합니다. 우울하지 않은 죽음, 준비된 죽음, 그게 아름다운 마무리이지 않을까요?”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08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