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죽음,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② 죽음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③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
④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⑤ 슈카츠 비즈니스,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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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65세 이상 인구가 26%를 넘기면서 초고령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수목장, 자연장 등 장례문화에 변화가 일고 있다. (사진은 고성 효성수목장실천회의 청도군 선진지 견학 당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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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은 인구 5만5천 명이 채 되지 않는, 농수축산업을 기반으로 한 지방 소도시의 전형이다. 다른 농수축산업 기반의 지역이 그렇듯 고성의 고령화도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장례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고성의 지역적 특성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고성군의 장례 문화와 죽음을 대하는 군민들의 태도,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지역의 건전한 장례문화 정착과 함께 스스로 준비하고 맞이하는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 스스로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회
지난 5월 기준 고성군의 전체 인구수는 5만4천961명이었다. 이 중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1만4천367명으로 전체 인구의 26.1%에 달했다.
고성군의 노인인구는 지난 2004년 초고령 사회의 기준인 20%를 넘어선 이후 줄곧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비단 고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추세다.
65세 전후의 세대 일명 베이비붐 초창기 출생한 사람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후손들에게 돌아가는 부담을 줄이고,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사후의 문제들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 고성의 장례 문화, 변화의 시작
현재 고성군내에는 화구 2구를 갖춘 공설화장장과 공설봉안당이 있으며, 납골당 등의 봉안시설을 갖춘 (재)이화공원묘원이 운영되고 있다.
이화공원묘원과 장기공설공원묘원은 지난해 말 기준 1만3천700여 기로, 이 중 7천630기에 매장이 돼있는 상황이며, 현재 6천여 기가 남아있는 상태다.
공설봉안당은 3천여 기가 봉안이 가능하며 이 중 2천760여기가 봉안돼 500여 기를 더 봉안할 수 있다.
고성군 행복나눔과 최혜숙 계장은 “2015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공설봉안당은 518기 정도 남아있는 상태로, 1년 평균 120기 정도를 이용하는 군 실정으로는 향후 4년간은 봉안당이 모자랄 것이라는 우려를 거둬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화장(火葬) 방식의 장례비율은 전국 평균 76.9%로 나타나 지난 2000년 33.7%에 비해 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인근 통영시의 경우 2013년 화장 비율은 경남 통영시가 96.2%, 사천시가 95.7%에 달했다.
고성은 지난해 화장율이 83%였다. 기존에 주로 이뤄지던 매장 방식의 장례 대신 화장 방식의 일명 선진국형 장례가 자리잡으면서 장례 문화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고 있다.
최혜숙 계장은 “최근 들어서는 문중이나 종중 작게는 가족 단위로 자연장을 추진하는 군민이 늘어나면서 봉안당의 증설보다 공설 자연 장지 마련이 오히려 더 필요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고성군에도 가족 자연장지를 미리 허가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행복나눔과를 통해 미리 자연장지 허가를 신청한 경우는 개장허가를 포함해 올해에만 26건이 접수됐다. 최 계장은 “3~4년 전만 해도 이보다 훨씬 적은 숫자가 허가를 신청했지만 이제 서구형 장례문화가 일반화되면서 자연장을 계획하는 군민이 늘어나고 있다”며,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군민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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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다잉, 셀프 장례 준비 주목
경제적 풍요로 불어닥친 웰빙 열풍에 이어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할 권리인 웰다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웰다잉이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에만 해도 웰다잉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는 가족들의 희망이나 본인이 직접 유서를 쓰고 임종체험을 해보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사후 자녀들간의 유산 분배로 인한 다툼이나 여러 가지 법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해 대비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최근 자신의 죽음을 자신이 적극적으로 준비해 사후 문제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시키기 위한 ‘셀프 장례 준비’가 주목받고 있다.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해 자신의 사후에 남은 재산 분배 등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생전 자신의 뜻을 밝혀둠으로써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전장례의향서는 장례형식, 장일, 부의금과 조화, 수의, 관, 시신 처리 등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밝혀놓은 서식이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자신의 장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사전장례의향서는 지난 한 해동안에만 1만 부 이상이 배포됐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잘못된 죽음 즉 자살 등의 사회적 문제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장례 절차 등을 생략하고, 임종에 대한 시각을 바꿈으로써 결국 높은 삶의 질을 얻는 긍정적 시도라고 말한다.이러한 죽음 준비에 대해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윤달에 수의를 장만하고, 미리 묏자리를 마련해두면 무병장수한다고 생각했다. 또 묘를 잘 쓰면 자손들이 번성하고 성공을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이는 다른 방식의 ‘죽음을 맞이하는 즐거움’인 셈이다.
“수목장, 자연으로 가는 최선의 장례방법”
김권조 효성수목장실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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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묘지 면적은 약 1천㎢로 우리나라 주택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묘지는 경관을 헤치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산사태, 토양침식, 수질오염 등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장례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효성수목장실천회 김권조 회장은 매장 중심의 전통적인 장례문화가 자연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장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화초나 나무, 잔디 등의 아래에 분골을 묻는 수목장은 물론 바다나 산에 유회를 돌려보내는 방식도 포함한다.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가 점차 화초장이나 수목장 등 별도의 공간이 불필요하고 인공물 조성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하지 않는 수목장, 자연장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선진국은 이미 자연장이 일반화됐어요. 고성 역시 이러한 장례문화에 발을 맞춰야 합니다.”
김권조 회장은 장례문화 변화의 첫걸음을 장묘방식의 변화로 본다. 김 회장은 최근 들어 수목장을 비롯한 자연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고성군내에서도 자신이 사후 묻힐 나무를 미리 마련해두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고성군도 피하지 못한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공설봉안당의 묘지 잔여기수가 향후 4년여간 이용할 정도의 숫자만 남아있다는 점을 들어 김 회장은 자연장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묘지를 조성하는 것은 땅을 사고, 매장이 가능하도록 고르고, 봉분과 잔디까지 비용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수목장은 나무 한 그루 비용만 있다면 충분히 장례가 가능합니다. 이는 남은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요.”
김권조 회장은 스스로의 죽음을 아름답게 준비하는 가장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남은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묘소를 참배하고 관리하는 노력과 비용, 시간의 소요를 최소화하고 나아가서는 가족장지 등으로 숲이 조성되면 자연생태계 보호까지 가능하니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세대는 자신의 장례와 사후를 스스로 준비하게 될 것입니다. 죽는 것도 준비가 필요한 세대예요. 수목장과 자연장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간다면 그 이상 아름다운 마무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