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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
김영빈
무지개면 어떻고
구름이면 어떠랴
이미 내 마음을
설렘으로 꽉 채운*
너인데
*채운 [명사] 여러가지 빛깔로 아롱진 고운 구름
설렘으로 꽉 채운 너
‘채운’이라는 언어의 묘미를 잘 살린 작품이다. 한자로 ‘彩雲’은 여러 가지 빛깔로 아롱진 고운 구름이라는 뜻이지만, 또 ‘채운’은 ‘채우다’의 활용형으로 ‘너’를 수식하는 관형사형이 된다.
이 디카시에서는 채운의 이중적 의미가 시의 함의를 넓고 깊게 한다.
채운과 화자는 주객일체 혹은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 대상과 자아가 하나가 되는 경지는 둘 사이의 틈이 없다. 네가 나이고 내가 너이다. 이런 경지는 대상에 대한 경의와 존경과 사람이 전제되지 않으면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즉,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 있어야 이런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다.
신비로운 ‘채운’은 이 디카시에서 빛나는 상징으로도 기능한다. 삶에 있어서 존재 목적이 바로 채운이라는 상징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채운과 같은 경이로운 대상 하나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빛나는 생이 되겠는가. 온통 마음을 사로잡는 채운 하나, 그걸 평생 붙들고 그것만 생각하고 그것만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성취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성공적인 삶이라 할 것이다.
사람마다 채운이 다르듯이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연령대에 따라 채운은 또 달라지기도 한다. 어느 하나에 평생 매달릴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나 그 대상이 설령 바뀐다 할지라도 그것에 몰입할 수만 있다면 그것 역시 채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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