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이선화
만져도 닿아도 가져도 달아나는 너는
마음 속 투명한 유리보석
가만히 차오르는 벅찬 순간이여
안분지족
현대의 고승으로 일컬어지는 혜암 스님의 잘 알려진 일화다.
어떤 젊은 수좌가 혜월 스님에게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는데 이게 무슨 도리냐고 묻는다. 혜월스님은 그 따위 소리하고 다니지 말라고 하고는, 조실 성월스님에게 물었다. 젊은 수좌에게 말한 것이 잘 한 것이냐고.
성월 스님은 늙은 놈이 그래 가지고 어떻게 학인의 눈을 열게 하겠냐며, 그 젊은 수좌가 혜월에게 물은 것과 물어보라 하니, 혜암 스님이 절을 세 번 한 뒤에 물으니, 성월 스님은 “네가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는데 찾아다니는 소는 그만 두고 네가 탄 소나 이리 가져오너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고승의 선문답이 참으로 이 시대에 맞는 말씀이다.
소를 타고 소를 찾는 격이 오늘의 삶의 방식이 아닌가. 이미 정답을 찾았는데도 또 다른 무엇이 있는 줄 알고 바깥만 쳐다보고 기웃거리는 우를 범하고 다들 살아간다.
행복은 이미,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인데, 어디에서 또 행복을 찾을 수 있겠는가. 젊은 부부의 저 행복한 미소와 마냥 천진스러운 아이들. 이만하면 여기가 무릉도원이고 에덴동산이다. 더 이상을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행복은 작은 울타리 안에 있다. 더 큰 무엇을 찾겠다고 밖을 나가본들, 그 이상의 것은 없다. 이 작품은 욕망의 무한질주를 부추기는 오늘의 삶에서 조금 비껴 서서 안분지족하는 삶의 자세를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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