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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소설가 황보정순
누가 왔어요?
호기심에
빼꼼 내다본다
천진무구한 동심
지구라는 별에 갓 착륙한 UFO처럼 지구가 낯설게 보일 때도 있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관습화된다는 것이고, 그만큼 감동도 잦아든다는 것이다.
요즘 뒤늦게 나 자신을 많이 응시하게 된다. 세상은 이미 뻔한 것으로 보여 그럴까. 중국에 와도 생각보다 호기심이 많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것일까.
나라는 우주도 보면 볼수록 참 불완전하다는 것을 갈수록 더 실감한다. 육체도 그렇고, 정신도 그렇다. 30년대 시인 이상은 ‘거울’이라는 시를 통해 자아분열을 보여주었다. 30년대 식민지 시대를 사는 지식인으로 어찌 온전한 정신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불행한 시대를 견디지 못하고, 요절할 수밖에 없었던 이상은 참 정직한 인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불안도 시대 탓일까.
우리 시대에도 바깥을 응시하나, 나라는 존재를 바라보나, 크게 희망적이지 못하다. 대울타리 바깥을 빼꼼 내다보며 누가 왔는지, 호기심을 갖는, 우리가 잃어버린 천진무구한 동심이 그립다.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인간다운 아무 관심도 갖지 않는 시대, 1인 가구, 독거노인 이런 말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21세기 민주화 시대라지만, 30년대 이상이 겪었던 자아 분열증을 여전히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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