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녘
시인 김인애
절실하게 다가왔다
모든 것들의 몸짓이
미네르바의 부엉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면 날기 시작한다’는, 철학자 헤겔이 저서 <법철학> 서문에서 한 말로 깊은 은유를 담고 있다. 이 문구는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서 달리 읽혀질 만큼 시적이다.
미네르바는 로마 신화에서 지혜의 여신으로 나온다. 이 미네르바는 항상 부엉이와 함께 다녔다고 한다. 부엉이는 밤에도 큰 눈으로 세상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
곧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지혜의 상징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녘에 날기 시작한다는 함의는 깊고도 넓다. 인생도 황혼녘이 가장 의미심장한 것이 아닐까.
생의 봄은 누구에게나 찬란하다. 요즘 젊은 대학생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노라면, 한국이나 중국이 다르지 않다. 물론 청춘도 질풍노도의 시기로 감정적으로 격심한 부침을 겪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해나가는, 그래서 가혹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청춘은 생에 있어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고 싱그러운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름다운 황혼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에서 말하듯, 봄부터 시작되는 소쩍새의 울음으로부터 먼 길을 거쳐서 가을에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는 과정, 그것이 바로 인생이 아닌가. 그래서 황금 같은 황혼녘에 도달하기 위해서 겪는 청춘의 고뇌는 오히려 찬란하다.
이 디카시도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녘에야 날개를 펴듯, 진정한 생의 의미는 황혼녘에야 드러나는 것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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