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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부터 30년 넘게 고성군 행사의 중심이었던 구 공설운동장 |
ⓒ (주)고성신문사 |
|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봄꽃의 군무가 아찔하다. 엊저녁까지 연분홍 물만 간신히 들어있던 나무 끝에서 오늘 아침에는 연신 꽃봉오리들이 터진다.
고성에서 벚꽃 명소를 꼽자면 대가면 천비룡사 올라가는 꼬불꼬불 산길, 대흥초등학교와 바로 여기, 구 공설운동장이다. 요즘은 잠잠하기 짝이 없는 곳이지만 종합운동장이 생기기 전에는 고성군 행사란 행사는 다 공설운동장에서 열렸다.
4월이면 벚꽃이 흐드러져 상춘객들의 발길을 붙들었고, 5월이면 온갖 백일장과 사생대회는 물론이고 읍면별로 운동복 맞춰입고 먼지를 뿌려가며 체육대회도 열렸다. 그럴 때면 콘에 동그랗게 쌓아올려주는 빨갛고 파란 백 원짜리 아이스크림, 고소한 번데기와 달콤한 솜사탕 장수들이 완전 대목이었다. 그게 벌써 20년쯤 전이다.
지금이야 벚꽃 명소로 봄에 반짝 사람들이 찾지만, 1963년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최신식 시설을 자랑하는 운동장이었다. 공설운동장은 고성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지역 유지가 부지를 기증한 것도 화제였지만, 번듯한 스탠드를 갖춰 흙먼지 이는 바닥에서 구경하지 않아도 됐고, 비닐 몇 가닥 심어놓은 게 전부지만 육상 트랙도 있는 시설이 짐짓 황홀할 정도였다. 고성도 이제 전국대회를 유치해도 되겠다는 감탄도 흘러나왔다.
군민체육대회를 할 때면 몇 달 전부터 고성초등학교나 대성초등학교의 아이들은 바빴다.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들은 매스게임이나 부채춤 따위를 연습해 행사 분위기에 정점을 찍었고, 저학년 아이들은 꼭두각시춤을 선보이며 깜찍함을 한껏 뽐냈더랬다.
어른들은 공만 쫓다가 시간 다 가는 경기이긴 했지만 그래도 축구도 하고, 배구, 족구도 했다. 선수단과 응원단을 실어나르던 버스는 줄줄이 운동장을 에워쌌다. 그런 날은 고성군이 온통 들썩였다.
세월이 흘러서 이제 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 스포츠타운으로 행사도 경기도 옮겨갔다. 뭐만 하면 공설운동장으로 향하던 사람들의 발길은 자연히 뜸해졌다.
그래도 저녁이면 동네 주민들의 산책코스가 되기도 하고, 주말이면 체육경기도 열린다. 60년대에는 겨우 이파리만 나실거리던 벚나무가 이젠 아름드리가 돼 봄날이면 벚꽃비를 흩뿌린다. 아직까지 공설운동장은 건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