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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사이버 망명을 고민해 볼까?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6년 03월 25일
ⓒ (주)고성신문사
작은 동네이다. 고성이라는 겨우 인구 5만 남짓한 시골에서 무지렁이로 사는 필자에게도 고민이 생겼다. 세상사가 정치와 연계되지 않은 것이 없다 보니 정치와
무관하게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세속적인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샌님도 가끔 ‘내가 정치 사찰을 받고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길 때가 있다. 
무어 대단한 인물이라고 사찰을 하겠냐마는 예전에 서너 차례 정보기관에 내 이름이 오르내린 아픈 기억이 있기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오그라드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을 다닐 때 글을 쓰던 동아리 문우끼리 책을 내기 위해 돈을 모아 출판사에 발간을 의뢰했다. 그런데 출판을 며칠 앞두고 그만 두겠다고 연락이 왔다. 정보기관에서 다녀갔다는 것이다. 당시 학교에 상주하던 담당 형사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더니 책에 실릴 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 공개도 안 된 원고 내용을 그들이 알고 있는 것도 이상했지만 더 따져 물을 수도 없었다. 당시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통하던 시대였다. 지사의 길보다는 개인의 편안이 우선 걱정되던 시절의 슬픈 사건이었다.
젊은 시절 교육 운동을 한다고 쫓아다닐 때는 모 기관에 있던 인사로부터 내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겠다는 교사들의 열정을 집권 세력들이 색안경으로 보고 있을 즈음에 보안사령부에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의 사찰 대상 민간인 목록이 담긴 디스켓을 들고 탈영해 명단을 공개한 ‘보안사 민간인 사찰 사건’이 터졌다. 군사에 관한 정보수집 및 수사를 목적으로 창설된 국방부 직할 군 수사정보기관이 민간인을 사찰한 증거물이 나온 것인데 당시 군부 세력에 조금이라도 눈에 거슬리는 민간인 대부분이 사찰 대상이 될 정도로 광범위하였다.
핍박받는 작은 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던 필자 역시 누군가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러나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문민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또한 유야무야되어 버렸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일은 통일교육위원 시절에 겪은 일이다. 2008년에 이명박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이 실현 불가능한 공상이라는 글을 지역 신문에 기고를 했는데 통일부에서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다행히 통일교육위원이라고 정권에서 주는 통일 방안을 앵무새처럼 외칠 수는 없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는 내 해명이 받아들여져 사태가 수습되었다. 
그러나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새 정권이 들어선 후 통일교육 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물갈이 대상이 되어 통일교육위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나의 불행한 예언처럼 이명박 정권은 임기 내내 통일 문제에서 한 걸음도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제는 지나간 추억담이지만 그 사건을 겪으며 많이 놀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방 언론지에 쓴 글까지 정부 기관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것과,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의견이 다르면 입을 틀어막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필자는 친북 성향을 가진 사람은 분명히 아니다. 그리고 북한 정권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통일 방식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되는 불통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플 뿐이다. 
그런데 민주화되어 인권이 한껏 보장된다는 2016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그런 걱정을 해야 하는 자신이 우습다. 우리나라의 경우 큰 틀에서 보면 분명 민주화가 되고 세상이 바뀐 것처럼 보이는데 그늘진 곳에서는 아직도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짓밟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이 그런 법 중의 하나이다.
물론 테러방지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테러방지법은 국가의 안보 및 공공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으며, 테러 및 테러 위험인물과 관련된 개인의 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의 관련 정보 수집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테러 및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우리 국민 누구나 사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곳으로 인정받는 치안국가가 우리나라이다. 연일 테러와 대량 살상 뉴스로 대낮에도 함부로 돌아다니기가 어려운 이웃 나라들을 보면 치안 부분은 정말 우리나라가 우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더하여 테러단체들이 한국을 테러 대상국가로 지목하고 있어 테러방지법은 어쩌면 꼭 있어야 할 필요악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국가기관에서 테러방지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미 국가정보기관에서는 여러 차례 일반인을 사찰하여 사회적 문제가 된 일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테러방지법은 그들에게 이제 법적으로 완벽한 사찰의 기회를 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걱정을 하지 말라고 했다. 민간인 사찰이 되지 않도록 자물쇠를 단단히 채우겠다고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법이 통과된 후에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대거 안정성이 보장된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에 가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보좌진을 비롯하여 청와대 전 현직 행정관 등 여권 관계자들이 다수 텔레그램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심지어 테러방지법 입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국회의원들까지도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는 것이다. 
절대 인권침해는 없을 것이라면서 법안 통과를 부르짖던 국회의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법을 자신들도 믿지 못하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이 만든 괴물을 두려워하는 권력자들을 보니 나도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대단한 인물도 아닐 뿐더러 폭력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니 설마 테러 혐의자로 내 모바일 메신저까지 뒤지기야 하겠냐는 기대도 있지만 그래도 예전의 아픈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기에 두렵다.
잊혀져가는 악몽들이 다시 스멀스멀 떠오르는 아침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이버 망명을 준비한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6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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