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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봄
- 김영빈
한발 늦었구나
농부와 소는 가고
산수유 꽃만
생명의 법칙
참 차진 흙이다. 저곳에 무슨 사악함이 있겠으며, 불의가 있겠는가. 아마, 태초의 에덴동산에 가장 가까운 곳일 것이다. 농부는 소를 몰고 땅을 갈아 씨를 뿌릴 준비를 모두 마쳤다. 생명의 법칙을 잘 아는 농부는 봄이 오자 한 치의 지체함도 없이 저렇게 일구어 놓았다.
농부와 소가 쟁기질을 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탄성이 이곳 중국 정주까지 들리는 듯하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류의 대표 이세돌을 능가하는 기력을 선보인 놀라운 시대에도 여전히 생명의 법칙은 한결같다.
바로 예수님의 씨 뿌리는 비유이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고, 또 어떤 것들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져서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서 말라 버렸다.
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에 가려져서 자라지 못했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결실을 거두었다.
자연과 생명의 이법이 많이 붕괴된 오늘의 참담한 현실 속에서 농부가 소를 몰고 경작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엄청난 상징이 아닐 수 없다. 농부가 구가하는 남도의 생명의 봄을 축복하듯 산수유 꽃이 만개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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