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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선생님

이진만 철성중학교 수석교사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6년 01월 22일
ⓒ (주)고성신문사
지난 달 말 SNS에 동영상으로 올라와 논란이 된 기간제 교사 폭행 사건은 해당 학생 중에 2명이 구속되고 나머지 몇 명이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경기
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로, 학생들이 교실에서 욕설과 함께 빗자루로 교사의 머리와 몸을 때리고 손으로 선생님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침을 뱉는 모습은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말로만 떠돌던 교권침해의 실상이 매 맞는 교사의 동영상 하나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교실에 함께 있던 나머지 학생들도 그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무너진 교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였다.철없는 아이들의 폭력도 그렇지만, 특히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일반인이라면 주먹이 오갈 정도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참고 있는 교사의 모습이다. ‘교사라는 사람이 자존심도 없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말 못하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교권의 현실이다. 이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의 교사에게 ‘교권’은 박제와 같은 낱말이다. 그저 듣기 좋으라고 있는 말일 뿐, 벽에 걸어두는 장식용 그림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교권침해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초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2만5천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보면 폭언과 욕설이 가장 많으며, 그밖에도 수업진행 방해나 교사 폭행, 성희롱 등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학부모들의 교권침해이다. 툭하면 고소나 행정소송을 남발한다. 학생들 수업과 지도에도 바쁜 교사에게는 법률적인 문제까지 겹치면 설상가상이 된다. 소송에서 이å기더å라도 교사에게 남는 것은 없다. 도리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문제교사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생활지도 등 학생들과 부딪치는 활동은 가능한 최소화하고 학부모들과의 마찰은 최대한 피한다. 보다 못한 교육부가 2013년에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을 만들고, 학교와 각 시도에 교권보호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만 실효는 별로 없다. 물론 약간은 교권침해가 줄어들었는지는 몰라도 그 효과가 미미하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교사를 사법당국에 고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를 고발하는 것은 교육자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깊기 때문이다. 이번에 학생들에게 폭행당한 교사가 교권침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기간제 교사들의 처우이다. 기간제 교사들은 사범대나 교육대를 나와 교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인재들이다. 석박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다만 전국적으로 학생이 줄어들고 있어 교원 수를 늘리지 않는 바람에 정규교사가 될 기회가 아직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충분한 능력을 갖춘 만큼 학교 현장에서는 담임 업무와 학생지도 업무 등 정규 교사들과 같은 비중의 업무가 주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여나 처우 면에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기간제 교사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언제 계약해지가 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는 말 그대로 비정규직 근로자로 계약이 끝나면 재계약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처지이다. 그러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항의하기 어렵다. 더구나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충돌은 재계약에 있어 큰 결함이 된다. 영악한 학생들은 이런 기간제 교사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면서도 신고를 못한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이런 기간제 교사를 대량으로 학교 현장에 투입하는 정부의 인사 시스템 자체가 잘못이지만, 인력 수급 문제로 어쩔 수 없다고 백 번을 이해하더라도 이들이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처우 문제는 국가에서 해결해 주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기간제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 지도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이번 교사 폭행 사건을 보며 이제는 교실붕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얼마나 오래 갈까? 요란하게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 일어난 일인가? 이런 교권침해가 하루 이틀에 일어난 일도 아니며 한 군데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교육부에서 한다는 일은 사고가 터진 학교의 현장 조사가 모두이다. 전국에 있는 학교 현장을 전수조사하고 대안을 만들 생각을 않는다. 일이 터지면 바로 잡겠다는 말만 있을 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하는 경우를 별반 보지 못했다. 그리고 기간제 교사 처우 개선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다. 학생들이 기간제 교사를 교사 취급하지 않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학교 현장은 무너진 교실을 다시 세우고 교사의 자리를 찾는 일이 절실하다. 그러기에 이번 일은 학생들의 인성교육 강화와 더불어, 교권확립과 기간제 교사에 대한 처우개선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무너진 교육 현장을 바로 세우는 일은 애써 무시하고 그저 아이들 몇 명 처벌하고 끝을 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6년 0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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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교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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