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강해야 축산업이 발전한다
공동기획취재 ‘위기의 축산업 위생사육 고품질로 극복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동조합 중심의 덴마크 축산업
황영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15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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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국내 축산업 생산성 저하로 시장경쟁력 떨어져
② 선진시스템 도입으로 위생사육현장을 둘러보다
③ 작지만 힘 있는 동물복지형 축산선진국 덴마크
④ 동물복지형 사육환경에서 생산한 고품질 축산물
⑤ 고성 축산업 선진시스템 도입과 발전방향모색
세계제일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최고품질의 축산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축산선진국 덴마크.우리나라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국토면적에 인구 560만명에 불과한 덴마크는 전 세계적으로 작은 나라에 속한다. 이런 환경에서도 덴마크가 축산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축산관련 전체 시스템이 ‘신뢰’라는 하나의 단어로 뭉쳐있기 때문이다. 도축·가공공장은 농부가 최상의 조건에서 돼지를 키웠으리라 믿고, 유통회사는 가공공장에서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었으리라 의심치 않으며, 농부는 도축장에서 최고의 가격으로 돼지를 구매할 것으로 철저히 믿었다. 여기에는 덴마크 사회를 종과 횡으로 촘촘하게 묶은 협동조합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축산농가와 도축·가공공장, 그리고 유통회사 모두가 협동조합으로 뭉친 것은 협동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각 단계별로 효율성을 높이며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다 줬다. 이로 인해 덴마크에서 생산되는 돼지의 90%를 세계 각지로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 동물복지형 유기농 돼지농장
덴마크는 유기농 식품 강국으로 1980년대부터 유기농 생산 발전을 국가 농업 정책에 포함시켜 집중적으로 키워온 나라다.지난 2009년부터는 농산물에 축산물까지 유기농 생산을 확대하고, 유기농 가축을 비롯해 유기농 육가공품 생산에 나서 2022년까지 생산과 소비를 2배 이상으로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덴마크 오덴세 도시 인근의 한 시골마을인 엘민드 마을에서 유기농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농장을 찾았다. 이 농장의 부지 면적은 총 73㏊(24만9천㎡)에 달하며 이중 사료재배지로 63㏊를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10㏊(3만3천㎡)의 초지에서는 불과 700마리의 돼지만이 사육돼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인 방목형 돼지 목장이다. 이 넓은 목장은 라우스 파르소 라우센(Laurs Parso Laursen) 씨의 부부 단둘이 운영하고 있다.농장에 들어서면 광활한 초원이 먼저 눈에 띈다. 이곳에 돼지 수십 마리의 어미와 새끼돼지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풀을 뜯어 먹기도 하고 흙탕물에서 뒹굴기도 했다. 초원 중간 중간에 있는 소형 축사는 칸막이 없는 개방형이고 바닥에는 톱밥이 깔려 있다. 이 소형축사는 ‘후드(HOOD)’라고 불리는데 한마디로 자연공간에 놓인 모유실 겸 주거지다. 마름모꼴 형태의 통으로 어미돼지가 누워 모유먹이기 용이하게 바닥은 넓고, 새끼돼지 체온유지를 위해 상층부는 좁아지는 형태다. 어미돼지가 초지에서 풀을 뜯다 언제든지 새끼돼지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 것이다. 씨돈(새끼를 낳는 돼지)는 건강한 새끼를 낳기 위해 3년간 총 6번의 번식 후 도태된다. 또 이곳 새끼돼지들은 태어나면 항체를 높이기 위해 어미로부터 7주간 모유를 받게 되며 송곳니를 자르지 않고, 꼬리 또한 자르지 않는다. 특히, 질병에 대한 예방주사 접종도 제한받게 되며 사육기간(출하 전) 총 3번 이상의 의학접종이 이뤄지면 유기농 돼지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덴마크식 오르가닉(ORGANIC, 유기농) 농장이다. 국내의 일반적인 돼지농장에서 어미 돼지는 폭 60㎝, 길이 2m 정도의 철제 우리에 갇혀 지낸다. 어미 돼지들은 그 안에 3~4년씩 갇혀 1년에 두 번 이상 새끼를 낳다가 도태된다.새끼돼지의 경우도 어미돼지의 유방에 상처를 낼 수 있는 송곳니를 태어나자마자 뽑고, 꼬리 자르며, 보통 3주면 이유를 해 일반 돼지들과 사육을 하게 된다. 항생제·성장 촉진제 사용 등은 보편화 돼 있는 국내 사육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라우스 농장주는 “21년간 돼지 농장을 운영했고, 지난해 초 유기농 돼지사육을 처음 도입해 동물복지를 위한 친환경 목장과 유기농 사료 등을 먹여가며 씨돈 80마리에서 연간 1천500마리의 유기농 돼지를 생산하고 있다”며 “일반 돼지를 사육할 때보다 사육 마릿수는 크게 감소했지만 관리 규모가 축소되고, 매출 또한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이처럼 친환경적인 축산시설에서 생산된 덴마크의 유기농 돼지들은 6개월간 사육돼 120kg이 되면 출하가 이뤄지며, 도축된 고기 1kg당 유기농 돼지는 일반돼지(1kg당 9크로네)에 비해 3배가 넘는 1kg당 30크로네(덴마크 화폐 단위, 1크로네 한화 164원)를 받는다.현재 덴마크의 유기농 돼지 사육농가는 총 60곳으로, 전체 도축되는 돼지고기 중 2%를 차지하고 있다.특히 유기농 돼지고기는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이 이뤄지는데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덴마크는 유기농 축산품 수출국가 선점을 위한 유기농 축산 사육농가를 보다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덴마크 농축산식품협회(각 협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사설기관)는 기존 농장에서 유기농 농장으로 전환을 권장하기 위해 이에 따른 각종 컨설팅 비용 뿐 아니라 유기농식품을 국내를 비롯해 다른 나라에 수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케팅 지원까지 해주고 있다고 한다.
# 데니시 크라운 도축장
데니시 크라운(Danish Crown)은 덴마크 축산농가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협동조합이다. 데니시 크라운 협동조합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육류 수출업체로, 전체 생산물량의 43%를 수출하고 있다. 모두 8개의 도축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가장 큰 규모의 도축장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서쪽으로 270㎞ 떨어진 호센스(Horsens)라는 마을에 위치해 있다. 광활한 들판 한가운데 건립된 호센스 도축장의 외관은 마치 IT 기업의 연구소 또는 반도체 공장처럼 보인다. 덴마크 산업구조에서 디자인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며, 호센스 도축장 역시 덴마크 사람들의 디자인 미학을 엿볼 수 있는 건물이다. 6천억원이 투입된 호센스 도축장은 지난 2005년 준공됐으며, 규모는 8만2천㎡로, 축구장 8개가 들어설 수 있는 규모이다. 그러나 이곳은 방역을 위해 덴마크에 입국한 뒤 48시간이 경과해야만 견학이 허용된다. 세계 최대규모의 육류 수출업체일 뿐만 아니라 최첨단 자동화설비를 갖춰 이곳을 견학하는 내방객은 연간 2만5천명에 달한다. 내방객을 응대하기 위한 직원만 6명이 배치돼 있을 정도이다. 호센스 도축장을 방문한 당일 도축장 정문에 태극기를 게양함으로써 취재단의 방문을 각별히 환영한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농부와 농장주 등으로 구성된 데니시 크라운 협동조합 조합원은 약 8천300명이며, 조합원만 데니시 크라운에 소와 돼지를 납품할 수 있다. 호센스 도축장은 돼지만 도축하고 있으며, 주당 도축하는 돼지는 10만9천마리이다. 워낙 대규모로 도축하기 때문에 지난해 이곳에서 발생한 연매출은 9조6천억원에 달했다. 호센스 도축장의 가장 큰 특징은 냄새나 소음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물 외관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건물 입구에서조차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도축장이라는 설명이 없으면 무슨 용도의 건물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데니스 크라운 홍보담당자인 에그네트 폴센(Agnete Poulsen)은 “시골마을에 도축장을 건립했고, 냄새나 소음이 없기 때문에 건립 당시 반대 민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도축장 환경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건립은 물론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전혀 문제될 게 없었던 셈이다. 데니스 크라운이 가격 및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위생기준을 준수하고, 동물복지를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센스 도축장에서도 돼지가 입하되는 순간부터 동물복지를 추구한다. 돼지를 실은 차량이 도착하면 1시간 동안 계류장에 머물도록 한다. 돼지들이 계류장에서 숨을 고르며 안정을 취하도록 하기위한 목적이다. 심지어 계류장에 설치한 조명도 돼지의 안정을 고려했다고 한다. 계류장 규모는 3천500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계류장 시설도 자동화 설비를 갖췄다. 계류장에서 도축장으로 이동하는 과정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진행한다. 돼지몰이를 위해 막대기로 돼지를 내리치는 직원이 발견되면 즉시 해고한다는 게 홍보담당자의 설명이다. 도축장에 도착한 돼지는 5〜7마리씩 그룹별로 Co²주입실로 향한다. Co²를 3.5분간 주입해 돼지를 기절시킨 상태에서 30초 내에 칼을 꽂아 도축한다. 이때 산소가 결합되지 않도록 재빨리 호수를 꽂아 피를 뽑아내며, 피는 소시지 가공회사 등에 판매하고 있다. 이어 초음파 센서가 돼지 몸통을 스캔해 지방, 골격, 고기비율 등을 분석한 뒤 X-선 촬영장비를 활용, 부위별로 정밀하게 자른다. 이 과정에 덴마크 정부에서 파견한 수의사가 살모넬라균 등을 검사하게 된다. 내장도 일부는 실험실로 보내 수의사들이 검사한다. 고기는 물론 내장도 칩이 내장된 보관함에 담기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전량 수거가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직원 한 명이 시간당 142마리의 돼지를 부위별로 분리할 정도로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부위별 분리가 완료되면 18시간 동안 예냉한 뒤 판매한다. 돼지가 계류장에 도착한 뒤 도축, 분리, 예냉 후 판매까지 이틀이 소요된다. 이러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배경은 인건비 부담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덴마크는 최저시급이 2만4천원으로, 한국 최저시급(올해 기준 5천580원)에 비해 4배 이상 높다. 이로 인해 인건비를 낮추고자 약 100년 전부터 생산라인의 자동화를 연구했다고 한다.
1998년 당시 돼지 360마리를 도축하기 위해 로봇 1대와 직원 26명이 투입됐지만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뒤 2013년에는 428마리를 도축하는데 로봇 8대, 직원 12명을 투입함으로써 인건비 부담을 크게 낮췄고, 이는 곧 경쟁력으로 연결됐다. 전직원 1천800여명 중 덴마크인은 824명이며, 나머지는 폴란드인 462명, 베트남 53명 등으로 구성된 이유도 폴란드 등이 자국에 비해 덴마크의 임금수준이나 복지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해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돼지를 균일하게 커팅함으로써 수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협동조합이 덴마크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점이다. 경제위기에 봉착했을 때 대안으로 제시된 게 협동조합이었다. 이로 인해 1940년대 90개에 달했던 축산가공업체가 협동조합으로 결합하면서 현재 9개롤 축소됐다. 데니시 크라운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는 농가로부터 비싸게 구입해서 비싼 값으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당 판매수익을 ㎏별로 농가에 지급하고 있다. 1차 생산자인 농부가 강해야 축산업이 발전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
황영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15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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