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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만 사는 세상에서

이진만 철성중학교 수석교사
/이진만철성중학교수석교사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5년 10월 19일
ⓒ 고성신문

출장 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선글라스를 샀다. 햇살을 누그러뜨릴 때 사용하는 편광과 야간이나 우천시에 끼는 선글라스 세트로 되어 있어 필요할 때마다

꾸어 사용할 수 있다. 호기심으로 번갈아가며 써보다가 특히 편광 선글라스라는 놈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편광은 사물의 색깔을 다르게 바꾸어 보이게 할 뿐 아니라 광선 일부를 차단시켜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까지 비교적 확실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같은 사물을 보는데도 맨눈으로 볼 때와 편광으로 볼 때가 다르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보는 것도 자신이 원하는 것만 선택해서 보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참 좋은 세상이다.
신문에 어쭙잖은 글을 쓰면서 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신문이 발간될 때마다 독자들이 어떤 안경을 쓰고 글을 읽을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가능하면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합리적이고 수긍이 되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막상 문자로 박혀 나오면 그렇지 못하다. 독자 중에는 맑은 맨눈으로 읽는 사람도 있지만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글을 읽고 일부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지만 일부는 힐난을 한다. 같은 글임에도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칼럼이라는 글의 특성상 모든 사람을 공감시킬 수 없는 면이 있다고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심할 만큼 알레르기 현상을 보이는 독자들도 있다. 특히 정치적인 글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사를 말하다보면 다양한 소재를 다루게 되는데 정치를 소재로 칼럼을 쓸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 신변잡기적 주제를 다룬 글을 보는 시각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지만 정치 칼럼을 보는 시각은 흑백 두 가지 색깔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글이 나오면 언제나 독자는 두 패로 나뉜다. 소신 있는 소리를 했다는 사람들과 정치적이며 나쁜 의도가 있다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교육자가 아이들이나 가르치지 정치적인 발언을 하느냐?’며 순수하지 못하다고 타박을 한다.
교육자는 정치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논리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몰라도 일일이 대꾸하기조차 부끄러운 일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공무원들이 정당이나 기타 정치단체의 결정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지 개인의 소신까지 규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공무원들은 투표에 참여해서도 안 될 것이며, 정치가 이외에는 정치에 대해 말을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농부는 그저 농사나 지어야 하고, 장사꾼은 그저 장사나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타박 자체가 정치적 행위라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고성에는 참 순수한 사람들이 많다. 아니, 너무 많아 걱정이다. 그렇게 순수하게 살아왔기에 세태를 비판하는 소리를 못 듣고 남을 헐뜯는 소리를 못 듣는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하면 귀를 막고 한쪽에서는 썩어 들어가는데도 내 코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적 문제에 대한 반감은 유난스러워서 자신과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사상과 이념이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버린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만은 순수하다는 결벽증에 빠져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정치는 순수하지 못하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스운 일이다. 왜 자신은 그런 색깔이 없다고 생각할까? 검은색이 눈에 거슬리는 것은 내가 흰색이기 때문이고, 흰색이 귀에 거슬리는 것은 내가 검은색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그리고 흑백 이외에도 다른 색깔이 있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 않을까?



오늘도 정치적인 말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너스레가 너무 길었다.
오는 28일에 있을 고성군수 재선거를 두고 작은 도시가 한창 시끄럽다. 여당 후보 경선 문제로 시끄럽더니 이젠 야당 후보 지원을 위해 당대표를 비롯한 야당 중진들이 대거 지역을 방문하는 시끄러운 동네가 되어 버렸다. 거기에 여당 후보의 학력 진위 문제까지 여론에 올라 뒤숭숭하다. 한 마디로 진흙탕 선거판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진흙탕에서 뒹구는 후보들도 그렇지만 더 기이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 보이는 언론의 모습이다. 정말 조용하리만큼 세간에 떠도는 소문들에 대해 진위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후보자들이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사실 여부를 파악하고 내용을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세간에 논란이 되었던 촌지, 사전선거운동, 금품향응, 학력 문제는 모두 언론이 밝혀야 할 몫이었다. 선거가 지역의 현안이고 이런 소문들은 투표를 앞둔 유권자들에게는 중요한 내용이기에 언론이 앞서서 밝혀내고 알려야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외벽만 치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의혹을 네거티브로 치부하고 선거판이 혼탁해진 이유를 후보자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 심지어 사법기관에서 인지하여 조사한 사안까지 네거티브라고 말하고 있다. 언론에 실린 것이라고는 촌지 관련 기사가 모두였는데 그것도 관련자의 자료 제공에 의한 것이었다. 간혹 관련 기사가 나오더라도 후보자 측에서 나온 ‘~하더라’ 소식이 모두이고 언론이 직접 심층 취재를 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남의 흉을 입에 올리지 말라.’
정말 좋은 말이다. 오랜 세월 우리 조상들이 미덕으로 삼아온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평범한 개인이 갖추어야 할 인성이지 언론이 취해야 할 덕목은 아니다. 그러기에 이번 선거를 접하면서 언론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기능 중에는 ‘정치권력,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 역할’의 기능이 있다.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지역의 현안 문제에 대해 언론들은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공정한 보도를 통해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중립을 유지하겠다는 뜻은 백번 이해를 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혼탁해진 이유에는 언론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언론의 비판과 감시가 있었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론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얼마나 지저분한 선거판이 되어 버렸는가? 토론의 장이 아닌 서로 헐뜯는 공간으로 전락한 일부 언론의 밴드나 카페를 비롯하여 이번 선거판을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는 기회로 삼는 현직 정치가들까지 있음에도 언론은 남의 일인 냥 비판을 꺼려한다. 진흙탕싸움에 뛰어들지 않고 중립을 지키려는 언론의 고고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래서 고성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 필자와 같이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연일 외지 언론에 추한 고성의 모습만 오르내리는가? 진정 고성을 사랑하고 지역 발전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언론의 바른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이 나가면 또 약간의 논란이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 글 하나로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할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생긴다. 글 하나도 올리는데도 걱정을 해야 하는 세상이 참 슬프다.
언젠가 소설가 이외수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착한 사람들과 착한 척하는 사람들만 사는 세상에서 글을 쓰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이 어쩐지 고문 같다.’
이외수의 말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 시간이다.

/이진만철성중학교수석교사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5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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