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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면 해안 일주도로는 일명 '이봉주 훈련 코스'로 알려져 있으며, 2002년에 국내마라톤대회 공식코스로 결정되었다. 평탄한 길과 함께 아름다  | |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릴 수 있어 긴 시간 달려야 하는 마라토너에게는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천혜의 마라톤 코스였다. 그래서 고성마라톤대회에는 적게는 5천명에서 많게는 9천명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참가할 정도로 고성엑스포와 더불어 성공한 행사로 손꼽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민 호응이 낮고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2013년 제11회 대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참 아쉬운 일이다. 고성 전국마라톤대회는 보스턴 마라톤대회 우승자인 이봉주 선수가 고성에서 동계훈련을 한 것을 계기로 시작되어 2002년에 처음으로 전국대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전국의 마라톤 동호인들에게 예상을 넘어서는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고성마라톤대회가 매력이 넘치는 행사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따뜻한 날씨와 평탄한 도로로 인하여 세계적인 선수가 찾아와 연습을 할 정도로 멋진 코스라고 널리 알려진 것이 행사 성공의 주원인이었다. 이봉주 선수의 훈련코스인 동해면 일주도로는 남해안의 해안 절경과 잘 어우러져 지루함을 달래주고 도로의 표고 차와 경사도가 완만하여 마라토너에게는 최고의 코스라고 인정받았다.
게다가 매년 1월에 행사를 개최한 것도 매력이었다. 당시는 혹한기에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 곳이 없었다. 겨우내 개인 훈련에 열중했던 마라토너들에게는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대회가 고성마라톤대회였다. 비교적 따뜻한 고성의 기온이 겨울 행사를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그러다 보니 큰 홍보 없이도 동호인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고성의 대표적인 행사가 되었다. 그러나 고성마라톤대회는 이처럼 열띤 호응에도 불구하고 차츰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이봉주가 달리던 도로가 없어진 것이다. 2007년에 동해면이 조선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도로 인근에 조선 관련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대형차들이 질주하는 위험한 길이 되어 버렸다. 동해면은 마라톤을 떠나서 여행지로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곳이다. 해안을 따라 돌며 휴식처로 알맞은 해안 마을이 있고, 물때를 잘 맞추면 해안 바위에 널려진 공룡발자국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천혜의 해안 절경을 끼고 있어 해수욕과 피서를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으며, 볼락, 도다리 등을 낚을 수 있는 포인트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역 개발로 경제적 이득을 얻은 대신에 우리는 최고의 관광자원과 마라톤코스를 잃어 버렸다. 그래서 개발해낸 것이 당항포에서 이웃동네인 창원 시락과 소포마을을 거쳐 오는 새로운 마라톤코스였다. 2012년 10회 때부터는 장소를 변경하여 당항포에서 행사를 치렀는데 마라토너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대부분의 마라톤 코스가 갔던 길을 되돌아 오는 반환코스인데 비해 새로 개발한 코스는 호수 같은 당항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달리는 순환코스로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동원된 응원단이 아닌, 논밭에서 일하다가 손을 흔들어 주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응원이 마라토너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코스가 타 지역에 걸쳐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역발상으로 보면 도리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역시 두 개 지역을 걸치는 마라톤대회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고성과 창원을 넘나넘는 고성마라톤대회는 그 의미가 크다. 고성 지역만의 행사가 아닌 경상남도의 상품으로 브랜드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상남도에서도 고성마라톤대회가 없어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협의가 가능하다면 고성마라톤대회의 부활은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다음은 공룡의 덩치 같은 예산의 집행이다. 한번 행사를 치르는 데 3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었다. 마지막 행사였던 제11회 대회에서는 1억 4천만원의 군비와 마라토너들에게 받은 참가비로도 모자라 관내 기업체에서 후원을 받아 겨우 행사를 치렀다고 한다. 행사 준비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깊은 사정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은 경비가 드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지방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의 경비는 5천만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참가자의 숫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3천만원 이상의 참가비가 수입으로 들어온다. 나머지 경비는 지자체가 부담하거나 후원금으로 충당을 한다. 물론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치른 행사의 경우이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획사가 주최하는 행사에는 참가비만으로도 행사를 치르고 이득까지 남긴다. 고성마라톤대회와는 별도로 고성마라톤클럽 주최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회에 걸쳐 고성울트라마라톤대회가 열린 적이 있다. 물론 300여명이 참가하는 소규모의 행사였지만 참가자들의 참가비와 회원들의 자원봉사만으로도 행사를 치르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울트라마라톤대회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참가자들과 참가비를 가지고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은 예산 집행의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은 우왕좌왕하는 행사 일정이 문제였다. 1월에 전국마라톤대회를 치르는 곳으로 대표적인 곳은 고성과 여수이다. 그러나 여수보다는 고성이 교통이나 기후 등 여러 면에서 조건이 좋기 때문에 대부분의 마라토너들은 고성으로 몰린다. 그런데 2013년에는 참가자들을 여수에 많이 빼앗겼다. 고성마라톤대회 일정이 늦게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여수마라톤대회는 매년 둘째 주 일요일에 열린다. 그런데 고성은 매년 바뀐다. 장날이 겹치는 날을 피해야 하고, 어떤 날은 이래서 안 되고, 어떤 날은 저래서 안 되고, 이래저래 피해야 하는 날이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마라토너들이 행사 참가 일정을 짜는데 고성은 열외가 된다. 행사 날이 고정되어 있는 여수를 선택하고 나면 고성은 닭 쫓던 개가 된다. 행사를 준비하는 기획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챙겨볼 것은 주민들의 호응도이다. 주민들의 호응도가 저조하다는 말은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대체로 마라톤대회는 일반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응 받지 못한다. 우선 교통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작은 불만이고 사실은 마라톤대회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고민한다면 고성군은 인근 사천의 노을마라톤대회를 벤치마킹하기 바란다. 올해 10회째를 맞은 노을마라톤대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몰시에 실시하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성공한 행사이다. 야간에 실시함으로 주민들의 불편을 최대한 줄이면서, 관계자나 자원봉사자에게 드는 경비를 줄이고 참가자에게 최대한의 선물과 먹거리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경기를 마친 참가자들이 지역에 머물게 함으로써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되게 기획된 행사이다. 당연히 주민들의 호응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고성마라톤대회가 주민들에게 봉사와 희생만 요구했지 반대급부를 준 것이 없다는 것은 반성해야 할 점이다.
한때는 최고의 대회라고 칭송받던 고성마라톤대회의 미개최로 고성은 전국의 마라토너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아직 고성마라톤의 불꽃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고성의 거리를 질주했던 이봉주 선수를 떠나서라도 인구 비례 전국 최다의 써브쓰리 선수와 울트라마라톤 완주 선수를 가진 고성은 누가 뭐라고 해도 최고의 마라톤 왕국이다. 특히 고성마라톤클럽을 중심으로 한 고성의 건각들은 2011년 순천만 전국울트라마라톤에서는 여성부 1위와 남성부 2위를 동시에 거머쥐는 쾌거를 이룬 바가 있으며, 중장거리 부문에서도 전국 대회를 비롯한 각종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고성 알리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마라톤 왕국 고성’의 부활을 꿈꾸는 마라토너들이 있어 언제든지 다시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관계 기관에서는 행사 재평가와 더불어 고성마라톤대회를 다시 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