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세월호에 이어 성종완의 뇌물리스트로 나라가 들썩이더니 요즘은 중동호흡기 증후군(MERS)으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역대 사건 중에 행정부와 지방치단체에 대통령까지 함께 나서 대처한 경우를 찾기도 힘들거니와,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도 메르스의 몸통은커녕 꼬리도 자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학교와 가게가 휴업하고 거리에 사람들이 없어졌다.
방역마스크를 쓰고 집 안에 갇힌 국민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럴 때 욕하기 가장 만만한 부류가 있다. ‘공무원들’이다. 그놈의 공무원들이란 사람들이 초기 대응을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일을 시원찮게 해서 국민들을 이렇게 피곤하게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참 문제가 많다. 뉴스에도 왜 그렇게 자주 나오는지 골프 치다가 감사에 걸리고, 뇌물 받아 구속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기고 있으니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가 있는가?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는 이런 소리를 들으면 국가의 녹봉(祿俸)을 먹는 필자는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다. 변명을 하려고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실 욕을 들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지만 그들의 탓이라고 돌리기에는 국민들의 원성이 너무 높아 감히 변명조차 하기 힘들다.
그래도 감정을 가라앉혀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책상 앞에 앉아 종일 민원을 보고 있는 일선 주무관이 골프를 치다가 감사를 받았는가? 출퇴근 시간에 만나는 옆집 보건소 간호사가 메르스를 퍼뜨렸는가? 해경 시험에 합격되었다고 축하를 받던 동네 총각이 세월호를 물에 빠뜨렸는가?
주범은 따로 있다. 일러 고위공무원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고위공무원이란 법률 및 의전편람에 따라 국가요인 또는 그에 준하는 의전상 대우를 받고 있는 3급 상당 이상의 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다.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있고 집행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국민들에게 주어진 기본 권리까지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욕을 채우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안중에는 국민이 없다. 어쩌다 자신의 잘못이 들통나더라도 비리의 고리로 얽힌 썩은 동료들이 그들을 보호해 주고 덮어준다. 혹시나 문제가 커져 자리를 물러나더라도 적당히 지역의 정치적 정서를 이용하면 재기의 기회가 주어진다. 말 그대로 금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고위공무원들 중에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군 면제나 부동산 투기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정부 고위직이 되어 있고, 공안몰이 검사 출신이 대법관이 되었으며, 성추행이나 뇌물 수수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사람들이 아직도 버젓이 의원 배지를 달고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에 구조를 어렵게 한 사람들은 그들이다. 성종완 뇌물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사람들도 그들이다. 메르스가 전국으로 퍼지게 만든 사람들도 그들이다. 그들은 최상위 1%의 고위공무원들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권력은 그들 1%에게 몰려 있다.
그들은 태생이 일반 국민들과 다르기 때문에 감히 가까이 가기 힘들다. 일반 국민들이 그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선거가 있을 때뿐이다. 그때는 더없이 존귀한 대통령까지도 가까이 가서 손을 잡아 볼 수 있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그리고는 끝이다. 간혹 행사장에서 만날 때가 있지만 그때는 높디높은 단상의 의자에 앉아 있어 일반 국민들의 접근이 어렵다. 그리고는 그들만의 잔치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들의 횡포에 대한 화풀이의 대상은 가까이 있는 지자체의 공무원들이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공무원들이 환자나 격리대상자를 일대일로 관리할 것이며, 메르스 치료비는 국가가 해결해 줄 것입니다.”
오늘도 책임 없이 내뱉는 보건복지부장관의 말이다. 그 말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이제 국민들은 안다. 안심하기는커녕 국민들에게 가장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치사율이 제로라 다행’이라는 발표가 무섭게 불과 몇 시간 만에 환자가 죽어 갔고, ‘지역사회의 전파는 없다’고 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확진 환자는 발생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발표가 도리어 혼란을 유발시켜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를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그 분노는 고스란히 일선의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쏟아진다. 왜 정보공개를 하지 않느냐, 메르스 자가격리자에게 하루에 두 번 전화를 걸게 되어 있는데 왜 소홀하냐, 방역마스크와 체온계를 왜 자비로 구해서 써야 하느냐? 등등……. 결국 사고는 고위공무원들이 일으켰는데도 불구하고, 일선의 하위공무원들은 그들이 뱉어 놓은 말과 일에 대한 책임을 대신 지고 욕은 욕대로 얻어 먹게 되는 것이다.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고위공무원들을 위해 오늘도 하위직 공무원들은 묵묵히 일하고 있다. 이렇듯 나라에 어려움이 있으면 휴일도 없이 나서 일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연일 터지는 대형 재난에 더욱 싸늘해진 국민들의 눈총이다. 사실 하위직 공무원들도 일반 국민과 같이 피해자들이다. 왜 우왕좌왕하느냐고 꾸짖지만 그들 역시 정부가 건네주는 엉터리 메시지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 왜 정부에서 발표한 대로 행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미 동이 난 방역마스크나 체온계를 직접 만들어 나눠 줄 수도 없다.
얼마 전에 인근 사천 지역에 메르스 의심 환자가 나와 지역 주민들이 긴장한 일이 있었다. 음성 판정을 받아 다행이라고 했더니 오늘 아침에는 창원에도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또 들린다. 70대의 노인이 지난달에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던 죄로 1차 검사에서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인데 정부에서 환자 발생 병원을 미리 공개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 이제 우리나라 어느 곳이고 안전한 곳은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불안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 지금까지 예방에만 치중하던 우리 지역의 공무원들은 더욱 바빠지게 되었다.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자. 자신도 감염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고 메르스와의 전쟁을 수행하며 묵묵히 일하는 일선 공무원들을 위해 격려를 보내자. 그들의 애민심(愛民心)이 메르스로부터 우리를 구해 줄 묘약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