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8-05 20:02:0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칼럼

모두 내 탓입니다

이진만 철성중학교 수석교사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5년 06월 09일
ⓒ 고성신문
지난 한 주 고성 군민들에게 가장 큰 화두(話頭)는 하학열 군수의 낙마였다. 그동안 설왕설래하던 군수직 여부가 대법원의 판결로 ‘당선 무효’로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하 군수는 지난 해 실시되었던 6·4 지방선거에서 타 후보들과 치열한 다툼 끝에 42.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중도하차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하 군수 취임 후 힘차게 추진하던 지역의 역점 사업들이 표류할 수도 있기에 공무원들도 그렇지만 일반 주민들도 당황스럽기만 하다.
일단 이번 사건의 단초는 하 군수의 작은 실수에서 시작되었다. 하 군수는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소득세를 체납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기재한 선거공보를 주민들에게 발송했다. 이에 선관위는 선거공보의 허위 기재가 유권자의 판단에 상당한 지장을 준다는 판단 아래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후보를 고발하였고, 1년에 가까운 재판 끝에 법은 하 군수에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하 군수의 낙마 소식을 접하며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선거 과정에서 보인 캠프 실무진의 잘못이다. 하 군수는 선거공보의 허위 기재가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 실무자의 착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사실 그럴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군의원과 도의원을 지내며 선거를 한두 번 치른 사람도 아닌 하 군수가 어쩌다가 그런 실수를 하였을까? 다시 생각해도 의아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하필이면 기재 사실을 선관위에 보고할 즈음에 휴일이 끼어 수정의 기회를 놓친 것도 하 군수에게는 불운이었다. 바쁜 선거 일정에 후보가 사안을 모두 짚어볼 수가 없다. 물론 후보의 얼굴인 선거공보를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한 것은 후보의 잘못이지만 선거공보는 당연히 홍보팀에서 전담을 해야 할 부분이었다. 결론적으로 실무진의 잘못이 낙마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기소 후에 측근들이 보인 모습 또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하 군수를 지지하는 일부 측근들은 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향우들에게까지 탄원서를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물론 하 군수를 아끼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의연한 대처법이 아니었다고 주민들 사이에는 말들이 많았다. 그리고 사실 당선무효형은 이미 선거 당시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2014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간한 정치관계법 사례집 133쪽을 보면, 2007년 대법원 판결에서 체납금액이나 직계존속의 세금 체납이라는 점에서 판박이처럼 꼭 같은 사건에 당선무효형이 내려진 전례가 있었다. 그러기에 이번 사건은 탄원서 몇 장을 제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가장 아쉬운 것은 하 군수의 처신이다.


취임 후 하 군수는 주민들에게 성실하고 추진력이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행정을 펼쳐 지역 현안문제 해결에 앞장섰고, 특히 사천시와의 삼천포화력발전소 부지 소유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벌금 200만원의 1심 결과가 나왔을 때 주사위를 던져야 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당선무효형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재심에서 200만 원의 벌금형이 100만원 이하로 내려갈 수 없다는 것이 식자(識者)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물론 힘든 결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항소보다는 측근들의 실수를 끌어안고 사퇴를 했더라면 최소한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낙마 소식을 접하며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다.
그동안 하 군수의 거취는 지난 선거 때 그를 지지했던 사람이나 반대했던 사람이나 모두에게 큰 관심사였다. 그리고 정치적 이념이나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직위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더 많았다. 재선거가 지역 전반에 미치는 후폭풍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재선거 경비는 원인제공자가 내놓아야 한다며 하 군수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역에 따라 인물과는 관계없이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정당 정치를 탓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게 남을 탓한다고 될 일인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리 자신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본의든 실수든 하 군수의 선거공보 허위 기재 사실은 유권자들에게 공지가 된 후에 선거를 치렀다. 물론 시기적으로 부재자 투표에서는 내용이 첨부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공고문이 투표소마다 붙여지고 주민 대부분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본다. 그러기에 하 군수의 낙마는 당연하며 재선거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 군수는 지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새누리당의 공천과 후보들의 난립을 등에 업고 고성군수로 당선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미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하학열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하 군수는 우리가 선택한 선량(選良)이다. 우리가 선택을 했으면서 이제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누워 침 뱉기나 다름없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욕하랴? 하 군수를 탓하기 전에 누가 그를 선택했는가 되물어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뽑았고 그게 우리의 정치 수준이다. 혹시 잘못 뽑았다고 생각한다면 손가락질하고 지탄하기 이전에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런 결과를 예측했으면서도 정당만 보고 그를 선택했다면 정말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할 것이고, ‘나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면 무소속 후보의 난립을 막지 못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 군수는 당선 이후 1년 가까운 시간동안 군수직을 지켰다. 그리고 성실하고도 의욕적으로 고성의 발전과 지역민을 위해 일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제 한순간의 실수로 당선 무효라는 낙인만 남았다. 누가 그에게 그런 깊은 상처를 남겼는가? 차라리 당선이 아니었다면 최소한의 상처로 끝났을 지도 모를 업보를 그의 어깨에 둘러씌운 사람은 누구인가? 하 군수만의 책임인가? 아닐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를 군수로 만들어 준 우리 모두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가오는 10월이면 지역의 수장을 뽑기 위한 재선거가 실시되고 고성은 다시 정치 소용돌이 속에 묻히게 될 것이다. 하 군수의 낙마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와서 누구의 잘못과 책임을 묻기 전에 우리 모두 반성의 기회를 먼저 갖자. 그래서 재선거에서는 정당이나 인맥을 떠나 청렴하면서 지도력을 갖춘 인물을 찾아 투표하자. 그리고 이번 사건을 반성과 더불어 주민들의 정치의식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 10월의 재선거는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멋진 축제가 되도록 하자.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5년 06월 09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