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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싣는 순서
① 느림의 미학, 상주슬로시티를 가다 ② 하동 슬로푸드, 세상의 입맛을 사로잡다 ③ 신안군 증도 슬로길 사람이 모인다 ④ 청산도 환경보전과 축제로 두 마리 토끼를 잡다 ⑤ 고성군, 이제는 슬로시티가 미래
상주 지역특산물 전통문화 자연 이용 3개 읍면 선정
#들어가는 글
세상은 어느덧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빨리, 빨리”를 외치며 산업화와 공업화를 이뤄 왔다. 그런 열정과 피땀 흘린 결과로 지금의 한국을 이뤘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성장보다는 성숙을, 부유한 삶보다는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시대가 됐다. 작은 것의 가치를 느끼고 느림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한다.
고성군도 항공산업단지, 조선특구, 엑스포 개최 등을 통해 산업화와 인구증가, 경제활성화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일부서는 지역별 균형발전과 각 읍면에 맞는 발전적 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산업 발전이 필요한 지역은 추진해 나가면서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보호하고 여유와 느림을 추구하며 살 수 있는 지역도 함께 밑그림을 그려 나가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
‘힐링’을 간절히 원하는 현대인들의 슬로시티. 특히나 고성군은 전체 인구의 25%가 노인인 초고령화사회로 슬로시티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성군도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전하며 지역을 개발하는데 또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슬로시티를 통해 고성군의 발전을 위한 화두를 제시한다.
#슬로시티
1999년 10월 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의 파올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 전 시장을 비롯한 몇몇 시장들이 모여 위협받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의 미래를 염려하여 ‘치따슬로(cittaslow)', 즉 슬로시티(slow city)운동을 출범시켰다.
이 운동은 슬로푸드 먹기와 느리게 살기(slow movement)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아니라 빠름과 느림, 농촌과 도시, 로컬과 글로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조화로운 삶의 리듬을 지키는 것으로 달콤한 인생과 정보 시대의 역동성을 조화시키고 중도를 찾기 위한 처방이다. 1999년 국제슬로시티운동이 출범된 이래 현재까지 25개국 151개 도시로 확대되었으며 한국도 10개의 슬로시티가 가입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슬로시티
슬로시티 운동은 전통과 자연을 보전하면서 유유자적하고 풍요로운 도시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구가 5만명 이하이고, 도시와 환경을 고려한 정책이 실시되고 있으며 전통문화와 음식을 보존하려 노력하는 등 일정 조건을 갖춰야 슬로시티로 가입할 수 있다.
완도군 청산도는 옛 음식과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평가받아 지난 2007년 12월에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의 슬로 시티는 신안군 증도면, 담양군 창평면, 전주 한옥 마을, 완도군 청산도, 상주시 함창읍 공검면 이안면, 하동군 악양면 등 10개의 슬로시티가 있다. 슬로시티는 자연 생태가 잘 보호되고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고 있는 지역으로 그 특징은 에너지 절약, 유전자 변형 농산물 사용 금지, 보행 및 자전거 도로 확충, 친환경적 쓰레기 처리, 전통문화와 토산품 보호 등이다.
#상주,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6차산업 도시로
경북 상주시는 2011년 6월 국제슬로시티연맹 폴란드 총회에서 슬로시티로 공식인증 받았다. 한 도시에 1개 면이나 읍으로 지정되는 것이 보통이나 상주의 경우 함창읍, 공검면, 이안면이 함께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각 읍면은 각자의 특징으로 함께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상주는 삼백의 고장으로 불리는데 쌀, 곶감과 더불어 하얀 누에를 일컫는다. 함창은 신라시대부터 양잠과 더불어 명주산지로 알려졌으며 전국에서 유일한 전통명주장이 열렸다. 현재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명주는 중국산 생사이나 함창만이 유일하게 국산 생사를 생산해 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현재 2% 정도의 국산생사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함창면 무운로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함창명주박물관, 경상북도 잠사곤충사업장, 함창명주테마공원, 상주슬로시티 방문자센터가 한데 모여 있다. 면적은 33만㎡ 규모에 절반은 뽕나무 재배지다. 명주잠업영농조합법인의 함창명주테마공원은 자족적 생산능력을 갖춘 농촌지역의 중추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누에를 직접 키우며 지역의 특산품인 함창명주, 누에와 뽕잎을 이용한 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특산품을 이용한 슬로푸드를 맛볼 수 있으며 누에와 나비, 곤충을 이용한 생태원을 체험할 수 있다. 상주시청 유통마케팅과 임종암 주무관은 “이곳은 함창의 대표 생산물인 명주를 생산부터 제조, 유통, 판매와 체험활동 등 지역의 특산품을 이용한 6차산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 3개 읍면이 서로 다른 개성으로
함창이 명주라면 이안은 전통옹기로 슬로시티에 지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상주옹기장(대표 정대희)은 6대째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정대희 대표의 아버지인 정학봉씨는 경상북도무형문화재이며 정 대표의 아들, 손자가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상주옹기장의 특징은 산화납을 섞은 유약이 아닌 전통잿물을 사용하고 6칸짜리 전통 장작가마인 연실요를 통해 최상의 옹기를 제작한다. 가문의 전통기법을 살려 옹기 중에 으뜸인 대옹을 굽는 전통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안면에는 분도요와 홍도요가 있고 상주 전체로는 묵심도요 석운도요 상주요 등이 분포해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상주옹기장 정대희 대표는 “옛것을 후손에게 전하는 것이 제대로 슬로시티로 가는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다”며 “사실 가장 쉬운 것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슬로시티의 취지가 느림인데 옹기와 너무나 닮아 있다. 옹기는 자연과 불의 때와 순서를 기다려야 함으로 기다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농촌체험마을인 황금소마을이 있다. 황금소마을은 전통과 문화, 자연, 발달된 농업인프라로 한국적인 농촌어메니티가 잘 보전된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역교류센터, 전통공예체험관, 향토초가체험장 등이 있으며 특히 녹동귀농마을은 도시인들이 귀농을 꿈꾸는 곳이다. 공검은 삼한시대 3대 저수지인 12여만㎡ 면적의 공검지가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둘레가 8.56㎞로 ‘콩 한되를 볶아 한알씩 먹으며 돌면 콩이 모자란다’고 할만큼 넓다. 현재 무형문화재 공갈못 노래와 수백편의 설화와 한시가 남아있다. 현재 보존회와 연구회 등에서 역사문화 계승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임종암 유통마케팀 담당은 “상주의 세 개 읍면이 슬로시티로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면 나머지 다른 지역은 곶감 오이 육계 등 농업의 수도, 가구당 2.6대의 청정자전거도시, 상주상무프로축구단 등 스포츠 도시, 상주시 동남권역의 신낙동강시대 문화관광레저도시, 말산업 거점도시 등으로 꿈이 있는 행복도시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로시티는 관광자원이 아닌 지역민이 행복한 곳”
이국진 상주슬로시티주민협의회 사무장
“상주슬로시티의 비전은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이며 상주의 상인 SANG에서 S, 상생·공생 농업생명 공동체, A, 아날로그 생활양식 관광, N, 네트워크를 통한 제휴, G, 궁극의 풀뿌리마케팅을 목표로 한다.”
상주의 슬로시티는 슬로시티의 취지에 맞게 지자체가 주체가 아닌 상주슬로시티주민협의회가 주도하고 있다. 상주슬로시티주민협의회 이국진 사무장이 중심에 서있다.
“상주의 슬로시티는 지역민주도의 주민사업 시행, 지역 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농촌사업, 지역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주민협의회 구성, 문화예술 슬로푸드 생태 등 활용, 친환경 농업 및 지역 기업의 인재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국진 사무장은 상주의 슬로시티가 많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두 개의 중요 추진체를 달팽이학당과 축제로 든다. 달팽이학당은 채련요 공연 및 인형극 등 공갈못 문화학당, 전통명주학당, 명주 원단을 이용한 기능인 양성을 위한 규방공예학당, 분도요 도예학당, 슬로푸드 학당. 전통옹기학당, 약용식물학당, 전통흙구들학당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공갈못 추진위원회, 정겨운 산골 마린도요, 명주 이야기, 분요 도예, 슬로시티 슬로시티분과, 상주토기, 조봉자천일염연구소, 구들흙교육원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전통흙구들학당은 평소 관심 있는 신청자들에게 전통가옥 만들기를 가르치고 그 자원을 이용해 낙후된 주택을 고쳐 주며 지역자원 활용과 자원봉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공갈못문화학당의 경우 공검지의 많은 설화와 전설을 농촌지역 아이들에게 조사하게 하고 직접 더빙하고 인형을 만드는 등 인형극을 만들어 축제서 지역민에게, 지난해에는 춘천인형극제에도 공연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역역량강화, 마을자원 찾기 워크숍 등 슬로테마 만들기, 마을 사업 모델 찾기, 슬로테마 만들기, 슬로시티 관광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함창명주페스티발을 통해 2013년에는 지역 전문가들이, 2014년에는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명주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상주슬로시티주민협의회가 하고 있는 사업이 많아 사업비가 궁금했다. 또 과연 사업들이 슬로시티로 인한 관광산업으로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대부분 사업이 500만원 이하로 이뤄진다. 지난해 총 사업비는 3억여원이었다. 지역 자원을 최대한 발굴하고 지역전문가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상주는 전통적으로 관광도시가 아니다. 슬로시티는 관광 사업이 목적이 아니며 지역민이 얼마나 행복해 하나, 아, 이곳이 살고 싶은 곳이구나 하고 만족해 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그 목표에 어느 정도 근접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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