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8-05 20:07:0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칼럼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서

조계옥 본지 논설위원
조계옥본지논설위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5년 05월 08일
ⓒ 고성신문

안동하면 떠오르는 것이 하회탈과 간 고등어다. 최근에는 가수 진성이 불러 인기 상승가도를 타고 있는 가요 ‘안동 역에서’와 드라마 ‘징비록’으로 인해 안

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수채화 풍경처럼 고운 4월의 끝자락. 고성문화원 향토사연구소 회원들은 안동시 일원 역사문화유적지 답사를 갔다. 가는 길이 약 3시간이나 걸린다기에 무척 지루하리란 예상과는 달리, 함께한 회원들의 해박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여 오히려 짧게 느껴졌다. 이윤성 소장은 답사관련 인물 류성룡과 이순신 등의 자료를 준비하여 사전지식을 갖게 하였고, 이옥진 선생은 조선왕의 묘호, 즉 왕이 죽은 다음 그 공덕을 칭송하여 붙인 호칭 조와 종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는데 귀담아 듣게 되었다. 조선의 왕 27명 가운데 종(宗)을 사용한 왕은 18명, 조(祖)를 사용한 왕은 7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고성문화원 산증인인 황종래 전 국장은 고성문화원의 역사와 문화원을 지금의 자리에 짓게 된 동기, 농악이 생긴 이유 등을 상세하게 전해 주었는데 전설처럼 흥미진진했다.



안동에 들어서니 곳곳에 안동을 대표하는 먹을거리, 안동 간고등어, 헛 제사 밥, 안동찜닭 등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는데 빈속이라 군침이 돌았다.
병산서원 가는 길은 비포장인데다 좁고 꼬불꼬불하여 승차감이 나빴다. 하지만 앞차가 뿌연 흙먼지를 퐁퐁 피워 날리는 시골길의 정취는 예전의 신작로를 떠올리게 했고, 노란 민들레와 귀여운 애기똥풀 꽃은 나를 미소 짓게 했다.
병산서원 주변의 경관은 봄의 녹색과 때맞춰 핀 분홍빛 모과 꽃이 수놓듯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병산서원은 학문을 연구하는 강학공간과 제사를 지내는 제향공간을 모두 갖춘 정식 서원으로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렸을 때도 헐리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 47개의 서원중 하나다. 서원의 정문인 복례문과 만대루를 지나니 다복솔처럼 잘 다듬어진 매실나무 두 그루가 어린 매실을 주렁주렁 달고 마주하고 있었다. 그 앞의 만대루는 안전점검 관계로 당분간 출입을 금하고 있었는데 건축 솜씨가 빼어나고 보존이 잘되어 있었다. 만대루는 휴식과 강학의 복합공간으로 해질 무렵에 2층 누각에 올라 바라보는 낙동강과 병산의 경치는 이곳의 경치 중 으뜸이란다.



점심으로 안동전통음식전문점에서 간고등어와 안동찜닭을 먹었는데 찜닭이 무척 매워 속이 아리고 땀이 났다.
하회마을 관람은 무료 셔틀버스 승차로 시작했다. 먼저 영국여왕 방문 기념전시관을 둘러봤는데, 전시관에는 여왕에게 선물한 국보121호 양반탈이 활짝 웃고 있다.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하회마을에서 한국의 봄을 맞다’라는 여왕의 만년필 글씨가 정갈했다. 1999년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한 여왕은 4월 21일에 충효당에서 기념식수하고 김치와 고추장 담그는 모습도 보고, 담연재에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하고 생일상을 받았단다. 여왕은 ‘안동은 가장 이상적이고 훌륭한 전통과 문화를 겸비한 미래의 도시’라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기념전시관 벽에 서애 류성룡 선생이 집필한 ‘징비록’의 드라마 포스트가 붙어있다. 그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길이기에 유심히 들여다 봤더니, ‘임진왜란 피로 쓴 교훈’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떤 남자 관광해설사는 관광객과 외국인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한국 전통의 갓을 쓰고 옥색 두루마기를 입어 눈에 뛰었다. 외국인에게 한복 문화까지도 널리 알리려는 의도가 돋보였다.


이곳 마을 이름을 하회라 한 것은 낙동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데서 유래 되었다. 이곳은 풍산 류씨가 600여년간 살아 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씨족마을로 기와집과 초가가 오랜 역사 속에서도 잘 보존된 곳이다.
풍산 유씨 화경당은 어버이를 섬기고 임금을 섬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는 지중추부사 류시춘 공이 분가할 때 집안의 융성과 일가의 번영을 기원하며 심었다는 300여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소나무가 있다. 나무의 생김새가 하회마을을 굽어 돌고 있는 강물의 형상을 하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다. 담연재는 연예인 류시원이 살았다는데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상당히 큰 문간채와 솟을대문의 집인데 굳게 잠겨 있어 겉만 구경하니 아쉬웠다. 종가 길을 따라 한국전통문화체험 숙박시설 명품고택 북촌 댁을 살짝 들여 다 보고, 작천고택을 지나쳐 하회종가 골목길을 따라 삼신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회마을은 이 삼신당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강을 향해 배치되어 있다. 삼신당 신목은 하회마을 전 주민이 정성을 드리는 숭고한 나무로, 정월 대보름 밤에 마을의 안녕을 비는 동제를 지내고 다음날 아침에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시작된다. 600년 수령의 보호수 느티나무에는 하얀 소원지가 수없이 매달려 있었다. 혼기에 이른 딸이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기를 소원지에 담아 삼신당 신목에 걸었다. 풍산류씨 대종택 양진당으로 들어서니 양반집의 꽃 모란과 창포가 기품 있게 피어 있었다. 개인주택으로 규모가 큰 별당은 현제 입임 선생의 후손이 거주하고 있다는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인 만큼 불조심을 당부하는 글이 적혀있었다. 류성룡 선생 고택 충효당 앞에는 우리민족의 외유내강한 기풍을 간직한 한국 고유의 수종 구상나무가 있었다.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나무라 너무 생뚱맞다 싶어 안내문을 들여다 보니 영국여왕 방문 기념식수였다. 영모각 유물전시관에 그와 관련된 유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요즘 방영되는 TV주말 드라마 ‘징비록’은 그가 임진왜란 동안에 경험한 사실을 기록한 책으로 나라에 대한 충정과 백성을 아끼는 마음이 구구절절 나타나 있다. 그 아래에는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입구의 현판은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다.



솟을대문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 하회탈의 세계유산 한국의 역사마을을 뒤돌아서 하회마을 강변길을 휘돌고, 만송정 솔 숲 그늘 길에서 발길 머물고 땀을 식혔다. 눈이 맞닥뜨린 상점의 낯선 글이 정겹다. ‘아이스크림 파니더, 만물상 봤니껴? 얼음물 있니더~’ 등이다. 순간, 조금 전 전시관에서 보았던 눈이 짓무르도록 웃고 있던 양반탈이 내 얼굴에 덧씌워지는 느낌이었다. 가장 한국적이고 전통이 살아 숨 쉬며 고풍이 남아있는 선비의 고장 안동은 정녕 한국정신문화의 수도였다.


 

조계옥본지논설위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5년 05월 08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