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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이진만철성중학교수석교사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5년 04월 24일












이진만


철성중학교 수석교사


4월 들어 경남의 각급 학교의 급식이 유상으로 전환된 이후 학교 앞에 걸려 있던 현수막이 며칠 전부터는 고

성군 의회 앞에도 걸리기 시작했다. ‘무상급식 원상회복’과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의회 앞이면서 인근에 학교가 있어 많은 학생들이 현수막을 보게 된다. 아이들의 밥그릇을 두고 다투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질까? 현수막을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어른으로서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앞선다.



사실 급식 문제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경남만의 문제도 아니었고 이미 전국적으로 시행되어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던 터라 논쟁이 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갑자기 ‘홍준표’라는 일개 정치권력자의 아집에 의해 시작된 논란은 지역을 넘어 나라 전체의 화두가 되어 있다.
다른 시도와 차별 대우를 받는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화가 나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시간과 돈, 그리고 에너지를 낭비하며 학부모들이 모여 무상급식의 원상회복을 부르짖지만 지사 귀에는 우이독경일 뿐이다.
홍준표 지사의 ‘선별적 급식’은 맥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고 있다. 아이들의 급식은 ‘무상 복지’를 따지기 전에 ‘의무교육’의 일부분이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의무교육은 ‘국가가 법률에 의해 일정한 나이에 이른 어린이를 학교에 보내어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보통교육’이다.
의무교육의 본질은 공공의 책임으로 교육권을 보장하는 데 있으며, 학령아동의 완전취학을 근본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교육을 받는 학생에게 일체의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고 무료로 실시하는 무상교육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의무교육은 1950년에 시작되어 지금은 중학교까지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는 의무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수업료를 내고 교과서를 유상으로 받았으나, 의무교육의 확대와 더불어 점차 수업료가 없어지고 교과서의 무상배급과 함께 무상급식 실시로 의무교육의 질을 넓혀왔다.



그런데 홍준표 지사는 복지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의무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일개 권력자의 소신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폐해가 너무 크다. 유사 이래 세계 어디에도 국가가 파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줬던 밥그릇을 빼앗은 경우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지사는 국가비상사태에나 있을 뻔한 무단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지사가 의무교육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다. 법을 공부한 사람이니 그도 자신의 논리에 모순이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수업료도 부활시켜야 하고 교과서도 유상으로 다시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국가 재정이 부족하면 의무교육에 들어가는 무상급식을 없앨 것이 아니고, 노인복지 예산 같이 반드시 시행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예산을 줄여야 했다. 복지에도 우선 순위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무상급식 중단의 이유로 포퓰리즘 복지로 인한 지자체의 예산 부족을 들었다. 그의 말이 소신이라면 급식 중단으로 남긴 돈은 당연히 지자체의 빚을 갚는데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그 예산을 서민자녀교육 지원이라는 또 하나의 다른 복지조례를 만들어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말을 부정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무상급식 중단을 결단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진보교육감 길들이기와, 야당이 선점하고 있는 복지 부분을 뒤엎어 여당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높이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양심을 버린 사람이다.
그는 자신에게 돌아올 책망을 피하기 위해서, 무상급식 중단의 이유로 ‘도교육청의 감사 거부’를 핑계로 삼다가 마침내는 ‘무상 복지의 위험성’으로 자신의 논지가 옳음을 주장하고 있다. 모순된 자신의 언행에 대한 부끄러움도 모르는 구차한 변명이다.



“내 주위에는 많은 학생들이 출렁이고 그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모자라 △△학원 등에서 별의별 지식을 다 배웠을 거다. 그러나 아무도 부끄러움은 안 가르쳤을 것이다. 나는 각종 학원의 아크릴 간판의 밀림 사이에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깃발을 훨훨 휘날리고 싶다.”
소설가 박완서는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단편소설에서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말은 홍준표 지사에게 꼭 어울릴 것 같다. ‘잃어버린 부끄러움’의 감정, 속물적인 세태 속에서 현실적으로 변모하기 이전에 지니고 있었던 순수한 인간성을 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긴 ‘부끄러움’을 잃은 사람이 어디 홍준표 지사뿐이랴? 최근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온통 사회적 지도자들의 부정부패로 도배되어 있다.
최근 모 기업인의 비리 리스트에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 다수가 비리에 연루되어 있고, 일국의 총리라는 사람이 불과 취임 두 달 만에 금품수수 의혹으로 사의를 표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당연한 것처럼 홍준표 지사의 이름도 빠지지 않고 그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모래시계 검사로 시작하여 법조계와 정치계에 입지적 전설을 만든 사람이다. 명예와 권력을 모두 가져 세상에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던 그가 왜 인생을 마무리해야 하는 나이에 뒤늦게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을까?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던 그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덕목 하나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의 감정이다.



그러기에 소설가 박완서에게 ‘부끄러움’의 교육을 받게 한다면 첫 대상자로 홍준표 지사를 추천하고 싶다. 다른 이들의 금품수수는 비리로 끝나지만 홍준표 지사의 경우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있으며 모순된 언행으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으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참 난감할 때가 많다.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니, 자신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거짓말과 핑계가 예사이다. 거짓말이 드러나도 부끄러워할 줄을 모른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 꾸중을 하면 도리어 교사에게 도끼눈을 부라리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야 하는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참 난감하다.
이 모든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것보다는 어른들의 삶을 통해 ‘부끄러움의 미덕’을 본보기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도리어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어른들이 득세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비리로 온갖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권력을 쥐고 위세를 떠는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움’이라는 낱말이 국어사전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특히 홍준표 지사는 학생들에게 후안무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무상복지’의 부당성을 외치는 그의 소신을 백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무상급식 문제로 열린 회의 자리에서 ‘너는 떠들어라, 나는 내 갈 길을 간다’며 컴퓨터로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유를 새삼 깨닫는다.
‘부끄러움’은 메말라가는 삶을 축일 수 있는 생명수이며, 인간을 도덕적 타락에서 건져낼 수 있는 종교적 가치이다. 맹자는 사단설(四端說)에서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라고 강조했다.
'부끄러움'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찾아야 하는 덕목이다. 기회가 된다면 작가 박완서의 소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책을 홍준표 지사에게 꼭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그래서 하루 빨리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통해 소모적인 논쟁이 끝나기를 바란다.

이진만철성중학교수석교사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5년 0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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