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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재판이 폭력을 부른다

김용택 칼럼니스트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4년 09월 12일
ⓒ 고성신문
윤일병 재판 과정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 하나 벌어졌다. 보통 재판에서 가해자든, 피해자든 선임된 변호사는 선임된 한쪽을 변론하는게 지금까지의 상
이었다.
그런데 이번 재판에서 가해병사(공범) 변호사가 주범(이아무개 병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것을 주장하는 일 까지 벌어졌다. 주범의 죄가 무거워지면 공범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윤일병 사건으로 인해 군사재판이 도마위에 올랐다. 부대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헌병대와 군 검찰을 거쳐 기소가 이루어진다.
이후 부대 장교가 포함된 1심 보통군사법원, 군판사로 이뤄진 고등군사법원에서 사건을 심리한다.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민간’의 통제가 이뤄지는 유일한 부분은 대법원이 전부이지만 3심까지 가는 사건이 하늘의 별 따기다.


국가의 헌법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자 국가라는 집합체의 구조적 동력인 삼권분립이 대한민국 군대 안에서는 작동이 되지 않는다.
기소와 판결 분리라는 근대 사법제도의 기본과 원칙을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하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사단장 이상 부대 지휘관은 군 검찰과 군사법원 행정을 총괄하는 ‘관할관’이다. 군 검찰관 인사권과 구속영장 청구, 기소·불기소에 대해 검찰관을 지휘·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다. 군 지휘관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형량을 마음대로 깎아줄 수 있는 ‘확인조치권’이라는 초법적 권한까지 보유하고 있다.
실제 2013년에만 33명이 이런 ‘고을 원님식’ 사면권의 혜택을 받았다.
삼권분립은 고사하고 법위에 사단장이 있는 격이다. 그렇다 보니 윤일병과 같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기기도 하다.


대한민국 군대는 지휘관 아래 검찰과 법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군사재판의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축소·은폐가 매우 용이하며, 현행법상 사단장 이상 지휘관은 군 검찰의 기소 때 결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군사법원의 선고 형량을 줄이는 감경권(확인조치권)도 갖고 있다. 실로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범죄를 저질러도 감출 수가 있고 기소가 된다고 해도 빠져나갈 구멍들이 즐비한데 사건을 겁낼 필요가 없는 것이 된다. 판사나, 검사가 전부 사단장의 지휘 통솔하에 놓여 있다.
그래서 '원님재판'이나 '중세 봉건영주식 재판'이나 하는 비판들이 나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법조계에서는 지금 운영되는 군 검찰이나 군 판사 등 군대 내 사법제도는 사법제도라 볼 수 없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거리낌 없이 나온다.


병영 관리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인 28사단 부사단장(대령)이 재판장을 맡은 공판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재판이 될 리 없었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군이라는 특수성에 비추어 본다면 하급군인이 상급자를 처벌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처벌 대상자보다 더 상급 인사의 지시가 없는 한 현실적으로 무리다. 군 사법체계가 개선된다고 해서 군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나 가혹행위가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군 사법제도가 개선되면 군대 내 폭력이나 가혹행위가 상당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나 정치권의 공통된 진단이다. 그동안 군에서 폭행 문제가 있을 때 이것을 노출시켜야 정확한 해법이 나오는데 축소은폐만 시도하다 보니 군의 인권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없었다.
이번 사건도 민간단체 군 인권센터의 폭로가 아니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군내 안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리나 폭력이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제도 개선이 없는 한 재발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멀쩡한 자식을 군에 보내고 난 뒤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 온다면 부모의 심정은 어떻하겠는가. 그 죽음이 어떤 이유로 가해자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서 죽음에 이르렀는지 조차 알 수 없다면 군대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사단장, 군단장이 수사와 재판을 좌우하는 현행 군사재판제도를 고쳐야 하고, 지금처럼 유족들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방식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 그러니 있는 집안의 자식들은 무슨 수를 써더라도 군대를 안 보내겠다는 인식이 펴져 있는 것이다.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4년 0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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