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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 추억-선머슴아들의 여름나기

김성재의 꼬시고 개미있는 소가야 사투리-13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4년 08월 08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낚시나 그물로 잡는 것 이외에도 지금은 사라졌지만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원시적인 고기잡이 방법도
다.
필자가 자랐던 곳은 거류면 은월리 정촌이라는 작은 마을인데 마을 앞에는 작은 내가 있었고 맑은 물이 흐르는 여울에는 피리, 송사리, 붕어 등 온갖 민물고기들이 물 반, 고기 반이랄 정도로 떼를 지어 놀았다.
우리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그그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방법으로 고기를 잡고 놀았다.


어릴 때부터 머슴아들은 여름철이 되면 학교 갔다 오기 무섭게 친구들과 냇가로 다람치기를 했다. 빤스를 벗자마자 물속으로 들어가 목을 감았다. 처음에는 서툴지만 자라면서 냇가 마을 머슴아들은 개헤엄과 개구리헤엄은 기본으로 칠 줄 알았고 조금 더 능숙한 사람은 송장헤엄을 치기도 하였다. 편을 갈라 물쌈을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심하게 물쌈을 하다 보면 콧구멍, 귓구멍으로 물이 들어가기도 하고 입으로 물을 삼키는 일도 있었다. 물장구를 치면 가운데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기도 하였는데 참으로 신기하였다. 물속에는 물새 아닌 물새도 살고 있었다. 우리 개구쟁이들은 이 물새를 잡아 저마다 돌 위에 올려놓고 누구의 물새가 제일 빨리 날아가는지 내기를 하기도 하였다.


돌 위에 올려놓은 물새는 몸의 물이 다 마르면 새가 되어 하늘 높이 어디론가 날아간다. 물속에서 헤엄치던 곤충이란 녀석이 몸에 물이 마르자마자 어떻게 작은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가는지 어린 필자는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놀이도 시들하면 우리는 냇바닥에 지천으로 자라는 앵꼴을 뽑아와서는 물속의 고기 잡기를 시작한다.


앵꼴은 독성이 있어서 고기를 잡는 데는 그저 그만이었다. 개구쟁이들은 계속해서 이 풀을 한빨띠이 아듬꼬 와 물이 흐르는 위쪽에 내려놓는다. 그러면 이 풀을 발로 자근자근 볿는 사람, 힘주어 뜀시로 내리볿는 사람, 주먹보다 약간 더 큰 돌로 찧는 사람, 저마다 이렇게 역할을 하다보면 어느 새 물속에서 평화스럽게 놀던 고기들은 마치 전쟁이 일어난 거매이로 아비규환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제일 약한 송사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다음에는 피리, 붕어. 좀 더 물의 독성 농도가 진해지면 메기도 나온다. 메기가 나올 때쯤이면 우리 개구쟁이들은 ‘메기다’ 하면서 흥분에 휩싸인 가암을 내지른다. 이렇게 잡은 메기는 우리 작은 개구쟁이들의 합동 작전으로 얻어진 훌륭한 전리품이라 생각되었기에 참으로 뿌듯하기조차 하였었다.


아무리 뜨거운 여름도 우리 개구쟁이들에게는 물속에서만은 온 데 간 데가 없고 신나게 고기를 잡고 놀다보면 긴 여름의 하루 낮도 짧기만 하였다. 여름밤이 되면 또 다른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몹시 더운 여름밤은 매캐한 모캣불을 피아낳고 삼베옷 입고 덕석이나 평상에 앉아 부채질하며 긍구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 올리기도 하고 반디가 여름밤을 아름답게 수를 놓으면 나도 모르게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한순간 어설픈 시인이 되는 날도 있었다.
이처럼 선머슴아를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던 신비의 빛을 가진 반디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인간의 무분별한 탐욕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괴로 불쌍하고 죄없는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50대의 어른이 되어 있는 지금, 필자가 물새를 돌 위에 올려놓고 날려 보내던 놀이, 반디가 화려하게 수놓던 환상적인 여름밤, 앵꼴로 고기를 잡던 일을 조용히 추억해 본다. 이것은 분명 우리 조상들의 천 년의 놀이이며 수천 년의 여름밤의 아름다운 정경이었으리라. 또 앵꼴로 고기를 잡는 것 역시도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가장 원시적인 고기잡이 방법이었을 것이다. 특히 후자의 고기 잡는 방법은 자연 속에 독성이 있는 풀의 특성을 살려 고기를 잡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 이외에도 때죽나무 열매를 돌로 찧어서 물에 풀어 고기를 잡기도 하였다.


지금은 강이나 냇가에 가면 그렇게 해서 잡을 만큼의 고기도 없고 그렇게 고기를 잡고 뛰놀 아이들도 없다. 또 전에는 그렇게 많았던 앵꼴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모두가 다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좀 더 세월이 흐르면 우리의 후손들은 추억어린 이 이야기마저도 까마득히 잊을 것이다. 50대 이상의 고성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이런 추억어린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자연을 전혀 모르고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정서적으로 삭막한 우리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일 것이다.


50~60대, 70~80대 어른들이시여, 우리가 어릴 때 자라던 냇가나 강가로 달려 가보자. 그렇게도 많던 고기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물장구치며 놀았던 아름답던 여울도 보이지 않는다. 하천 정비니 4대강 사업이니 하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개발된 하천들을 보고 있노라면 옛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으니 이 어찌 안타깝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름다운 내 고향의 모습은 자꾸만 멀어져 간다.


<방언 풀이 도움말>


*피리-피라미/*선머슴아-선머슴(차분하지 못하고 매우 거칠게 덜렁거리는 사내아이)/*머슴아-머슴애(남자아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다람치기-달음박질=달리기/*빤스(팬티의 일본영어식 말)-팬티/*목을 감았다-멱을 감았다, 멱(냇물이나 강물 또는 바닷물에 들어가 몸을 담그고 씻거나 노는 일)/*물쌈-물똥싸움(손이나 발로 물을 상대편의 몸에 끼얹어 물러나게 하는 아이들의 놀이 ≒물싸움「2」)/*물새-게아재비(장구애빗과의 곤충. 몸의 길이는 4㎝ 정도로 사마귀와 비슷하게 가늘고 길며, 엷은 누런빛을 띤 갈색이다. 배 끝에서 나온 호흡 기관이 암컷은 몸의 길이와 같고 수컷은 더욱 길다)/*앵꼴-여뀌(잎과 줄기는 짓이겨 물에 풀어서 고기를 잡는 데 쓴다. 잎은 매운맛이 남)/*한빨띠이-한 아름/*아듬꼬-안고/*볿는-밟는/*뜀시로-뛰면서/*거매이로-것처럼/*가암-고함/*모캣불을 피아낳고-모깃불을 피워놓고/덕석-멍석/*반디(고성에서 썼던 반디는 표준어임)-반디=반딧불이/*긍구-권구(眷口)=식구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4년 08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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