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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 위기의 고성한우 이대로 사라지나
② 고성한우 생산부터 판매까지 문제점 투성이
③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자란 호주 청정우
④ 세계로 뻗어나가는 비영리 기관 호주축산공사
⑤ 고성한우의 명성을 되찾는 방안은 없는가?
고성한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한우농가와 축협, 행정에서는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면서 고성한우를 살리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한우농가와 축협, 행정에서는 고성한우를 살리자고 하는 생각은 모두 똑같지만 어떻게 해야 고성한우를 살리는 길인지에 대한 속마음은 다르다. 고성군에서는 최근 들어 고성한우를 살리고자 브랜드개발 및 1등급 정액지원 등 여러 가지 행정지원을 하면서 명품고성한우 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그려나가고 있다. 축협에서는 공룡나라고성한우 브랜드로 고성한우를 축협컨벤션홀과 하나로마트 등에서 판매와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우농가에서는 행정에서 추진하는 대로 무조건 따라가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어 만약 행정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고성한우를 살리기 위한 로드맵을 구성하더라도 누구 한 명 제제를 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한우농가 대대분이 행정에서 지원사업에 대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잘못된 것을 지적했다가 추후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회의에서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점과 건의를 하더라도 예산문제 등으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성한우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은 이번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수차례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고성한우의 품질은 바닥을 밑돌고 소 값 하락과 농가 수 감소 등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수 많은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는 처음부터 고성한우를 살리고자 하는 방향설정에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축산관계자들의 견해다.
#1등급 정액지원이 한우 근친계수 높여
고성군에서는 한우계량사업으로 인공수정료 1마리당 2만원을 지원하고 1등급 정액은 1스트로에 5천원을 지원하고 있다. 한우농가에서는 행정에서 1등급 정액에 지원을 해주고 1등급 정액이 무조건 좋다는 생각에 1등급 정액으로 인공수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고성한우의 품질이 저하되는 가장 큰 문제점이 발생된다. 예전에도 고성한우에 1등급의 우수한 정액으로 수정을 해왔지만 농가에서는 어떤 소에 어떤 정액으로 수정했는지 모를뿐더러 수정사들도 이를 제대로 표기를 하지 않아 지금은 소의 혈통을 찾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다 이전에 어떤 정액으로 수정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또 1등급 정액으로 인공수정을 한다는 것은 지금의 상항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마리의 암소에 1등급의 한 정액으로 인공수정을 했다면 그 수정으로 인해 태어난 송아지가 다시 어미소가 되어 수정을 할 경우 다른 정액으로 수정해야 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또 행정에서 지원하는 1등급의 정액으로 수정해 근친이 될 수 있다.
물론 체계적으로 인공수정한 정액을 기록해 놓은 농가들은 다른 정액을 사용해 인공수정을 하면 문제는 없겠지만 고성군 한우농가에서는 기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농가들도 많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체계적인 관리를 해왔던 한우농가도 행정에서 1등급의 15개 가량의 정액에 대해서만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비용을 아끼기 위해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정액을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한우농가 관계자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공수정을 할 때 수정사들이 정확하게 수정한 정액을 정확하게 기록을 해야 하고 근친을 막을 수 있도록 1등급 정액만 좋다고 무조건 사용할 것이 아니라 맞춤형 정액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행정에서는 정해진 예산안에서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1등급 정액 등의 우수한 정액에 대해서만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우농가에서는 어려운 경영사정으로 인해 행정에서 지원되는 정액으로 인공수정을 한 것이 현재 고성한우의 품질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고성한우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인공수정에 대한 문제점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행정위주의 예산지원 문제 심각
고성군에서는 한우농가를 위해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처럼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는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정작 한우농가에 필요한 정책보다는 정해진 범위 내에서 정부에서 지원되는 예산위주로 농가에 지원하고 있다. 한우농가에서는 가장 시급한 것이 사료문제이지만 이에 대한 지원 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특히 거액의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의 경우 축협의 위탁을 통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농가에서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은 적다는 것이 한우농가의 주장이다. 이는 사업예산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법인이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우농가에서는 축협에서는 이러한 예산을 고성한우명품화를 위한 명분상으로 지원을 받아 한우농가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축협의 사업확장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고성군에서는 수년 전에도 고성한우를 살리기 위해 7억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해 한우명품화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예산중 일부가 한우명품화사업의 명분으로 축협컨벤션홀에서 고성한우를 판매·홍보하는 구실로 건립비용으로 2억여원이 쓰여졌지만 축협컨벤션홀이 건립되고 난 이후 한우농가에서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혜택조차 받지 못했다. 물론 고성한우가 축협을 통해 판매·홍보되는 것은 바람직하고 크게 보면 한우농가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한우농가에 직접적인 소득향상에는 영향력을 거의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저품질 고성한우 브랜드개발 무의미
고성군에서 최근 추진하고 있는 한우명품화사업도 문제점투성이다. 행정에서는 명품고성한우 생산을 위해 품질의 균일성, 위생안정성, 비육기반 구축 등 추진방향을 설정하고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고성한우에 걸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기 위해 관련 단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우농가에서는 고성한우를 살리고자 노력을 하는 취지는 좋으나 시작부터 잘못됐다며 고성한우를 살리기 위해서는 브랜드부터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품질의 한우부터 생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성한우의 품질은 전국평균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을뿐더러 고품질의 한우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년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행정에서 브랜드부터 만든다는 것은 준비과정은 거치지 않고 결과부터 얻으려고 하는 안이한 생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한우의 품질은 향상되지 않는 상태에서 브랜드부터 만들어 놓고 마치 고성한우가 최고처럼 포장하여 홍보하더라도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통한 평가는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브랜드부터 만들 것이 아니라 한우농가와 축협, 행정에서 힘을 모아 전문성과 규모화, 체계화된 생산기반을 마련하고 고품질의 한우를 개량해 고급육생산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브랜드 개발은 생산기반부터 마련하고 고성한우의 경쟁력을 높인 이후에 개발해도 늦지 않는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인터뷰
박완욱 고성군한우안전축산물연구회장
“농가위주의 고성한우발전 로드맵을 구축해야”
“고성한우발전을 위해서는 로드맵이 필요하며, 이는 행정주도가 아닌 한우농가나 한우협회의 주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고성군한우안전축산물연구회 박완욱 회장은 “고성한우의 품질이 저하된 것은 행정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주도하다 보니 한우농가에서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업에 대해 지원을 못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행정에서는 전시행정으로 한우농가에 지원해 주는 것만을 알리고 생색내기 형식을 지속해서 추진해 오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 회장은 “한우농가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사료 값이다”며 “행정에서 다른 곳에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한우농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사료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성에서 1등급의 한우가 적게 나오는 원인 중 하나는 축협에서 저가로 판매되는 사료 때문”이라며 “이 사료의 경우 시중의 사료보다 가격은 싸지만 품질이 다소 떨어져 소에게 계속 먹이다 보면 소의 품질까지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농가에서 고품질 사료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겠지만 한우농가의 어려운 실정에서 대부분 축협에서 대출을 받아 사료를 구입하다 보니 축협의 사료를 소에게 먹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행정에서는 자기위주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축협에서도 사업 확장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행정에서 지원되는 예산을 한우농가에서 사료를 만들어 소에게 먹일 수 있도록 기반시설을 지원한다면 사료 값 부담도 줄이고 고품질의 사료를 먹일 수 있다”며 “농가에서는 원료곡을 구입해 사료로 만들면 비용도 저렴하고 고품질의 한우를 사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완욱 회장은 “고성한우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행정위주의 사업이 추진 될 것이 아니라 한우농가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며 “행정에서는 고성한우를 사육할 수 있도록 지원과 지도, 교육을 실시하고 축협에서는 고품질의 한우가 생산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와 홍보판매 등의 역할분담을 통해 고품질 고성한우를 육성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체계가 확립이 되면 점차 고성한우의 품질이 우수해지고 한우농가의 소득도 향상될 것”이라며 행정에서 고성한우 브랜드개발사업을 추진하지 않아도 저절로 고성한우브랜드가 형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