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올해 고입 선발고사를 폐지하려고 했으나 법률적인 문제와 제반 여건 등으로 폐지를 유보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경남 첫 진보교육감으로 당선되면서 고입 선발고사 폐지를 공약했던 박종훈 교육감은 지난달 19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박 교육감은 “당선 이후 고입 선발고사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학교 현장 상황을 점검해 온 교육감직 인수위원회에서 올해 선발고사 폐지를 유보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올해부터 당장 선발고사를 폐지하는 결정이 경남교육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오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유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고입 선발고사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믿고 지지해준 많은 분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밖에 없고 혼란을 겪을 중학교 3학년 재학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치르는 고입 선발고사의 결과에 대해 철저히 비공개로 하여 학교가 서열화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학생의 건강권 침해와 교육과정의 파행 사례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하며 내년 고입선발고사 폐지를 공고히 했다.
한편 경남도교육청은 2002년 폐지됐던 고입 선발고사를 고등학생 학력 수준 향상을 명분으로 부활시키기로 하고 지난 3월 도내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 신입생을 2015학년도부터 선발고사로 뽑는다는 입학전형 계획을 발표, 오는 12월 19일 선발고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박 교육감이 고입 선발고사 폐지를 공약해 당장 올해 선발고사 시행 여부를 놓고 중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 일선 학교현장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중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중학교 때는 적성에 맞는 다양한 체험을 해야 하는데 고입 선발고사가 학생들에게 심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고입 선발고사를 폐지한다고 했다고 올해는 다시 친다고 하니 학생들에게 정신적 혼란을 가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중학교 담당 교사는 “완전히 확정이 된 것은 아니어서 계속 준비해 와 큰 부담은 없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고입 선발고사 폐지가 경남 학력 저하를 가져 올 것이라며 염려하는 의견도 있다. 올해 관내 중3학생은 고성여중학교 149명, 고성중학교, 철성중학교 각각 99명 등 총 508명이 있다.
박 교육감은 학교현장의 혼란을 줄이려고 서둘러 이 문제를 매듭지었으나 13년 만에 부활한 고입 선발고사가 1번만 시행되고 다시 폐지되는 데 따른 행·재정적 비용 낭비와 혼란만 가중됐다는 불만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