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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늘아 소풀 좀 비이 오이라

김성재의 꼬시고 개미있는 소가야 사투리-6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4년 05월 16일
방언이 어떤 때는 의사소통이 안 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지역의 방언을 제대로 알고 점차 익숙해지면 참
로 재미있는 것이 또한 방언이다. 전라도나 충청도가 고향인 사람이 경상도에 오랫동안 정착해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경상도 방언을 배워서 쓰게 되고 나중에는 그 지역 방언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한다.
다음 이야기는 경상도가 아닌 다른 지역의 사람이 고성과 통영에 정착하면서 겪은 방언에 얽힌 일화와 또 우리 지역의 사람이 다른 지역에 정착하면서 겪은 방언 일화를 소개한 것이다.


<이야기1>


작은추석 날에 찌짐을 구우려고, 시어머니가 충남 대천에서 경남 고성 배둔리로 시집온 며느리에게 “메늘아 밭에 가서 소풀 좀 비이 오이라”라고 하였다. 그 며느리는 왜 자기 보고 갑자기 추석 음식을 장만해야하는 바쁜 와중에 뜬금없이 소풀을 베어 오라고 하는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소풀(소꼴)은 늘 자기 신랑이 베어 오는데 오늘은 웬일로 자기에게 소풀을 베어오라고 하는지 의아하기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시어머니께 물었다.


“소풀을 베어 오라고요?”
“그래 칼 가아가서 소풀 좀 비이 오이라.”
궁금증이 또 하나 생겼다. 낫을 가지고 소풀을 베어 오라고 하면 될 것이지 왜 칼을 가지고 소풀을 베어 오라고 하는지….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고약한 성질을 아는지라 더 이상 묻지도 못하고 칼을 가지고 들에 가서 소풀(소꼴)을 베어 와서는 시어머니한테 “어머님, 소풀 베어 왔습니다”하고 시어머니 앞에 소풀(소꼴)을 내려놓았더니 시어머니의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내가 소풀 비이 오라꼬 했지 운제 니보고 소꼴 비이 오라 쿠더나? 니는 소가 묵는 소꼴도 모리고 찌짐 꾸우 묵는 소풀도 모리나?”라고 하니
그때서야 그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말하는 소풀이 친정에서 말하던 ‘조올(졸)’이란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야기2>


마산이 친정이고 고향인 새댁이 결혼을 하여 신랑을 따라 서울로 이사를 갔는데 그릇을 사려고 그릇 가게에 갔다고 한다. 신혼살림에 필요한 접시도 사고 냄비도 사고 밥그릇, 수저 등을 샀다. 그런데 쪽을 사려고 찾아보니 쪽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주인 아저씨 보고 “아저씨 쪽 어디에 있어요?” 라고 물었더니 아저씨 왈 “쪽이 뭡니까?” 라고 되물었다. 새댁은 그릇 장수가 돼 가지고 어떻게 쪽도 모르고 그릇장사를 하는지 기가 찼다. 그래서 “국 퍼는 데 쓰는 쪽 몰라요?” 하고 말했다.


그때서야 아저씨는 국자임을 눈치 채고는 “그냥 국자라 하면 되지 왜 쪽이라고 해요?”라고 하였다. “아저씨 그기 우찌 국잡니까 쪽이지.”
그 새댁이 서울에 갔을 당시에는 표준어인 ‘국자’란 말이 대중화되지 않아서 ‘국자’란 표준어를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릇 가게 아저씨와 새댁은 국자가 맞다느니 쪽이 맞다느니 서로 자기 말이 옳다고 우겨댔던 것이다.


<이야기3>


통영이 고향인 시어머니가 충남 논산에서 시집온 며느리에게 “메늘아, 요오 와서 꿀 좀 무우봐라” 라고 하였다. 며느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꿀에다 떡을 찍어서 먹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에 떡을 준비해 가지고 갔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보고 “떡을 머할라꼬 가아왔노?” 하고 물었다.


며느리는 “어머님이 꿀 가져왔다고 하셔서 꿀에다 떡 찍어 먹으려고 가져 왔어요” 라고 답을 하였다. 시어니는 그 말을 듣고 “야야, 꿀에다 무신 떡을 찍어 묵노?”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시어머니가 내 놓은 것은 꿀(벌꿀)이 아니라 바다에서 나는 생굴이었다. 그때서야 며느리는 통영 시어머니가 말하는 꿀은 벌꿀의 꿀이 아니라 바다에서 나는 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언 풀이 도움말>


•찌짐-부침개의 경상도 방언
•소풀-부추의 경남 방언
•비이 오이라-베어 오너라
•조올(졸)-충남 보령과 대천에서는 부침개에 넣는 부추를 ‘조올(졸)’이라고 함.
•쪽-국자의 경남 방언 / •그기 우찌-그게 어찌 / •요오-요기=여기
•꿀-굴(굴과에 속한 연체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며 갓굴, 가시굴, 토굴 등이 있다. /유의어-석화石花)
•무우봐라-먹어봐라
•야야-얘야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4년 0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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