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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다 세펜·뽈래이 꾸우무우봤나?

김성재의 꼬시고 개미있는 소가야 사투리-5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4년 05월 09일
필자는 오랫동안 방언 연구를 하면서 가장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이 아버지 어머니에게서 들은 방언들이 도대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였다.
그 방
중의 하나가 생선도 구워 먹고 떡도 구워 먹던 ‘모태’다.
중년 이상의 나이라면 누구나 모태에 얽힌 추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 제실(帝室)을 지어 시사(時祀,=시제=시향)를 제실에서 지내지만 전에는 윗대 조상들의 산소에 가서 지냈다.
시사를 다 지내고 나면 시사 상에 올랐던 온갖 맛난 음식들을 어른들이 나누어주게 되는데 우리 국민학교 코흘리개 꼬맹이들이 날랄하이 두세 줄로 손수건을 물팍 위에 저마다 하나씩 펼치고 산소 아래쪽 뻔덕에 앉아서 기다리면 몇몇 어른들은 돌아가면서 모반이나 소쿠리에 담긴 세펜, 시리떡(시루떡), 찐 고기, 돼지고기 등을 차례로 나누어 주었다.
그 당시, 개치미에 옇어 다니면서 먹던 빼때기(쌂은 고오매를 통째로 말리거나 삐져서 말린)와 쫀디이 등의 간식거리가 있긴 했지만 시사 때 나오는 음식들은 거기에 비하면 훨씬 더 맛있는 음식들이었다.


시사는 모처럼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우리는 그날이 다가오면 손꼽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런데 우리보다 잔치 정보에 훨씬 더 밝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거류면 송정리의 이정구 다리 밑의 거래이와 고성 동외리의 뱅마 거래이들이었다. 그들은 시사뿐만이 아니라 동네의 결혼 잔치나 회갑 잔치 등을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그때만 되면 20여명의 거지떼들이 어김없이 잔칫집에 나타나서 음식을 얻어가곤 하였다.
필자는 시사 때 세펜을 얻어오면 그냥 먹는 것보다는 구워 먹는 것이 훨씬 고소하고 맛있어서 한 이틀 살짝 말려 두었다가 모태에다 구워 먹었다.


어머니가 주개로 밥을 푸고 나면 필자는 부석에 있는 융구럭을 부작대이로 그러내어 그 위에 모태를 얹고 세펜을 올려놓는다. 약 3-4분쯤이나 지나면 세펜은 꼬신 냄새가 나면서 보기 좋게 부풀어 오르고 노랑노랑 꾸인다. 그걸 한 입 베어 먹으면 그 맛은 어디에다 비길 수가 없었다.
석쇠의 방언 ‘모태’는 과연 어원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진 말일까?
필자가 모태란 방언의 매력에 사로잡혀 수년간에 걸쳐 어원 찾기에 매달린 끝에 모태와 어원이 같은 보탄, 모탕(나무를 패거나 자를 때 밑에 받쳐 놓는 나무토막/곡식이나 물건을 바닥에 쌓을 때 밑에 괴는 나무), 바탕 등의 말들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 이 말들이 고성 방언 ‘모태’의 어원을 풀어주는 결정적인 열쇠가 되어 주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무엇을 올려놓는 기본적인 틀이 되는 것’이란 의미임을 알 수 있었다.


표준어 석쇠(炙쇠>석쇠)의 어원적 의미가 ‘적(炙)을 해 먹는 쇠’인 반면 고성 방언 모태는 ‘고기나 생선 따위를 얹어서 구워먹는 틀’이란 의미로 정의할 수가 있겠다. ‘적쇠’의 핵심적인 뜻이 적과 쇠인 반면 고성방언 모태는 ‘무엇을 받치는(얹는) 틀’이다.
이 뜻을 근간으로 하는 말들을 모아보면 도끼바탕, 써레바탕(=써레몽둥이), 바탕화면, 바탕색, 모탕, 바탕, 보탄, 모태 등을 들 수 있겠다.
또 석쇠를 강원도에서는 ‘모태’라 하고 함경도에서는 ‘고기모태’라 한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고성 방언 모태는 경상도 방언을 넘어 강원도의 방언이자 함경도의 방언으로서 한반도 땅을 주름잡던 국보급 나라말임을 알 수 있다. 이럴진대 어찌 모태를 단순히 고성사투리라 말하겠는가?
꿀찜할 때 모태다 꾸운 고성 뽈래이 안주에 소주 한 잔 어떠리?
“석쇠야 저리 물렀거라, 모태가 나가신다.”


<방언 풀이 도움말>


•모태-석쇠의 고성 방언으로는 모태, 모때, 몰태 등이 있음 / •날랄하이-나란히
•뻔덕-버덩(좀 높고 평평하며 나무는 없이 풀만 우거진 거친 풀밭이나 들)
•병마거래이-병막(病幕)의 거지라는 의미로 지금의 고성경찰서 주변에 거지들의 집단거주지가 있었음
•세펜-떡의 한 종류로 절편을 말함
•개치미-호주머니
•빼때기-절간고구마(생고구마를 타원형 삐져거나 채썰기 하여 말린 것)
•쫀디이-삶은 고구마를 통째로 말리거나 삐져서 말린 것 / •주개-주걱 / •부석-아궁이 / •융구럭-잉걸(불이 이글이글하게 핀 숯덩이) / •부작대이-부지깽이 / •노랑노랑-노릇노릇
•보탄-모탕(도끼 따위로 나무를 패거나 자를 때 밑에 받쳐 놓는 나무토막, 곡식이나 물건을 바닥에 쌓을 때 밑에 괴는 나무)
•꿀찜하다-출출하다 / •뽈래이-볼락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4년 05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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