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개학과 더불어 일선학교에서는 바쁘다. 바쁘긴 바쁜데 좀 이상하게 바쁘다. 한 해의 교육목표를 세우고 공유하고 세부계획을 짜고 뭐 이랬으면 좋겠는데 각종 행정 업무 분장을 하느라 바쁘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행정업무는 대략 이런 것들이다. 교육기획, 교육연구, 교육정보, 생활지도, 특별지도, 진로상담 등등.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는가, 학교라는 이름에 걸맞은 구체적인 교육 계획이 빠져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민국 학교는 수업이 아니라 교무 행정업무를 기반으로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모든 교사가 교무 행정을 담당하는 부서에 소속되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행정 업무를 보기 위해 출근하는 것 같다. 말이 행정업무지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교실에 설치된 DVD플레이어가 작동은 잘되는지, TV는 잘 켜지는지 뭐 이런 것을 점검하는 수준의 일이 태반이다.
여기에 현재 대한민국 공교육의 비극이 있다. 우수한 인력을 선발하여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시키는 것이다. 행정고시에 통과한 사람을 동사무소 주민등록발급업무에 투입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고등학교보다 중학교가 심하고 초등학교는 그 이상이다. 중학교 교사들은 행정업무에 치여 수업을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학교 밖에는 학원이 있다. 교사는 아무나 할 수 없지만 학원 강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교사가 강사보다 우수하다. 단, 초기 단계 얼마 동안만이다. 몇 년 지나면 전세는 역전된다. 교사들이 행정업무에 매진하는 동안 강사들은 잠을 줄여가며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고 또 연구한다. 교사보다 강사가 훨씬 유능해진다. 여기에는 물론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학교에서는 국어를 가르치지만 학원에서는 국어문제 푸는 법을 가르친다. 시험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공교육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학원의 비법도 한 몫 한다.
학원은 반경 15Km 안에 있는 학교의 10년치 시험문제를 모두 확보하고 있다. 시험 기간이 되면 학원에서는 5배수 정도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게 한다. 어차피 중요한 것을 시험문제를 내기 때문에 이 범위를 벗어날 수 있는 시험문제는 별로 없다. 학생들을 당연히 학원을 신뢰하게 된다. 새로운 유형의 문제나 교육 방법이 등장하면 학생들은 그걸 학원에 가져다 주고 학원에서는 문화상품권 등으로 보상한다. 학교가 악순환의 절정이라면 학원은 선순환의 묘미를 보여준다.
대한민국 공교육은 사교육을 절대 이길 수 없다. 현행대로라면 말이다. 방법은 교사들을 교실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부서도 국어과, 영어과, 수학과처럼 과목별로 나눠야 한다. 그럼 행정 업무는 누가 하느냐, 이게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다. 줄줄 새는 예산을 가지고 행정 직원을 뽑는 것이다. 행정의 관리는 교감이 담당하게 한다. 학교에서 교감의 위치는 대통령중심제에서 부통령 같은 것이다. 유고 시 대행인데 유고가 그리 잦을 리 없다. 특별히 하는 일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교사들 행정 업무 트집을 잡는 게 교감이 주로 하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교사가 많다).
교사는 수업에 집중하고 교감은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교장은 오랜 교직 생활 동안 구상해 온 교육철학을 구현하는 학교가 제대로 된 학교다. 행정직원을 뽑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줄줄 새는 것이 예산이다. 가령 무상 급식 같은 것,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지 먹이는 곳이 아니다. 나눠준 우유를 버리고 가는 학생도 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학교는 보육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