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백혈병으로 고통 받던 고성고등학교 조순선 학생이 끝내 우리 곁을 떠났다. 지난 24일 새벽, 백혈병 합병증으로 심장이 급작스레 멈추며 눈을 감았다. 응급상태로 떠난 조순선 학생은 엄마와 오빠에게 아무런 말도 남기지 못했다. 근래 백혈병 수치가 거의 없을 정도로 회복한 상태라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엄마 박정숙씨는 “황망하고 기가 막힌다. 병이 나아지며 더욱 활발하고 활동적이었는데. 24일 오전까지만 해도 잘 먹고 잘 다녔다. 이렇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조순선 학생은 다 나았다고 6월에 학교에 간다며 행복해 했다고 한다. 예쁘고 건강한 모습으로 등교하고 싶다며 옷이랑 가방을 새로 사 달라 했다. 하지만 끝내 그 옷을 입고 가방을 든 순선이의 모습을 학교에서 볼 수 없게 됐다.
박씨는 “순선이가 옷과 가방을 어루만지며 행복하게 웃던 모습이 선하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들이랑 함께 할 수 있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아프지 않고 엄마 오빠에게 효도하며 행복하게 살자고 하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모 박정남씨는 “군과 기관, 단체, 언론 등 많은 고성 군민들이 순선이를 위해 관심과 사랑을 주셨다”며 “보답해야 할 분들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순선이 엄마와 오빠가 정신을 이제는 많이 추슬러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본지를 방문한 조순선 학생의 가족들은 순선이와 같이 병마로 고통 받는 학생들을 위해 성금을 기탁했다. 박정남씨는 “엄마도 형편이 어려워 많지 않은 액수다”며 “순선이의 마음이라고 생각해 달라. 순선이도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해 듣는 이들의 마음을 애잔하게 했다. 신문사를 떠나는 박정숙씨는 계단에서 비틀거린다. 딸을 잃은 슬픔이 그녀를 흔들리게 한다.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한 기자는 그저 멍하니 서있을 뿐이다. 지난해 10월 본지 보도 후 많은 군민들이 순선이와 아픔을 같이했다. 안타깝게 그 아이를 떠나보내니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하지만 순선이는 알 것이다. 힘들었던 병마와의 사투 속에 혼자가 아니었음을. 순선이를 통해 우리들도 알게 되었다. 또 다른 지독한 병마로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순선아, 그 곳에서는 아프지 않고 행복하렴.” /박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