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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면 당항포 가는 길, 고성군의 맛집으로 한참 입소문이 나고 있는 곳을 찾았다. 회화면 당항리 425-4번지 공룡가마솥곰탕. 큰 입간판을 뒤로 하고 가게로 들어서니 마당 한구석 빼곡히 쌓인 장작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 큰 가마솥이 세 개나 떡하니 버티고 있다. 공룡가마솥곰탕은 순수 장작으로 진한 국물 맛을 내는 곰탕을 24시간 끓여낸다. 화끈한 장작불에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공룡가마솥곰탕의 주인장 김창린, 김성연 부부. 이제 가게 문을 연지 4개월이 되었지만 곰탕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처음에는 가게 위치상 포장판매를 위주로 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항포를 찾은 젊은 부부들이나 등산객들이 들리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드셔 보신 분들은 깔끔하면서도 진하고 맛있다고 해요. 한번 드셔보신 분들은 다시 찾아 주시고 포장도 많이들 해 가세요.”
그러고 보니 조리실에도 가마솥이 걸려 있고 곰탕을 끓이고 있다. 그래서 더 뜨끈한 곰탕을 먹을 수 있다. 곰탕에는 역시 깍두기와 김치인데 이 또한 정갈하고 상큼하다. 푹 삶겨진 우거지가 듬뿍 들어간 곰탕에 깍두기를 얹어 먹으니 구수하고 온 몸이 따뜻해져 온다. 우거지곰탕과 수육곰탕의 양도 많아 포만감에 얼굴에 미소가 절로 퍼진다. 국물을 좋아하는 기자에게 주인장은 인심 좋게 듬뿍 담아준다.
“맛의 비법요? 우리집 국물은 전통의 방식으로 큰 가마솥에 소의 족, 무릎도가니, 사골, 사태, 양지 등 각 부위를 푸짐히 넣고 정성과 진심으로 끓입니다. 식히면 묵이 되는 진짜 보약같은 진국이지요.” 그러고 보니 벽면에는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 ‘음식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약으로 치료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또 ‘만약 프림이나 우유, 수입 사골 분말, 땅콩가루 등 어떠한 첨가물을 넣어 농탁하게 한 것이면 10억원을 배상하겠습니다’라는 재미있는 문구도 있다.
조선 중종때 발간된 훈몽자회에서는 곰탕은 보통의 국에 비해 국물이 진한 데다 공이 많이 들어가는 진귀한 음식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곰탕은 높은 영양가와 담백한 맛으로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어왔다. 우리말에 오래 삶는 것을 ‘고다’라고 한다. 곰탕은 소의 각종 부위의 고기와 뼈를 오랫동안 푹 고와서 만들기 때문에 예전 우리 조상들은 곰국이라 부르기도 했다. 사실 곰탕이라 하면 겨울에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원래는 환절기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또 원기가 부족할 때, 골절이나 골다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 공부에 지친 수험생을 위하여, 수술이나 큰 병에서 회복 중인 환자, 부모님께 해드리는 음식으로 통한다. 곰탕은 운동선수들도 즐겨 찾는 대표적인 음식이며 한의학에서도 퇴행성관절염에 민족고유의 음식인 곰탕을 권한다. 주인장 김창린씨는 “어머니가 해 주시던 사랑이 담긴 맛, 아픈 사람을 기운 차리게 하는 그런 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 주시던 곰국이 생각난다. 좁은 부엌, 매캐한 연탄불 앞에 몇 시간을 쭈그리고 앉아 아픈 손자를 위해 끓여 주셨던 곰국. 달고 매콤한 맛에 길들여진 손자는 그 맛을 질려했다. 이제는 그 곰탕을 맛보고 싶고 할머니가 그립다. 따뜻한 봄날, 고마우신 부모님이나 그리운 사람을 모셔 정성 가득한 곰탕 한 그릇으로 마음을 표현해 보면 어떨까. 장작의 뜨거운 불 내음과 끓어오르는 곰탕의 추억을 생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