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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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회장님 편히 잠드소서! 재경고성향우회 이근호 전 회장이 지난 2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고인은 지난 22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타계한 후 25일 사랑하는 가족과 그를 존경하고 신뢰하던 수 많은 지인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으며 마암면 선산에 안장됐다. 이근호 회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재경고성향우회장을 역임하면서 깔끔한 성품과 청렴한 활동으로 많은 선후배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아왔다. 이 회장의 재임동안 재경고성향우회는 그 어느 때보다 회원간 화합과 단결력이 돋보이기도 했다.
얼핏 차가운 인상이지만 솔직하고 저돌적인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던 이 회장은 재임 중 정해진 업무추진비조차 마다하고 대부분 사비를 지출하는 등 깔끔한 성품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한 재경향우회원들의 슬픔과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고인은 1946년 마암면 두호리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966년 그의 나이 스무살되던 해에 서울로 향했다. 상경 후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수많은 역경을 겪으면서 기업인으로 성공하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언젠가 고인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이 있듯이 고향을 떠나온 후 많은 힘든 일들이 있었지만, 그것이 저한테만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특정하게 지목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과오가 있었다면 그것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반성과 현재에 충실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일, 월, 연초에 나름대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라고 피력한 바 있다.
이처럼 고인이 지금의 주식회사 동양, 주식회사 동양플라자, 주식회사 동양물류 등을 성공기업의 반열에 올려놓기까지 자신을 향해 얼마나 많은 채찍질을 가하면서 엄격한 생활을 해 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고인은 평소 경영철학의 제1 덕목으로 ‘인간관계’를 꼽았다. 생전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배려”라고 입버릇처럼 되뇌이면서 그 또한 그러한 신념을 철저히 실천에 옮겨온 장본인이다.
“고마운 분들께는 감사를, 미안한 분들께는 사과를 반드시 해야 하고 힘이 없는 사람이라고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경조사와 같은 특정일보다 평소에 타인에게 더 배려를 해야 하며 절대로 뒤에서 남의 험담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는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역경은 있기 마련이다. 단지 그 역경을 피하지 않고 맞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에 차별성이 있다”며 “설령 역경 극복에 실패했을 때 반성하고 오히려 더 큰 경험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긍정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러한 고인의 철학은 생전 그의 삶을 온전히 대변해 주고 있다. 서울에서 성공한 기업인의 반열에 올랐던 이 회장. 그는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낼 때는 기명으로 하는 법 없이 반드시 익명으로, 또한 지인들의 출판기념회에 초대돼 갔을 때는 맨 마지막까지 남았다가 팔리지 않은 책들을 몽땅 자신이 다 사주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출판기념회를 여는 당사자에게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고인은 고향 고성을 위해서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돼 버렸다. 재경고성중학교 동문회에서 연중행사로 치르고 있는 해외연수장학생을 위한 장학금 보조, 중증장애인들과는 함께 에베레스트까지 동행하면서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기업인으로서 부를 축적하기보다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수 많은 이웃에게 베풂을 실천해 왔기에 그의 생은 더욱 값지게 평가받고 있다. 고인은 생전 ‘만족도 높은 삶’을 추구해 왔다. 67년,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나이지만 그의 말대로 그는 만족도 높은 삶을 살다간 것이다.
2009년 7월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安分知足(안분지족)과 過猶不及(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너무 아래만을 보고 살면 발전이 없고 너무 위로만 보고 살면 만족도가 낮습니다. 항상 현재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해 조금씩 발전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훗날 제 자식들에게 그리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저 자신을 담금질하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했던 남자. 지금 그 남자는 떠나고 없지만 그의 말을 돌이켜보면 가식과 거짓이 없었음에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진다.
지난해 고성군민상을 받을 때도 “고향을 위해서 저보다 더 많은 일을 한 선후배님들이 많은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된 것이 쑥스럽다”며 그럼에도 “고향분들께서 마음과 뜻을 담아 주신 상인만큼 남은 여생 고향을 위해 아낌없는 열정을 바치겠다”면서 자신의 생애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고 수줍게 웃던 그의 모습이 선연하다. “이승에서의 삶을 베풂과 배려로 일관했던 이근호 회장님, 부디 편안히 잠드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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