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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제일경을 자랑하는 상리면 무선리 소재 문수암과 보현암으로 가는 갈림길에 주차장이 있고 앞에 보현식당이 있다. 보현식당의 주 메뉴는 ‘사찰된장찌개 ’인데, 이 음식이 쉽게 맛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절 아래 있는 인연으로 보통의 집과는 다르게 음식을 만든다.
된장찌개는 땅콩, 들깨, 콩가루가 들어가고 버섯, 다시마, 미역 등 바다와 땅의 맛이 어우러진다. 구수하고 잘 넘어간다. 된장찌개와 함께 나오는 밥을 비벼 먹는 나물밥에는 고사리 도라지 취나물 등이 들어있다. 고추장도 따라 나오지만 고추장 없이 먹는 것이 된장과 산채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쓱쓱 비비니 입안에 절로 군침이 돈다. “산에 살다 보니 자연히 산에서 많은 재료를 얻고 산에 걸맞는 음식이 없을까 고민했지요. 대파 같은 것이나 좀 살까 우리 집 음식 재료는 전부 저희가 무농약으로 길러 믿고 드실 수 있어요.”
보현식당의 주인장은 이수선(58)씨. 그녀는 남편 김상봉씨와 아들 김영준씨 며느리 타씨나씨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20여년 전부터 고성읍에서 식당을 하다 11년 전 이곳으로 옮겨 왔다. “물론 처음부터 독특한 메뉴가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지나던 관광객이나 등산객들이 식당에 들리면서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지요. 그러고 보면 읍내와 똑같은 메뉴로 누가 이곳까지 와서 먹겠어요.”
보현식당은 사찰된장찌개만 맛있는 것이 아니다. 반찬은 더욱 놀랍다. 이집에 들어서면 ‘장아찌 판매합니다’라는 팻말이 있는데 왜 그런지 쉽게 알 수 있다. 반찬은 콩잎, 깻잎, 고추, 버섯, 죽순 장아찌는 기본이고 가죽에 귀하다는 오가피, 특유의 향을 가진 산초와 당귀, 그리고 제주도 특산물이고 전라도와 경남 해안에만 난다는 지금은 거의 사라져 가는 ‘양하’장아찌까지, 장아찌 천국이다. “조미료는 일절 안 써요. 매실진액으로 모든 음식에 맛을 내지요. 1년에 매실만 200㎏을 담지요. 외지에서도 맛있다고 일부러 가지러 오는 사람도 많아요.” 그러고 보니 천장에는 메주가 빼곡히 달려 있다. 메주는 500되를 담는다 한다.
가게 안에는 더덕주를 비롯한 자연이 준 선물들로 가득 차 있다. 보현식당은 먹고 남은 음식은 손님들이 보는데서 모두 버린다. 간혹 손님이 농으로 그 접시는 손을 안 대었다고 하면 아들 김영준씨는 “침이라도 튀지 않았겠습니까”라고 답한다고 한다. 대신 반찬은 최소량으로 나온다. 물론 리필은 당연하다. 바쁠 때는 손님들이 직접 떠 가져가 먹기도 한다며 웃는다. 보현식당의 또 다른 매력은 막걸리와 굴과 해산물이 가득 든 파전과 맛있게 양념이 버무려진 묵을 빼 놓을 수 없다. 막걸리는 특별 주문해 돈을 더 주고 가장 맛있는 것을 가져온다고 한다. 그리고 물을 많이 타지 않아 진하고 다른 곳에서 맛 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 있다. 아들 김영준씨는 “부모님의 손맛을 보고 배우며 더 깨끗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자 하시는 소신을 가장 닮고 싶고 존경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답게 식당 홈페이지를 만들어 홍보하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김영준씨는 필요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보현식당에서 맛있게 먹은 손님들이 올리는 블로그 등이 있다며 손님들이 진심으로 맛있다고 느낀 정보가 진정성이 있다고 답한다. 우문현답이다. “식당으로 대박을 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부모님들도 그렇고 제 생각도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손님들이 맛있어하고 만족해한다면 그것으로 행복한 것 아닐까요.” 이수선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손님이 많으면 돈이 벌려서 좋고, 없으면 내가 편해서 좋다”는 안주인은 무욕의 인생관을 갖고 있다.
역시 절집 근처에서 음식점을 하다 보니 그녀의 얼굴도, 보현식당의 음식도 어느새 부처님을 닮아 있다. 보현식당의 음식은 부모님이 생각나고 만나지 못한 친구가 생각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건강한 밥상과 막걸리 한잔을 앞에 놓고 욕심 없는 삶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싶다. 자꾸 보현식당의 음식이 생각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단돈 7천원의 행복을 느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