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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고성을 가꾸어가는 것은 우리들의 보람이며 긍지랍니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 고성을 깨우다
박준현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3년 02월 08일
ⓒ 고성신문

환경미화원 정진근 기간제 근로자 정장천 김상갑


군민이 잠든 시간이 더 바쁜 사람들… 그들이 지나간 자리 ‘깨끗’


 


새벽의 공기가 매섭다. 사위는 칠흑같이 어둡다. 조용한 새벽, 저만치서 인기척이 들린다. 음식물쓰레기 수거 환경미화원과 기간제 근로자들이다. 그들은 바삐 움직인다. 그들에게 추위도 어두움도 안중에 없다. 그렇게 고성군은 깨끗해지고 있다.
지난 5일 삼산면 판곡리 소재 쓰레기처리장에서 그들을 만났다. 환경미화원 정진근(39)씨와 기간제 근로자 정장천(33) 김상갑(68)씨. 새벽 3시부터 시작한 작업을 막 마치고 편안하고 뿌듯한 표정이다.
정진근씨와 정장천씨는 같은 조로 월, 수, 금요일에는 새시장 동외리 수남리를 돌고 화, 목, 토요일에는 새시장 서외리 당동리에서 수거한다. 김상갑씨는 월, 수, 금요일에 성내리 송학리, 다른 날은 교사리 배둔 서외리 등지에서 일한다.



“맑은 날은 별 지장이 없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좀 힘들어요. 음식물쓰레기 용기에 물이 차 있어 옷을 젖는 일도 있지요. 그래도 많은 군민들이 물기가 많이 없이 배출해 주셔서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김상갑씨는 일할 때 계속 움직이니까 많이 추운 줄 모른다며 허허 웃는다. 연세가 있으셔서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일을 할 수 있는데 힘 드는 것이 대수냐며 답한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수거를 위해 수거요원들이 120리터의 수거함을 끌어야 하는데 여름에는 문을 열어 두니 몇몇 군민들은 시끄럽다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골목골목 다니다 보니 수거차량을 빼달라고 해 수거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 출근에 방해가 되니 출근한 후 수거해 달라는 요구는 수거요원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군민 편의를 위한 꼭 필요한 사람들과 작업에 매몰찬 민심이 안타깝다. 



“고성군이 예전에 비해 많이 깨끗해진 것을 느끼면 뿌듯함이 있지요. 기존의 거점 수거 방식은 얼마나 더러웠습니까. 일해서 저축할 수 있고 간혹 군민들이 수고가 많다고 해 주시면 보람을 느껴요.” 
정진근씨는 8년 된 베테랑이다. 정장천씨와 김상갑씨는 지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시범실시 했던 6월에 일을 시작했다. 종량제가 처음 시작될 때는 군민들이 익숙하지 않아 칩을 수거용기에 꽂은 채 부러뜨리는 일이 잦았다. 또 검은 봉투에 내버리는 일이 있어 민원이 발생하곤 했다. 쓰레기 수거요원들은 밤낮없이 민원을 처리해야 했다. 이제는 그런 일들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정장천씨는 젊다. 미혼인 그에게 결혼이 우선 아니냐며 농처럼 소망을 물었다.
“결혼보다는 기간제 근로자라 안정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기계금속가공 일을 했었는데 지금 일이 저에게 맞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장천씨와 김상갑씨는 기간제 근로자라 11개월을 일하고 한 달을 쉬어야 한다. 정진근씨는 “업무의 특성상 근무의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수거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사람을 쓰면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진근씨도 미혼이다. 빚내고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그에게 주위서는 술 담배도 않고 근면성실한 건강한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옆에 있던 군청 환경과 양수영 주무관은 수거요원들이 서로 사이가 좋고 아껴준다고 귀띔 해 준다.
정장천씨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 일 자체가 팀워크가 잘 맞아야 하지요. 또 몸을 쓰는 작업이다 보니 더 서로를 아끼고 마음을 터놓는다”고 말한다.
정진근씨는 퇴근을 할 때 항상 집 주변 마을을 둘러본다. 혹시나 고장이 나 있거나 민원 발생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당번이 항시 대기하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일이니 당연하다고 한다. 그의 주위에는 칩이 항상 있다.



환경과 최정란 계장은 수거요원들을 ‘항상 솔선수범하고 모든 업무를 자신의 일처럼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지난해 여름 태풍 때 수거기계가 아파트 펜스와 함께 넘어간 일이 있었다. 아파트에서는 수리를 요구했고 그녀는 당연히 수리업체를 부르려고 했다. 그때 한 기간제 근로자가 시멘트만 사달라고 하고 직접 고쳤다고 한다. 그녀에게 수거요원들은 항상 든든하다. 최정란 계장은 지난해 실시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조기 정착이 수거요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싫은 내색 없이 치우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깨끗한 집, 마을, 고성군이 있다. 쓰레기 수거 소리 때문에 잠을 깨는 것이 아니라 고성군을 깨운다. 내 집 앞은 내가 치운다는 시민의식을 깨운다. 혹시라도 길에서 수거요원들을 보게 된다면 고맙다는 말 한마디 던져 보면 어떨까. 

박준현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3년 0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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