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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무엇을 먹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먹을 것인가가 중요해진 시대다. 비만과 아토피 등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고성군에서도 웰빙 식단으로 손님을 맞고 있는 곳이 있어 화제다. 고성읍 성내리 칠현금미. 한옥집의 내부 인테리어에 조용한 내부가 고즈넉한 사찰에 온 듯하다. 이 집의 주인 한복남(58)씨가 환한 미소로 맞아 준다. 메뉴는 연잎밥과 청국장, 매생이국 정식이 전부다. 육식과 짜고 매운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맛이지?’ 하는 의문이 든다. 온갖 잡곡으로 거칠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먹다보면 감칠맛이 돌며 어릴 적 어머니가 해 주시던 추억의 맛을 느끼게 된다. 매생이국도 특유의 시원함으로 추운 겨울을 금방 잊게 해 준다. 매생이의 부드러움과 굴의 식감이 쓰린 속을 달래준다. 칠현금미는 쌀과 김치가 국산임은 물론이고 화학적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복남씨는 봄에 매실진액을 담아 음식에 사용한다. 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처음에는 심심하다지만 먹고 나면 개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복남씨는 친정아버지와 남편, 시동생을 암으로 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10여년을 건강 찻집을 했던 그녀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음식점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칠현금미의 식단을 구상해냈다. “군민들도 많이 오시지만 통영 거제에서 입소문이 나서 많이들 오세요.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라 처음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지요.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는데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안하는 것을 하는 것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그녀는 단전호흡을 취미로 하고 있다. 그녀는 그녀가 만드는 음식 속에 기를 넣어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싶다고 한다. 친구 양채심씨와 함께 시장에서 싱싱하고 좋은 식재료를 사는 것은 그녀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중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연잎이 불로장수의 음식으로 알려져 있어요. 잎, 꽃, 열매, 뿌리 모두 약재나 요리에 사용되어 왔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원래 민가보다 사찰에서 수행하며 즐기는 음식이지요.”
그녀의 연잎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난다. 연잎밥은 사찰음식답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오장을 다스려 준다고 한다. 또 기력을 왕성하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정신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귀뜸해 준다. “청국장은 노화예방에 좋고 암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어요. 또 간 기능을 좋게 하고 골다공증, 치매 예방 및 당뇨를 개선하는 최고의 음식이지요.” 청국장은 고구려에서 전쟁에 나갈 때 지푸라기로 주머니를 만들어 콩을 그 안에 넣어서 양식으로 먹은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미네랄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혈압을 내리고 숙취해소, 천연 정장제 등 그 효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복남씨는 올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빛을 나투는 사람들’이라는 봉사단체를 통해 일일찻집과 비빔밥 등을 준비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한 달에 한 번 갈 곳 없는 어르신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할 생각이다. “베푸는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웃을 위해 큰 사업을 할 수는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려니 옆 테이블의 손님들이 앉으라고 권한다. 마지못해 앉아 매실동동주와 파전을 맛봤다. 새콤하고 달콤한 매실동동주와 고소한 파전이 정말 맛있다. 무 시금치 도라지 나물과 쪄낸 단호박, 호두멸치볶음이 깔끔한 맛이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고성읍의 최문호씨는 “이 집의 동동주는 탁하지 않아 먹기 좋고 맛있다”며 “술술 넘어간다”며 허허 웃는다.
칠현금미의 음식은 여느 식당의 음식과 다르다. 덕지덕지 분 바른 아낙이 아닌 단아한 말간 얼굴의 소녀 같다. 그러고 보니 주인장 한복남씨와 닮아 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앉은 자리인데 어색하지 않다. 칠현금미는 세대가 다르고 성별이 달라도 막걸리 한잔 놓고 인생과 삶을 나누는 사랑방이다. 그래서 칠현금미가 좋다.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