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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글 싣는 순서
1. 가축분뇨는 자원, 인식전환부터 2. 스위스- 이팅겐수도원 보호재단의 분뇨처리 3. 네덜란드- 축산분뇨 처리기술 발달 4. 독일- 환경 사람 미래를 생각하는 정책 5. 가축분뇨, 이제 처리보다는 활용법 고민할 때
# 가축분뇨는 자원 인식전환부터
가축분뇨는 유용한 자원인가, 기피대상 오염원일 뿐인가. 축산농들의 최대 골칫거리인 가축분뇨가 우리 축산업 발전의 큰 장애물로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인식전환과 해법 찾기가 절박한 과제로 등장했다. 고성군내에는 양돈농가 49곳에서 8만7천두를 사육하고 있다. 자연순환농법에 따라 대부분의 가축분뇨를 퇴·액비로 만든다지만 아직은 경종농가들이 사용을 꺼려 처치곤란인데다 처리비용과 악취로 인한 민원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정부가 올해부터 가축분뇨 해양투기를 전면금지함에 따라 축산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가축분뇨를 자원화하는 길밖엔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지난 10여년간 정부가 축산분뇨 처리시설 지원 등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아직도 큰 성과를 못 거두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축산, 경종농가들이 가축분뇨가 유용한 자원이라는 확고한 인식전환을 못한데다, 악취없는 양질의 퇴·액비를 제조할 완벽한 시설과 제품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축산분뇨 자원화가 정착되려면 우선 축산농가들의 공동처리시설 확대와 양질의 퇴·액비 생산이 관건이지만, 경종농가들이 이를 믿고 쓰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공동판매에 나서는 상생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그러나 가축분뇨 처리에 자연순환농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선진국처럼 악취 없이 완전 발효시켜 가스로 쓰고 남는 것을 자원화하는 실용기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전환이다. 이에 본지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으로 시행하는 가축분뇨 자원화 현장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국내와 유럽 선진사례를 통해 가축분뇨자원화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 더 이상 분뇨는 민원 아니다 -고성군 해밀농장
고성군 고성읍 이당리 ‘해밀농장’ 강원한(49) 대표는 자체 발효시킨 액비와 퇴비를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생명환경농법을 실천하고 있는 고성지역 주민들이 들녘에 뿌릴 액비를 요청해오면 살포기 등 장비를 동원해 추수 후부터 다음해 모내기 전까지 들판에 뿌려준다. 주민들은 잘 발효돼 냄새가 나지 않는 액비를 축산농가로부터 지원받아 고수확을 올리고 있다. 주민들은 축산농가의 분뇨 자원화를 인정하고, 축산농가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발효분뇨를 무상으로 뿌려주면서 ‘축산분뇨의 상생 자원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강 대표는 “생명환경농업을 하는 고성 들녘에서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축산분뇨 액비와 퇴비의 인기가 높아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계(75·이당리 이곡)씨는 “해밀농장에서 나오는 퇴비를 밭에 넣으면 작황이나 수확이 아주 좋다”면서 “해밀농장 퇴비를 쓰면서부터 다른 화학비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있다. 오늘도 채소밭에 뿌릴려고 퇴비를 가지러 왔다”고 했다. 이씨는 “해밀농장에서 퇴비를 직접 뿌려줘 일손을 많이 덜 수 있으며, 퇴비값도 절약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며 자신은 3천㎡의 농사를 짓고 있는데 해밀농장의 퇴비를 쓰면서 연간 30만원 이상의 퇴비값이 절약된다고 했다. 고성군청 농축산과 서종화 주사는 “고성군은 해양투기금지에 대비해 2년전부터 액비시설을 갖추어 온 덕분에 액비화시설이 비교적 빨리 정착됐다”면서 “2년동안 50억 가량이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 첨단 액비시설 설치-함양군 천령포크
함양군 함양읍 이은리 천령포크 영농조합법인은 돼지 7천여 마리를 키우는 대규모 축산농가다. 하루 분뇨발생량도 30톤으로 한 달에 900톤이나 처리한다. 천령포크는 돼지들이 축사를 바꿀 때마다 축사 아래에 있는 관로를 통해 분뇨를 저장탱크로 옮긴다. 이후 분과 뇨를 분리시키는데, 뇨성분의 액비가 냄새가 적게 나도록 하기 위해 미생물 발효와 공기 주입의 공정을 거치면서 10여일간 숙성시킨다. 천령포크 노정만(52) 대표는 분성분의 퇴비를 발효시키기 위해 자비 1억8천만 원을 들여 밀폐형 고속발효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노 대표는 “축산분뇨를 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농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분뇨의 정화·방류에는 정부 지원이 늘어나는데 반해 자원으로 자연순환하는 지원은 줄어들고 있어 농가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며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영세 양돈농가의 현실 -함양군 노재열씨
함양군에서 돼지 600여마리를 키우는 노재열(55)씨는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예전 방식으로 분뇨를 처리하고 있다. 노씨의 농장이 있는 곳은 돼지축사가 비교적 밀집된 지역이지만 민가도 가까운 거리에 들어서 있었다. 취재진이 찾은 노 씨의 축사는 입구에서부터 축산악취가 흘러나와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경사지 위쪽에 있는 축사에서부터 길을 따라 분뇨 침출수가 배어나고 있었다. 또 농장 입구에 설치된 분뇨퇴비 야적장 역시 가장자리는 분뇨폐수가 비에 씻겨 흘러내린 흔적이 엿보였다. 이 농장은 600마리 돼지가 하루에 2.5톤가량 분뇨를 배출하면 여기에 톱밥을 섞어 건조한다. 이렇게 처리한 분뇨는 발효돼 퇴비가 되도록 축사 아래 야적장에 쌓아두면 일부는 이웃 농가에서 가져가고 나머지는 20일마다 농협에서 차로 실어간다. 5톤 트럭 한 대에 18만 원을 받지만 분뇨를 건조·발효하기 위해 투입하는 톱밥 값을 계산하면 적자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노재열 씨는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한 달에 80톤가량 분뇨가 퇴비로 만들어지는데, 농협에 매달 50톤가량을 180만 원쯤 받고 넘긴다"면서도 “톱밥 값이 한 달에 280만∼300만 원 들어가는데 일 년이면 1천200만원 넘게 손해 보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처리하려면 노동력이 많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비가 오면 침출수가 비에 흘러내릴까 걱정해야 하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악취 탓에 이웃 주민의 민원이 발생하기 일쑤다. 하지만, 액체비료 시설 설치 등 분뇨처리 현대화는 규모가 작은 영세 양돈농가에서는 비용 탓에 엄두도 내지 못한다. 노 씨는 “최근 돼지값이 말 그대로 똥값인데 여기에 분뇨처리를 위한 톱밥 비용과 노동력 투입,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사룟값 등으로 돼지를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라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웃 주민들의 민원 탓에 눈치를 보는 것도 견디기 어려운 압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곳으로 옮길 형편도 안 되고 시설에 재투자할 여력도 없다.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에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 힘든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 분뇨처리기 설치후 톤당 비용 4만원→5천원 급감 -김해시 진목농장
김해시 상동면의 한 양돈농가는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던 지난 8월 28일 낙동강 지류인 여차천에 축산분뇨를 방류한 혐의로 고발 당하는 일이 생겼다. 이날 흘러내린 분뇨는 여차천 2㎞가량을 오염시켜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김해시 한림면 금곡리에서는 축산농가가 돈사를 증개축하는 등 양돈장 재건립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지난달 김해시에 반대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지난 25년 간 양돈장의 심한 악취와 오물 등으로 마을의 주거 환경이 훼손돼 상당수 주민들이 마을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축산분뇨를 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시설을 하는 농가들도 많다.
김해시 생림면 생철리에서 돼지 3천두를 키우고 있는 ‘진목농장’은 지난해 말 시설비 1억1천만원을 들여 분뇨처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부지원금을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시스템을 빨리 가동하기 위해 농장대표 최찬주씨(54)가 사비를 투자했다. 이 농가는 한 달 동안 액비(액체퇴비) 200톤, 퇴비 50톤을 생산하고 있는데, 최씨는 “1억이 넘는 개인돈을 투자했지만 2년만 시스템을 가동하면 분뇨처리비를 아낄수 있어 시설비를 뽑는다”고 설명한다. 시스템을 설치하기 전에는 톤당 3~4만원의 비용으로 분뇨를 처리하던 것을, 이제는 발효시켜 위탁처리 업체에 넘기기 때문에 톤당 5천원으로 처리할 수 있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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