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우리 가족은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우리나라 서남해에 있는 가장 큰 화산섬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손꼽힐 만큼 이국적인 풍경은 여행의 들뜬 분위기를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찍은 사진은 배경이 좋아 화보촬영을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고 제주도를 갈 때마다 새로 생긴 코스는 흡족한 관광을 할 수 있게 했다. 벌써 나는 여섯 번째 제주도 여행길이었다. 제주도는 언제 가보아도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성한 국제관광도시임에는 틀림 없었다. 가슴이 탁 트이는 드넓은 바다며 푸른 초원을 뛰어다니는 말들은 아마도 다시 제주도를 찾는 매력이 아닐까 싶었다.
제주도 구석구석을 다니며 온 가족이 들떠서 즐거운 관광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는 느낄 수 없었던 화려한 관광지 뒤의 또 다른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꾸러미들, 비워지지 않은 듯 꽉 차 있는 쓰레기통, 깨진 유리병, 짝을 잃은 낡은 운동화와 슬리퍼 등 크고 작은 쓰레기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보도블럭 사이와 길가에 수북히 자란 잡초. 여름이라 생명력 질긴 풀들이 자라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관광도시 제주도에서의 이런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여행을 다녀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무심코 고성 읍내 출퇴근을 하거나, 볼일을 보러 다닐 때 도로 옆 길들이 누군가에 의해 깨끗하게 정리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작지만 참 깨끗한 고장에서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이른 아침 고성의 길거리나 보도블럭에 난 풀을 베는 바쁜 손길과 휴지를 줍는 부지런한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더운 여름철 무섭게 내리쬐는 햇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고성 군민을 위해 일하시는 숨은 일꾼들이 있었기에 고성이 더 살기 좋은 고장이 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고마움도 느껴지면서 그동안의 무심함에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더구나 지난 6월 음식물 종량제 시행 후 눈에 띄게 달라진 풍경은 기존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에서 풍기던 악취와 그 주위에 들끊던 파리떼가 말끔히 사라져 깨끗한 골목이 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고성이라는 지역이 관광지는 아니지만 어느 관광지 못지않게 깨끗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주민으로서는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성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공룡이 되었지만 깨끗한 고장이라는 이미지도 함께 떠올릴 수 있는 고성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고성의 숨은 일꾼! 공공근로 분들이 일하시는 곳을 지나게 되면 우리 모두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을 건네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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