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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실업자를 만드는 학교 교육

이진만 논설위원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2년 09월 28일
ⓒ 고성신문


시장 물가가 심상찮다.


워낙 물가가 올라 주부들은 시장바구니 들기가 무섭다고 한다. 연이은 태풍으로 작황이 시원찮아 그렇다고 하지만 핑계일 뿐, 우리 경제의 인플레이션(inflation)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란 화폐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으로 통제 집단이 통화량을 늘리면 일어난다. 쉽게 말해 필요 이상으로 시중에 돈이 많은 것이다.


인플레이션 현상은 경제 분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수요와 공급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든 나타난다. 인플레이션 현상은 조짐이 나타날 때 대비책을 마련해야지 그냥 두었다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다.


작금에 나타나는 청년 실업자 문제도 인플레이션 현상을 무시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부채질한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예전에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들은 소수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고등학교가 최종학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등학교 졸업장으로는 제대로 예우 받기 힘들다. 이제는 학사 자격은 기본이고 석·박사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교육을 매우 중시하였다. 그리고 근대화 이후 교육에 대한 열정은 더욱 높아져 지금은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교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OECD 국가 중에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한다.


그에 비해 뜻밖에도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은 대학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많이 낮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한국의 교육을 부러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권장하고 있다. 학력이 낮을수록 실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학 진학을 권하는 바탕에는 학사 학위가 없이 얻을 수 있는 취업 기회가 제약되어 있다는 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의 사정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매년 필요 이상으로 학사를 배출하고 있다.


수요량보다 생산량이 더 많으니 당연히 상품이 남을 수밖에 없다.


남아도 너무 많이 남아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 오바마가 한국의 교육을 모범으로 꼽은 것은 이런 현지 사정을 깊이 모르는 무지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젊은이들이 대학을 가는 이유는 학문 연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좀 더 나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1970년대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대부분 원하는 직장에 취직이 되었다.


그래서 부모들은 논밭을 팔고 집을 팔아 아이를 대학에 보냈다. 그때는 대학 졸업장이 좀 더 높은 지위를 가지기 위한 인증서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도리어 실업자가 되는 지름길로 안내하는 휴지 조각일 뿐이다.


지난해 말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27%에 해당한다.


 


그것도 임시직은 통계에서 뺀 수치다. 임시직이나 일용직 근로자를 실업자로 분류하면 60%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분석이다.


이렇게 높은 청년 실업률의 가장 큰 원인은 대졸 출신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은 20%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80%가 넘는다.


작년 말 정부 통계를 보면 대졸 출신의 실업자가 300만명이고, 아이를 대학까지 보내기 위해 1인당 약 26천만 원의 돈이 든다고 하니,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을 허비하여 만들어낸 고학력의 젊은 실업자는 가정을 떠나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산업 현장에는 대학 졸업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고졸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현장에 가보면 일할 인력이 모자라 난리이다.


 


사실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일손이 부족하여 동남아 등지에서 노동자들을 수입하여 온다.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대졸자의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수요 공급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탓으로 막상 사회에 필요한 인력은 만들어 내지 못하고 환상만 좇는 사회의 낙오자를 양산하고 있는 게 지금의 우리 현실이다. 이렇게 고학력 실업자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는 곳은 ‘학교’이다.


학교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및 바람직한 인성과 체력을 갖도록 가르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그런데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대부분의 학교는 학부모들의 교육열에 편승하여 교과서 속에 적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지상 최고의 선()으로 여긴다.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과 변질된 학교 교육 목표의 야합(野合)은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자녀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돌아보라.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및 바람직한 인성과 체력을 갖춘 일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휴일도 없이 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혀두고 ‘고학력 실업자’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교육을 하고 있다.


 


이게 건전한 생각과 능력을 가진 사람을 키우는 학교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학교의 구분도 좋은 학교와 나쁜 학교만 있다.


구분 방법도 아주 단순하다. 대학에 얼마만큼 많은 아이를 합격시키는가에 따라 구분된다.


학교는 오로지 이름난 대학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는 것만이 목표이기에 졸업 후의 아이의 인생은 책임지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대학 진학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살아가기 위해서 꼭 대학을 나와야만 하는가 고민할 때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고등학교 출신의 사원을 뽑는 회사가 많이 늘었다.


정부에서도 고졸 출신의 사원을 뽑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고졸 출신들이 대졸 출신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기능 면에서는 대졸 출신보다 앞선다는 평가도 있다.


이제 학력보다는 능력을 더 중시하는 회사가 점차 늘고 있다.


이런 사회의 인식 변화는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의 뜻을 새겨 보라. 말 그대로 ‘높다’는 뜻이다. 초등학교는 기초 교육을 받는 곳이고, 중학교는 중등 교육을 받는 곳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은 높은 교육을 받았음을 말한다.


그런데 또 무엇이 더 필요한가? 그리고 대학(大學)은 ‘최고급의 공공 교육 및 연구 기관’을 뜻하는 말로 소수가 되어야 희소성이 있다.


당연히 지금처럼 수많은 학사를 배출하는 한 대학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사회가 되려면 고등학교만 나와도 충분히 사회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쩌랴.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아집은 특별한 것이어서, 올해도 당연하다는 듯이 학부모들은 무작정으로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내 아이만은 정상(頂上)에 꿋꿋이 설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이는 취업자보다는 실업자 60% 안에 들어갈 확률이 더 높은 게 현실인데도 불구하고 내 아이만은 반드시 성공하여 반듯한 직장을 얻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대학을 보낸다.


아직은 때가 일러 고졸 출신의 지위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고, 대학이 고등학교의 수준으로 가치가 절하된 이상 어쩔 수 없이 대학 진학을 해야 한다면, 적어도 학과 선택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지만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는 불공정한 사회이고, 아무리 많은 것을 알아도 삶에 도움이 안 되는 지식은 쓰레기일 뿐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실업자가 되면 배운 지식은 어디고 써 먹을 데가 없다.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서 체면 유지를 위한 학교의 이름보다는 아이의 적성과 능력에 맞으며 졸업 후에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학과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2년 0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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