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글 싣는 순서
1. 고성군 문화의 중추, 오광대와 농요
2. 안동하회마을, 풍자와 해학이 담긴 탈놀이
3. 역사와 문화, 전통이 살아있는 바우덕이 남사당
4.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 방향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보존해 나가는 문화단체의 공통점은 젊은 전수자들의 활발한 참여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적극적인 후원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뒷받침된다.
# 지자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하회별신굿탈놀이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는 안동의 유명관광지 하회마을과 연계해 연중 관광객들에게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따라서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안동시는 하회마을 전체를 관광지로 지정해 놓고 (사)안동하회마을보존회를 두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회마을보존회는 유·무형 문화재를 정비, 보존하면서 마을의 역사성과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이 가운데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상시 공연함으로써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하회선유불꽃놀이가 선비들 놀이였다면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서민들 놀이로 각광받았다.
이 별신굿은 약 500년 전부터 10년에 한 번 정월 대보름날 또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에 서낭신에게 별신굿을 해 왔는데, 굿과 아울러 서낭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탈놀이를 했다고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탈춤 중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무동마당 주지마당 백정마당 할미마당 파계승마당 양반과 선비마당 혼례마당 신방마당등 8마당으로 구성된 하회별신굿은 공연내내 관중들의 호기심과 신명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안동시민들은 하회마을과 하회별신굿탈놀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하다.
김학기(52․안동시 명륜동) 씨는 “우리 안동은 자랑할 게 너무 많은 도시다. 그 중에서 하회마을은 하늘이 준 선물이며, 하회별신굿은 인간이 만든 최상의 선물”이라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안동시민들은 하회마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하회마을은 인공으로 조성된 관광지가 아니라 현재 주민이 거주하면서 아름다운 지형과 유교의 전통을 계승, 보존하고 있는 마을이기 때문에 이상과 현실이 공존하고 있다”며 “연중 끊이지 않고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하회마을 주민들은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겪기도 하지만 모든걸 감수하며 참아내는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안동시민들은 하회마을에 각별한 애정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하회마을은 안동의 보석이자 곧 우리나라의 보석”이라며 “이러한 보석에다 민중문화인 하회별신굿탈놀이가 꽃을 피운셈”이라고 설명했다.
김학기씨는 “안동 하회마을을 한 번 방문한 관광객들은 다음에 또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특히 젊은층의 학생들이나 청년들은 하회별신굿 공연에 또 한 번 반하고 더 나아가 일부는 직접 하회별신굿을 배우기도 한다”고 했다.
# 젊은 단원 영입… 대가 끊기지 않는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 역시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흥과 신명을 풀어내는 결정체다.
허공위에서 오로지 외줄 하나에만 의지한 채 하늘로 치솟았다 털썩 주저앉는 어름산(줄타기를 하는 사람)이의 공연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오금을 저리게 한다.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하늘을 훨훨 날 때는 우뢰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탄성이 절로 터진다.
그러다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가 싶다가 외줄을 붙잡고 우뚝 설 때는 환호의 박수와 격려가 쏟아진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안성 바우덕이 풍물패는 역사와 문화, 전통이 살아있는 우리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다.
바우덕이 풍물단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부심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어름산이의 기예를 익히는 것부터 심상찮은 일이지만 우리민족의 애환과 정이 담겨있는 남사당패의 맥을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그네들에겐 자부심이요, 자긍심인 것이다.
이상철(뜬쇠) 단원은 “안성시립 남사당 바우덕이풍물단은 옛 남사당의 근거지였던 안성에서 이를 계승·발전하고자 창단됐다. 신명난 상설공연과 유익한 체험, 교육을 개발·보급함으로써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해외공연을 통한 한국 알림이 역할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사당패는 조선시대부터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서민층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우리의 전통문화인 만큼 그 맥을 우리가 이어가고 있다는데 대해 많은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은 유난히 어린 전승자들이 많다.
이는 바우덕이 풍물단의 크나큰 자산이기도 하다.
풍물놀이 버나 살판 어름 덧뵈기 덜미 등 6마당으로 구성돼 있는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은 마당별로 젊은층의 계승자들이 분포돼 있다.
대가 끊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예를 익히고 전통문화를 계승해 나가기 위한 바우덕이 풍물단의 자구책이 돋보인다.
바우덕이 풍물단은 상시 무동단원을 모집한다.
무동단원(6~8세) 유소년반(7세~ 중학교 1학년) 청소년반(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을 모집하고 선발된 무동단원은 바우덕이풍물단원이 강사가 되어 주2회 무상 정기교육을 시킨다.
이들은 상설공연, 축제에 참가할 수 있고 장학금과 공연 출연료도 받게 된다. 아울러 상해보험은 반드시 가입을 원칙으로 하며, 이들의 예술계 대학진학 상담도 곁들여 무동단원들이 일회성이 아닌 성장하면서 남사당과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제도를 통해 남사당놀이패가 중간에서 대가 끊기지 않고 연령대별로 기예를 익히며 맥을 이어 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 고성오광대·농요, 전수자 부족 고령화 등 맥 끊길 위기
고성에는 고성오광대와 고성농요 2개의 중요무형문화재가 있다. 현재 이 두 단체에서 기능을 보유한 ‘기능보유자’는 고성오광대의 이윤석 회장과 고성농요의 김석명 회장 등 2명이다.
중요무형문화재는 음악·무용·연극 등 예능 분야와 공예기술·요리의 기능 분야와 같이 일정한 형태가 없는 ‘무형문화재’ 가운데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국가가 인정한 문화재로 ‘인간문화재’라고도 한다. 중요무형문화재는 전통문화를 옛 방식으로 재현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한 사람들로 ‘한국의 얼이자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고성오광대와 농요가 안고 있는 공통과제는 젊은 전승자들의 유입이다.
사실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 전통문화를 살리자는 열정과 취지는 좋지만 이들 개개인이 자신의 생업을 뒤로한 채 전통문화에만 매달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는 그나마 형편이 조금 나은 실정이다.
매년 여름 겨울방학 동안 전국의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전수학교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24명의 전승자들도 대부분 고성지역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세대간 격차는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젊은 전승자 유입으로 오광대의 과장별 맥을 이어나가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수십년 동안 몸담아온 전수자들은 이제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전승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기능보유자도 중요하지만 전수교육 조교 역시 이에 버금간다.
이유는 전수 조교가 대학생, 일반인들에게 전통문화를 가르치고 계승해 나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4-㉮호 고성농요는 60여명의 회원 및 준회원이 활동하고 있지만 김석명 회장을 비롯한 1세대는 이미 고령화로 접어들었다.
이후 허덕순 기획공연부장을 비롯한 2세대는 대부분 고성지역 출신이 아닌 타지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일부 지역민들이 염려하는 대목이다.
양 문화단체에서 실시하는 기획공연, 정기공연 등은 군비를 지원받는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들만의 축제̓로 끝나기 일쑤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민들의 이 같은 염려는 단순히 염려로 그칠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에 관심과 격려를 쏟으며 행동으로 보일 때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 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등 안동과 안성의 우수한 문화유산이 해당 단체의 노력만으로 일궈진 것이 아니라는 걸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짚어봤다.
우리것을 우리가 사랑하고 애착을 가질 때 비로소 남들도 우리것의 소중함을 알아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성오광대와 고성농요는 정작 고성지역에서보다 전국적으로 그 명성을 얻고 있는 문화단체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우리가 가꾸고 지키며 관심을 보여야 할 때이다.
이미 예술성과 대중성 등 상품으로서의 충분한 가치를 지닌 고성의 양대 문화단체를 문화에만 국한하지말고 관광자원화해서 주민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행정과 군민들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할 싯점이다.
“전통은 지키되 공연에 변화를 줘야 한다”
전환수 문화관광체육과 문화예술담당
“고성오광대와 고성농요는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문화임에 틀림없다.”
고성군청 문화관광체육과 전환수 문화예술담당은 “전통은 지키되, 시대에 걸맞게 공연에 변화를 주어 관람객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개발도 선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전 계장은 “가령, 고성농요의 경우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있는 세대이거나 그 연령대에 있는 기성세대에는 우리네의 애환과 아련한 추억에 공감할 수 있지만 농사에 대한 애환을 모르는 세대에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들에게도 함께 농요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공연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고성오광대와 고성농요의 공통과제는 젊은층 전승자 영입”이라며 “이들에 대한 배려와 안정적인 보수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계장은 “현재 이들 두 단체에 예산(군비)은 1억여원이 지원되지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관광자원화는 사실상 잘 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행정 또는 문화단체에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군민과 중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군민과 행정, 문화단체가 충분히 협의를 거쳐 차근차근 추진해야 할 최대의 숙제인 것 같다고 했다. |